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퇴계원 소재 무지개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이 허경회 대표의 화상 철학수업을 듣고 있다. 무지개지역아동센터 제공
지역아동센터에 온 화상 철학강의
“나는 본래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왜, 얼마나 소중할까?”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할 때 꼭 필요한 질문들이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이 이런 질문들을 놓고 깊이 생각해볼 기회는 흔치 않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육소셜벤처 더나은세상연구소(이하 연구소)의 허경회 대표(홍익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어린이 철학 워크북 <나는 누구인가요>(IBL북코리아) 집필)는 지난달 29일부터 경기도 퇴계원 소재 무지개지역아동센터와 충북 증평군 소재 증평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20주차로 이루어진 수업의 이름은 ‘케이(K)스페이스 교육복지 프로그램’.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며 이와 관련한 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연계하는 게 특징이다. 수업은 직접 방문 교육 및 원격화상 강의로 진행하며 인터넷 카페(cafe.naver.com/kspes)에서 쌍방향 지도도 이루어진다. 허 대표는 “학생들은 전 과정을 통해 나·우리·문명·신앙·삶·사랑·꿈·역사라는 8개 주제를 배우며 인간관, 세계관, 역사관 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고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업을 하는 데는 케이디비(KDB)산업은행(회장 홍기택)이 약 500만원을, 연구소 후원자들이 교재비 등을 일부 지원했다. 허 대표는 “사회 전반적으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진정한 개혁 바람이 불려면 미래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의 생각을 깨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냥 질문이 아니라 ‘의미 있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돕는 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강남 사교육을 뛰어넘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계층간 학습격차도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빈곤의 대물림도 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시도한 일”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증평지역아동센터 윤상혁 사회복무요원은 “처음에는 철학이라는 주제 자체가 난해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단순히 사상가의 사상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늑대인간과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을 던져주는 수업이라 새로웠다”고 했다.
무지개지역아동센터 신유미 센터장은 “초등학교 시기에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철학교실을 통해서 아이들이 인성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을 정립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여했는데 학부모 등 어른들 대상의 철학수업도 개설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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