“객관적 진실을 국가가 정하다니…”
“박정희 기술내용 영향 받을 수도”
“박정희 기술내용 영향 받을 수도”
“여러 교과서를 놓고 비교해봐야 객관적인 진실이 뭔지 알 수 있지 않겠어요? 국가가 대신해서 객관적인 진실이 ‘이거다’라고 정해주는 건 문제라고 봐요.”
12일 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온 고3 강민석(19)군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이날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 서울의 주요 학원가를 찾아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될 당사자인 10대들의 생각을 물었다. 입시제도 ‘덕분에’ 논술과 토론에 익숙한 터라 다수의 10대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왜 논란이 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자신들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고2 김소현(17)양이 지적한 논란의 지점은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공과가 명확한데 지금 정권에 의해 (교과서에 기술될 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수많은 논쟁적 사안들을 ‘하나의 교과서’에 묶어둔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고1 신유빈(16·양천구 목동)양은 “아무래도 정권에 유리한 내용으로 교과서가 쓰여질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고2 김아무개(17·관악구 신림동)군은 “수학교과서도 교과서마다 공식에 대한 풀이가 다양한데, (논란이 갈리는) 역사교과서도 하나로 통일한다는 건 문제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반면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중3 정주현(15)양은 “여러 개인 교과서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 이제 인강(인터넷 강의)을 학교별로 나눠서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우리 모두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 논란을 떠나 정작 자신들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데 불만을 표시하는 10대들도 적잖았다. 중2 나예인(14·강남구 대치동)양은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우리’인데, 어른들의 논리로만 일이 추진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재수생(19·양천구 목동)은 “촛불을 든 친구들 뉴스도 봤는데, 우리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현소은 황금비 기자 aroma@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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