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거부청소년 모임 소속 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서울정부청사앞에서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뒤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학사 제외한 7종 교과서 집필진 성명 발표
“집필 과정 조금만 이해해도 이런 매도 못해”
“역사교육 40년 전으로 돌리려는 저의 뭐냐”
“집필 과정 조금만 이해해도 이런 매도 못해”
“역사교육 40년 전으로 돌리려는 저의 뭐냐”
한국사 교과서 필자들이 정부·여당과 보수 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 교과서’ ‘반 대한민국 사관’ 운운하며 연일 집중 포화를 퍼붓자, 전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교학사를 뺀 나머지 7종의 교과서 필자들이 모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는 11일 성명서를 내어 “더 이상 한국사 교과서와 집필진을 왜곡하고 매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 이후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 왔지만, 최근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쏟아내고 있는 교과서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매도하는 수준을 넘어 집필자들이 ‘반 대한민국 사관’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필자들은 우선 교과서는 일반 서적처럼 저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과서는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라는 틀 안에서 검정에 통과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교과서 집필자들과 출판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검정에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필자들은 교육과정과 상세한 집필기준을 지키면서 철저하게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 하고 현재 역사학계의 주요 견해를 중심으로 여러 논쟁점들을 수렴하면서 공정하게 교과서를 집필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하나를 가지고 격론을 벌이기도 하고, 사진 한 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진집을 뒤지기도 했다”며 “만약 이런 과정을 거쳐 교과서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면, 정부 여당은 결코 지금처럼 검정 교과서를 매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 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는 비난은 검정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협의회는 지적했다. 불합격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역사교육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협의회는 “우리는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점이나 성과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동일한 정부 하에서 엄격한 검정 절차를 거쳐 합격한 역사 및 한국사 교과서를 잘못되었다고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지, 더구나 기존 검정 교과서를 폐기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여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가 학교현장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다양한 역사적 사고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인 역사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헌법상 보장된 학문과 표현의 자유, 보편적 시민적 권리 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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