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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찰칵’ 뭘 찍나 살펴보면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등록 2015-08-17 19:47수정 2015-08-31 23:32

1. 두날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프로젝트룩’과 함께 7월 한달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프로젝트룩 제공
1. 두날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프로젝트룩’과 함께 7월 한달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프로젝트룩 제공
[함께하는 교육] 사진 활용한 창의수업
지하철 안전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어느 집 담벼락 너머로 자라난 꽃나무가 가로등에 비친 저녁 골목. 창문을 통해 건물 안 계단에 드리운 ‘네모난 햇빛’과 파란색 젤리슈즈를 신은 아이의 한쪽 발.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문화예술회관 지하 1층. ‘꾸마사진전’(꿈꾸는 아이들의 사진전)에 내걸린 작품들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 꼬마 작가들은 지난 한달간 ‘우리 동네’를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

“어! 이건 내가 찍은 거다.”

“한경주. 이거 네 사진이지? 잘 찍었네.”

아이들은 신기한듯 서로의 사진을 구경하다 각자 본인의 사진 앞에서 혀를 내밀고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른바 ‘이미지 홍수 시대’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더 친근하다. 주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허세 사진’이나 반대로 남을 비방하는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SNS)에 서슴없이 올린다. 또 과장된 광고사진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정해진 규범에 따라 자신의 본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이미지대로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올바른 이미지 언어를 배우고 자신의 마음은 물론 세상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수업이 있다. 단순히 예술적 감성이나 창의력을 기르는 거 외에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거나 사람을 눈속임하는 ‘착시 사진’이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사진 찍는 활동을 통한 창의수업 현장을 찾아가봤다.

2. 지난 8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꾸마사진전’에서 작가로 참여한 아이들이 서로의 사진을 보고 있다.  프로젝트룩 제공
2. 지난 8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꾸마사진전’에서 작가로 참여한 아이들이 서로의 사진을 보고 있다. 프로젝트룩 제공
‘우리 동네’ 주제 사진전 연 꼬마작가들

두날개지역아동센터(서울 영등포구 위치) 아이들과 ‘꾸마사진전’을 연 ‘프로젝트룩’(이하 룩)은 3명의 사진작가가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게 한다. 사진심리교육연구소를 표방하는 룩의 목적은 아이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것이다.

박혜성씨는 “보통 성인은 어느 장소에 가면 랜드마크를 찾거나 크고 화려한 이미지 위주로 사진을 찍는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것에만 집중해서 본다. 어른이 보기에 하찮은 것이고 사진의 구도가 삐뚤어지거나 초점이 흔들려도 아이들의 사진에는 그들만의 순수한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 몇 장만 봐서는 티가 안 나지만 아이가 찍은 사진 몇백장을 놓고 보면 그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그만의 고유한 색깔이 드러난다. 박씨는 “아이의 일기장을 꾸준히 들여다보면 그 아이의 성향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진 이미지 통계를 통해 아이가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지, 더 나아가 아이의 심리상태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사는 대림동은 물론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까지 갔다가 걸어서 되돌아오는 등 이곳저곳 다니며 각자 400~500장의 사진을 찍었다.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 머물렀지만 아이 한명 한명의 사진은 모두 달랐다.

3. ‘예술상상체험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천 대화초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착시 사진. 최화진 기자
3. ‘예술상상체험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천 대화초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착시 사진. 최화진 기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10살 민정양의 경우 처음에는 작은 걸 또렷하게 찍는 접사 기능을 알려달라고 해서 작가가 기능을 설명해줬다. 하지만 아이가 찍은 사진은 대부분 초점 없이 흔들린 사진이었다. 민정양은 처음에 작가들이 현장 스케치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을 촬영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만큼 본인을 드러내는 데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민정양의 그런 모습은 아이가 찍은 흐릿한 사진들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8살 인호군은 특히 ‘버려진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이나 페인트가 뜯겨져 나간 벽을 찍었다.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다. 늘 “내가 찍고 싶은 걸 찍었으니 그걸로 완성”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인호군에게 왜 사진을 더 찍지 않냐고 다그치지 않았다.

작가들은 아이들에게 사전에 사진기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이 촬영하면서 물어보는 것을 설명해줬다. 또 다른 사람이 찍은 수많은 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이유를 서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활동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사실을 접하는 동시에 본인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박씨는 “미술치료처럼 아이들은 사진 속 인물이나 배경에 자신을 이입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가령,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을 보고 각자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파란 벽으로 이어진 골목을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아이들은 “하늘로 날아가는 거 같다” “뛰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똑같은 사진을 보며 “엄마한테 혼날까봐 도망간다” “파란색이 추운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시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이 보거나 직접 찍은 사진은 그 아이를 나타내는 이미지 언어가 되는 셈이다.

룩의 강신효씨는 “아이가 자기만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찍었을 때 칭찬해주면 그 아이는 자신감을 되찾게 되고 더 주체적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감정을 숨기거나 통제하려 하지만 아이들은 훨씬 명확하게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른들은 규범화된 틀에 아이들을 가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한다.”

룩은 아이들에게 ‘사진 타임캡슐’을 만들어주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선물하는 일이다. “나중에 커서 사회에 적응하면서 아이들도 바뀌겠지만 힘들고 지칠 때 순수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 ‘이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사진을 찍었구나’ 하며 치유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프로젝트룩 페이스북(www.facebook.com/projectlook1)에 가면 자세한 교육 내용과 일정 등이 나와 있다.

캐릭터와 직접 사진찍기? 어렵지 않아요

지난 6일. 인천 대화초등학교 체육관에 학생 40여명이 모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예술상상체험대’ 프로그램으로 예술강사들이 오에이치피(OHP) 필름과 원근법을 이용해 착시 사진을 찍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아이들은 만화나 영화,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전현구 강사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묻자 아이들은 ‘헐크’ ‘아이언맨’ ‘징징이’ ‘스파이더맨’ 등을 얘기했다. 전씨는 “그럼 눈을 감고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를 불러보자”고 했지만 실제 분장한 캐릭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체육관 무대 위 대형 화면에 학생들이 캐릭터와 함께 찍은 사진이 비쳤다.

“투명한 필름에 캐릭터를 그린 뒤 사진을 찍는 식이다. 실제로는 캐릭터를 그린 필름이 나보다 작지만 카메라에 가까이 두고 사진을 찍으면 나보다 커 보인다. 바로 ‘착시현상’이다.”

전씨의 설명 이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팀별로 예술강사와 함께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2학년 유기정군은 “원래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한다. ‘미니언즈’를 그린 뒤 손잡고 노는 사진을 찍었다”며 “나중에 보니 실제 캐릭터와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은 것처럼 나와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빛으로 놀자’라는 주제로 사진·영화·디자인·애니메이션 분야의 작가들이 진행한 통합미디어 수업 중 하나였다. 전씨는 “아이들은 직접 사진을 찍으면서 잔상현상이나 원근법, 착시 등의 원리를 깨닫고 그 과정에서 감정도 표현해본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 등 한 장르의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기보다 여러 매체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예술적 감성이나 창의력 등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 수업의 가장 큰 목적은 ‘놀라움’, ‘드라마틱함’을 끌어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고 작업했다가 나중에 본인이 그린 그림이나 사진의 완성본을 보고 놀라워한다. 모든 걸 이론으로 다 가르친 뒤 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사전에 설명한 대로 계획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상력이 줄어든다. 우리는 늘 이론적 설명보다 활동을 우선으로 한다.”

강사들은 또 기존의 사진이나 영상, 디자인 등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미 누군가가 틀을 지어놓은 즉, ‘프레이밍된 작품’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이후 아이들은 똑같은 걸 접해도 그 의도를 곱씹어보고 본인들이 무엇인가를 표현할 때도 프레이밍 과정을 거친다는 걸 깨닫는다. 홍보를 위해 누군가 일부러 만든 자극적인 문구나 사진 등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이미지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강신효 작가는 “사진 찍기를 활용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표현의 기회는 물론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 한다”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동시에 아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자기가 돋보이거나 사진을 잘 찍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사진에 기술이나 보정작업을 통해 ‘화장’을 한다. 아이들은 그런 걸 알지도 못할뿐더러 솔직하고 담백하다. 효율만을 따지는 도제식 교육이 오히려 개인의 고유한 성향을 망가뜨릴 수 있다. 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 시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는 작업은 중요하다.”


캐릭터와 함께 재미난 셀카 찍어봐

쉽게 할 수 있는 이미지 놀이

지난 6일 인천 대화초 학생들이 ‘예술상상체험대’ 예술강사들과 함께 직접 캐릭터를 그려넣은 오에이치피(OHP) 필름을 들고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6일 인천 대화초 학생들이 ‘예술상상체험대’ 예술강사들과 함께 직접 캐릭터를 그려넣은 오에이치피(OHP) 필름을 들고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 사진을 찍고 있다.
빛나는 얼굴

캔버스와 색연필, 야광펜만 있으면 가능하다. 부모와 자녀 혹은 친구끼리 마주앉아 서로의 얼굴을 관찰한다. 도화지를 보지 않고 상대의 얼굴만 보고 특징을 잡아 그림을 그린다. 이후 가장 예쁜 부분을 야광펜으로 덧칠한 뒤 빛을 충분히 쬐어준다. 완성되면 불을 끄고 서로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한다. 가족이나 친구 간에 애정을 쌓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기회가 된다. 또 얼굴만 보고 그리기 때문에 미리 모습을 상상하거나 틀을 만들지 않고 즉흥적으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착시사진 찍기

투명한 오에이치피(OHP) 필름에 좋아하는 캐릭터나 사람을 매직으로 그린다. 그림을 적당히 색칠한 뒤 필름 뒷면 그림 부분을 수정액으로 채워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후 카메라 앞쪽에 필름을 두고 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사진을 찍는다. 마치 실제 캐릭터와 바로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캐릭터 동작을 따라하거나 재밌는 포즈로 연출하며 다양한 사진을 찍어본다. 상상력과 표현력 등을 기를 수 있다.

사진 타임캡슐

아이에게 ‘자신만의 카메라’를 준다. 5만원 정도면 중고 카메라를 살 수 있다. 사전에 초상권 문제 등 함부로 찍으면 안 되는 걸 미리 알려준 뒤 사진을 찍게 한다. 이때 무조건 아이에게 찍어보라고 하면 막연해하고 재미없어한다. 가령, “이 시간에는 구름을 볼 수 있고, 이따 밤엔 별을 볼 수 있어”라거나 “개미가 지나간다” “콜라나 과자도 찍어볼래?”라는 식으로 관심거리를 던져준다. 대신, 사진을 찍고 안 찍고는 온전히 아이의 몫으로 내버려둔다. 계속 찍다 보면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아이의 심리 상태는 어떤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사진을 꾸준히 모으면 중요한 추억이 담긴 ‘타임캡슐’이 된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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