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발산초에서 인권친화교실을 운영하는 이은진 교사가 학생들과 각국의 인권침해 사례를 알아보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인권친화교실 프로그램
최근 ‘난민사태’ 불거지며
난민 아동·청소년 향한 관심도 커져
국제앰네스티서 무료로 배포하는
인권 관련 교육 프로그램 통해
여러 상황속 인권침해 사례 접하고
위기 처한 이들 돕는 활동도 펼쳐
최근 ‘난민사태’ 불거지며
난민 아동·청소년 향한 관심도 커져
국제앰네스티서 무료로 배포하는
인권 관련 교육 프로그램 통해
여러 상황속 인권침해 사례 접하고
위기 처한 이들 돕는 활동도 펼쳐
#1. ‘두근이’가 사는 별에서는 전쟁 때문에 학교에도 못가요. 두근이는 폭탄소리와 죽음의 위험을 피해 다른 별로 피난을 갔어요. 하지만 그 별에서는 국적이 없다며 내쫓으려 해요.
#2. ‘으뜸이’가 사는 별에서는 법을 어기더라도 돈만 있으면 처벌받지 않아요. 얼마 전 기자인 으뜸이가 뇌물을 받은 정부 관료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으뜸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어요.
“여러분에게 나눠준 ‘어느 별 인권 이야기’ 자료에 나온 다양한 일들이에요. 이 이야기는 실제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해요. 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권리는 무엇일까요?” 이은진 교사가 말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발산초 6학년 5반 교실. 이 교사는 학생들과 <우리 별 인권 약속>이란 인권친화교실의 교육 자료로 수업을 진행했다. 인권친화교실은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인권을 이해하고 평등과 존중, 존엄성 등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각 별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를 나눈 뒤 ‘교육받을 권리’,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 등이 적힌 스티커 중 각 별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티커를 활동지에 붙였다. ‘으뜸별’을 주제로 한 모둠에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처벌받지 않는 건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스티커를 선택했다.
채원군은 “내가 살펴본 ‘팡팡별’은 대통령이 선거 없이 20년 동안 독재를 했다.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는 일도 일어났다”며 “모든 사람이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와 감옥에 가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권은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 난민사태가 이슈다. 특히 얼마 전 터키 휴양지 보드럼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살배기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퍼지며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교사처럼 인권을 주제로 계기교육을 하는 학교 현장도 주목받고 있다.
난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의 태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작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다. 지난 2013년 국제아동구호개발 비정부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 만 18세 미만 난민아동은 2012년 말 기준 17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 가량이 무국적 상태다. 이들은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학교 입학이나 병원 이용 등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모가 낯선 외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탓에 양육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전해져 발달 지연과 심리적 문제도 겪고 있다.
난민아동의 경우 부모가 난민지위이기 때문에 난민신청을 한 뒤 가족결합 원칙에 따라 부모의 난민인정 여부 결과에 따라 체류 근거가 생긴다. 즉, 부모가 난민으로 인정되면 아이도 자동으로 난민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이날 이 교사는 쿠르디의 사진을 보여주며 난민이 왜 생겨나며,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설명했다. 아이들은 시리아의 난민 소년들이 타국의 길거리에서 꽃을 팔며 힘겹게 생활하는 영상도 봤다. 이 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과 인권 수업을 진행하며 특히 두 가지를 강조한다. ‘그 사람들과 자신을 다르게 보지 말자는 것’과 ‘인권보호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은 ‘난 그렇지 않은데 저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 내가 도와줘야겠다’고 시혜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교과서를 보고 인권보호 활동은 마틴 루터 킹이나 테레사 수녀 등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인권침해 교육을 할 때는 ‘나도 겪을 수 있는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하고 연대의식을 갖도록 가르친다.”
이 교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활동도 한다. 아이들은 지난해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10일)을 맞아 강제구금돼 고문을 당하는 필리핀 청년의 이야기를 접하고 필리핀 정부에 그 청년을 풀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또 브라질 월드컵 때는 축구공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아동노동 착취 실태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학기 초 학생들과 함께 언제 불편하고 억울하다고 느끼는지 권리침해 사례를 직접 찾아봤다”며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급식을 적게 주는 걸 ‘차별’이라고 느끼고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다 실수했을 때 야유나 비난받는 걸 존중받지 못한 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교사 입장에서의 권리를 정리한 인권선언문을 만들어 교실 뒤편에 붙여 놨다.
이정민양은 “수업시간에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직장도 못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와 수업을 통해 자연재해나 전쟁을 피해 살 권리를 찾아 떠나는 난민의 존재를 알았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잘 살고 있는데 다른 나라로 떠나다가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는 과정도 까다롭고 난민에 대한 제대로 된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태다. 외국은 그나마 난민아동 수당이나 자국의 언어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가령, 호주의 스타츠(STARTTS)는 고문을 비롯해 난민으로서 겪은 다양한 외상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치유와 재활에 힘쓰는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트라우마를 안고 예민해져 있거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치료를 한다. 특히 발달이 진행 중인 아동·청소년 난민의 경우,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공동체 활동을 비롯해 운동·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운영하는 인권친화교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년에 네 번 인권교육 패키지 자료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우리 생활 속 차별의식을 발견하거나 세계인권선언의 구체적인 항목을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활동도 있다. 올해 전국의 145개 학교, 201명의 교사가 인권친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나 신청은 전화(070-8672-3394)나 이메일(hre@amnesty.or.kr)로 하면 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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