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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의 거짓말, 화만 내지 말고 ‘진짜 마음’ 이해를

등록 2015-09-14 20:28수정 2018-09-17 18:27

김영훈 기자
김영훈 기자
“승호야, 이 장난감 못 보던 건데?”

“그거 동현이가 줬어요. 나 가지래요.”

“그래? 요즘 이 장난감 못 구해서 난리던데 너한테 줬다고?”

“응. 동현이가 줬다니까~ 엄마는 왜 자꾸 물어봐?”

승호(7살) 엄마는 난데없는 아들의 짜증에 당황스러웠다. 최근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고 구하기 힘든 장난감을 친구가 주었다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호 엄마는 동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동현이가 장난감을 줬다는데,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동현 엄마는 “동현이가 장난감을 잃어버려 유치원에서 울면서 왔다”고 전했다. 승호 엄마는 얼굴이 벌게져 전화를 끊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승호 엄마는 승호에게 “너 왜 친구 장난감을 훔쳤어? 엄마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너 정말 뭐가 되려고 이러니?”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과연 승호 엄마는 아이의 거짓말에 잘 대처한 것일까?

거짓말했다고 지나치게 화내면
더 큰 거짓말쟁이 만들 수 있어
거짓말 뒤 숨은 동기 파악 먼저
거짓말 관련 아이 그림책 보며
숨겨진 아이 마음 들여다보고
현명한 대처법도 엿볼 수 있어

■ 분노·추궁·협박은 도움 안 돼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부모들은 대개 노발대발하며 화부터 낸다. 아이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추궁하고,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화를 내고, “앞으로 거짓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이러한 반응은 아이들의 행동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부모가 과도하게 화를 내면, 아이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거짓말을 더 자주 하고 더 큰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아이 괜찮아요>의 저자인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어른들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며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보면, 2~3살짜리 아이들은 현실과 공상을 잘 구별하지 못해 “도깨비를 봤다” “까만 사과를 봤다”고 말한다. 4~5살 정도 되면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또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6살 이상이 되면 옳고 그름을 구별하게 되지만, 다양한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서 전문의는 “아이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화를 벌컥 내지 말고 아이가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 차분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 코칭의 정립자이자 아동심리학자인 하임 기너트도 그의 저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부모들이 아이의 거짓말에 대한 분별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이들이 사실대로 말하면 곤란하게 되는 경우나 현실에서 부족한 점을 상상 속에서 메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도록 돕고, 평소에 아이들에게 비판적인 어조로 “왜 ~했니?”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아이와 함께 볼 만한 그림책 분노·추궁·협박이 적절치 않다면, 아이의 거짓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거짓말 관련 그림책에서 현명한 대처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상황과 그때의 아이 마음을 엿볼 수 있고, 현명하게 문제를 푸는 어른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짓말 공주>(메리앤 코카레플러 지음, 책단배 펴냄)를 보자. 이사를 가서 새 학교에 간 캐서린은 친구들이 자기를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이 왕실 가문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한번 거짓말을 하자 거짓말이 계속된다. 자신의 할머니가 여왕님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왕관은 진짜 다이아몬드로 만든 왕관이라고 말한다. 친구들은 감쪽같이 속아 캐서린에게 여왕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다. 캐서린은 거짓말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할머니에게 이실직고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캐서린의 할머니는 캐서린의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했을까? “왜 그런 거짓말을 해서 이렇게 힘든 상황을 만드느냐”고 화를 냈을까? 그렇지 않다. 할머니는 귀 기울여 아이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한참을 듣고 나서 “정말 골치 아픈 일이구나. 하지만 한숨 푹 자고 나면 모든 게 잘 풀릴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할머니는 캐서린의 거짓말대로 왕관을 쓰고 나타나 여왕처럼 행세한다. 캐서린은 그런 할머니를 보며 진실을 말할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는 공주가 아니라 보통 아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그때 캐서린에게 “그래도 내겐 언제까지나 나만의 공주님이란다”라고 말한다. 진실을 말하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캐서린은 겁먹었지만, 어느새 캐서린에게는 함께 놀 친구가 생긴다.

이토록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어른이 있을까. 캐서린의 할머니처럼 일단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리고 아이의 거짓말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도 말한다. 전문가들은 또 거짓말을 하면 자신에게도 좋지 않고, 솔직하게 진실을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시작한 아이와 함께 읽어볼 만한 그림책으로 <거짓말>(고대영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거짓말 대장>(대런 파렐 지음, 책과콩나무 펴냄), <매튜는 거짓말쟁이>(바버라 애버크롬비 지음, 미래아이 펴냄),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지음, 비룡소 펴냄)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면 <거짓말을 했어!>(이성률 글, 시공주니어 펴냄)도 있다. 특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이와 그림책을 읽으며 거짓말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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