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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른들 멋대로 바꾸는 교육과정, 민주주의 어긋나요”

등록 2015-09-21 20:34수정 2015-09-22 10:11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세계 민주주의 날’을 맞아 청소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교육정책과 학내 자치활동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세계 민주주의 날’을 맞아 청소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교육정책과 학내 자치활동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세계 민주주의의 날’ 행사
“‘하늘의 별 따기’요. 그만큼 현재 학생 처지에서는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깨어 있는 거’요. 활동해 보니 내가 알고 깨어 있어야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권리를 침해당하더라도 정당하게 요구하고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이었다.

10대들 직접 기획·참여한 토론회
‘교육정책’ ‘학내 자치활동’ 주제로
혁신 내걸고 흐지부지된 정책 비판
비민주적 동아리활동 현실 등 지적
토론 주제 모르고 온 청소년도 있어
행사 첫회 서툰 진행 아쉬움 토로도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 ‘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한 청소년 토론회가 열렸다. 유엔이 반기문 사무총장 취임 첫해인 2007년 제정한 ‘세계 민주주의의 날’은 민주주의의 참뜻을 되새겨보고, 현재의 우리 모습과 바람직한 민주주의 미래상에 대해 성찰해보는 게 목적이다.

이날 토론회는 ‘청소년, 민주주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서울특별시학생참여단 10명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직접 맡았다. 세부 주제는 ‘교육정책’과 ‘학내 자치활동’으로 기획단 학생들이 각자 다루고 싶은 내용들을 쓴 다음 투표로 결정한 주제였다.

토론회에서는 교육정책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물론 대학이나 스펙만을 중요시하는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먼저 “혁신이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끝은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바뀌는 정책들로 피해 보는 사람은 학생이지만 정작 정책을 만드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등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스웨덴 국가교육청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황선준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장은 “스웨덴의 경우 과목별로 교사들이 모여 교육과정을 만들면 국가교육청에서 정리한 뒤 의회에 넘겨 의결한다”며 “한국에서 교사와 학생은 스스로 ‘약자’라고 말하는데 스웨덴은 정책을 만들 때 교사가 진짜 주인”이라고 말했다. 교육주체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명덕외고에 다니는 김호영양은 “특별한 인재를 기른다는 취지로 만든 특수목적고의 경우 비싼 학비 때문에 관심이나 재능이 있어도 갈 수 없다”며 “졸업 뒤 이과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문과는 경영대나 사회과학대로 가는 등 특목고의 교육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입시경쟁을 조장하는 학벌주의 사회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자치활동의 통로가 되는 자율 동아리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학생들은 “보통 동아리가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 들어가기 힘들거나 그마저도 가위바위보로 뽑거나 성적을 따지는 면접을 봐서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다예양(방산고)은 “동아리 선발도 문제지만 운영 자체도 힘들다”며 “내가 원하는 자율 동아리를 직접 꾸리려 해도 학생 15명 이상을 모은 뒤 담당교사를 직접 찾아서 교장선생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자율 동아리 맡는 걸 귀찮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사가 동아리 지도에 적극 참여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동아리 부원을 뽑는 면접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예원(당곡고)양은 “사전 모임 때 주제에 맞춰 각 학교 사례를 조사했다. 친구들한테 학내 민주주의에 대해 떠오르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그게 뭐냐고 되물어 애를 먹었다. 학생회나 자치활동 등 구체적인 부분을 짚어서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힘들게 이뤄냈고 그 시간이 오래 흐른 것도 아닌데 학생들은 그 중요성을 잘 모르는 거 같다. 나부터 민주주의의 의미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주변 친구들한테 확산이 되고 어른들도 학생의 민주주의에 관심 갖게 될 거라 생각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라 토론회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객석을 메웠지만 토론 주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토론 과정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류수민양은 “토론을 한다는 건 알고 왔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불평불만만 말하는 느낌이 있어 아쉬웠다”고 했다. 패널로 참석했던 황선준씨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은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부터 시작”이라며 객석을 향해 조용히 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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