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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닝 담배’ 찾는 마음속엔 부모와의 불화 있어

등록 2015-08-10 20:48수정 2015-08-31 23:39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아침 출근길 마을버스 안에서 나도 모르게 창밖에 시선을 뺏기는 경우가 있다. 몇몇 아이들이 구석진 곳에 함께 서 있는 걸 보게 된다. 나는 하루의 시작을 ‘모닝담배’와 함께하는 학생들을 안다. 내가 이런 아이들을 유심히 챙겨 보는 것은 교칙위반 사실을 적발하거나 신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흡연을 통해 그 아이의 문제를 알려주고 있는 경고의 소리를 들으려는 것이다.

담배 소지로 담임선생님에게 걸려 상담실에 온 중1 아이가 있었다. “5학년 2학기 때 처음 담배를 피웠어요. 그때 아빠 담배를 갖고 와서 한 거였고, 왜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호기심이랑 짜증 둘 다…. 그리고 6학년 때 다시 피웠고요. 그래도 초등 때는 담배를 피워도 중독 정도는 아니었고, 며칠 안 해도 참을 수 있었는데, 중학교 와서는 하루에 한 갑, 반 갑 정도 피웠어요. 한 번씩 줄이려고 하루에 한 개비씩 정해놓고 피우기도 하는데 잘 안돼요. 스트레스 받으면 담배부터 생각나요.”, “가족들 짜증나요. 친구들하고 못 놀게 해요. 아빠가 친구들한테도 욕하고….”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아이의 흡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아이에 대한 사람들의 나쁜 인상과 평가를 덜어주고 싶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굉장히 무서운 기세로 “절대, 흡연은 용납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담배를 피우게 되는 이유나 근본 원인, 금연의 동기를 가질 수 있게 마음을 살펴줘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심해보였다. 짐작하건대, 엄마는 너무 무섭게 다잡는 남편에게서 딸을 막아주느라 아이의 문제를 쉬쉬하며 숨기는 데 급급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빠의 폭력적인 방식도 문제지만 엄마의 이런 행동들도 아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마도 아이가 왜 답답해하고 짜증이 가득 차 있는지 진심으로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걸까?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근본적인 원인, 즉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호기심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의 이유들을 말하기도 하지만, 주요한 원인들은 가족문제나 또래관계의 영향, 부적응의 문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이른 나이에 담배를 접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은 가정환경·가족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못할 때 또래 모임에서 위안과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이때 담배는 그것을 확인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러니 나쁜 친구의 영향으로 아이가 흡연에 이르게 되었다고만 여기면 안 되는 것이다. 내 아이가 왜 그 아이들에게 마음을 붙이게 됐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또래들끼리 함께 흡연하는 과정에서 음주, 약물, 성 문제 등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점이다. 흡연이 비행 문제의 시작점인 것이다. 그러니 청소년 시기의 흡연을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기고 가벼이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먼저, 부모자녀 관계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아이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부모에 대한 분노 감정이 흡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도한 기대로 인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그리고 부모의 야단과 잔소리, 눈물어린 호소로 금연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기억하기. 심하게 혼내거나 윽박지르고, 감시를 강화하는 건 반항심만 키울 뿐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 지점에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금연동기를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 흡연을 강요당하거나 동참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그 고리를 끊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금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낮은 자존감과 떨어진 자기효능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작업을 찾아서 친구들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는 친구들과 함께 금연클리닉 등에 등록하여 서로 담배를 권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금연하려는 의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개개인에게 적합한 동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함께 운동을 하면서 흡연 때문에 운동을 할 때 과하게 숨이 찬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담배 때문에 치아가 누렇게 변색된다는 것을, 키가 1년에 약 2㎝나 덜 자란다는 연구 결과를 말해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시간이 들지는 모른다.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고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금연한다는 게 참 어려울 거야. 쉽지 않은 것이지만 분명히 해낼 수 있어. 우리가 도와줄게.” 부모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겠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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