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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존댓말로 별칭 써가며 진행하는 가족회의

등록 2015-08-24 20:50수정 2015-08-31 23:27

가정 또는 학급에서 긍정훈육법을 실천해보고 싶다면 제인 넬슨의 누리집(www.positivediscipline.com)을 비롯해 김성환 교사 등이 만든 피디-코리아 누리집(www.pd-korea.net·사진) 등을 통해 정보를 나눌 수 있다. 
 피디-코리아 누리집 갈무리
가정 또는 학급에서 긍정훈육법을 실천해보고 싶다면 제인 넬슨의 누리집(www.positivediscipline.com)을 비롯해 김성환 교사 등이 만든 피디-코리아 누리집(www.pd-korea.net·사진) 등을 통해 정보를 나눌 수 있다. 피디-코리아 누리집 갈무리
[함께하는 교육] 가정 내 긍정훈육법 사례
현도정보고 김영원 교사의 가정은 토요일 저녁마다 가족회의를 연다. 남편, 중학교 2학년, 고교 2학년 딸 둘 그리고 김 교사까지 네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다.

‘요즘 아이들하고는 대화하기가 참 어렵네….’ 여느 교사들처럼 사춘기를 맞은 자녀들뿐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러다 올해 1월, ‘학급긍정훈육법’을 알게 됐고, 이 훈육법에서 권장하는 학급회의 방법을 가정에서 적용해보기로 했다.

이들의 가족회의에는 다른 가족들의 일반적인 가족회의와는 다른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회의 때는 네 가족이 둘러앉는다. 평소 서로 반말을 썼다 하더라도 이 시간에는 존댓말을 쓴다. 이때 각자 만든 별칭으로 서로를 불러준다. 평소 ‘엄마’로 불리던 김 교사는 이 시간만큼은 ‘햇살님’으로 통한다. 별칭은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이미지나 사물 등에서 빌려와 짓는다. 회의시간에 평소처럼 엄마, 아빠라고 부르면 자녀들은 ‘이거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별칭을 부르면 이 회의 안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자격을 얻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진행은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며 맡는다. 보통 회의 때 다른 참여자의 생각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을 경우, 누구나 자유롭게 손을 들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지만 이 회의에서는 누군가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는 말을 끊지 않는다. 이런 원칙들은 ‘상호 존중’에 방점을 찍은 학급긍정훈육법 학급회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과거에 ‘집안일’을 주제로 가족들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면 엄마는 일방적으로 ‘당신들도 집안일에 참여 좀 하라’는 잔소리만 했을 텐데 가족회의를 연 뒤로는 이런 주제들이 ‘회의 안건’이 되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롤플레잉도 한다. ‘집안일’이 안건이었을 때 김 교사는 엄마가 퇴근하고 아이들 챙기고, 밥·빨래하면서 보내는 저녁시간 상황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막연히 ‘엄마가 바빴네’가 아니라 ‘엄마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구나’라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설명이 아닌 질문하는 대화’도 시도했다. 자녀들이 소풍을 다녀왔다고 치면 “어디 갔었다고 했지? 거기 좋더라”는 식의 사건 나열로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그래. 다녀왔더니 어땠니? 거길 보고 오니까 뭘 더 하고 싶어졌니?”라는 식으로 생각, 느낌, 결심 등을 묻는 대화였다.

이런 원칙 아래 회의를 한 지 약 8개월. 가정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말수가 점점 줄어만 가던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선 어느새 대화와 배려가 싹텄다. 딸들은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엄마의 어려움을 생각해 밤늦게라도 엄마를 위해 설거지를 대신 한다. 가족회의를 부담스러워했던 아빠는 이제 이 회의를 가장 기다리는 사람이 됐다. 김 교사는 “이 나이대 아버지들이면 가족들 사이에서 겉돌기 쉬운데 가족회의를 통해서 아빠 이야기에 끝까지 귀를 기울여줘서 그런지 ‘회의 시간에는 속이 참 후련하다’고 말한다. 아이들 생활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면서 가정교육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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