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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형사 성공보수 무효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5-08-03 22:57수정 2015-08-31 23:45

지난달 24일,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열리는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4일,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열리는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형사 성공보수 무효, 사법불신 씻는 계기로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 하나하나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을 해치고 사법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금지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착수금과 차후 성공보수로 구성된 변호사 수임 방식이 크게 바뀌게 됐다. 판결의 기대대로 사법현실 개혁의 계기로 이어지기 바란다.

이번 판결은 기형적으로 고착돼온 우리 변호사업계의 관행을 겨냥한 것이다. 주요 사법선진국들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금지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거액이 아니라면 민사건 형사건 성공보수를 인정해왔다. 그러다 보니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가 오가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수사팀이나 재판부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수소문해 선임하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전관예우의 악습은 이런 관행과 함께 번성했다. 전관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의 결과에 따라 거액의 성공보수를 챙기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의뢰인들은 변호사가 어떻게든 사건 결과를 바꿀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를 하게 됐고,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그런 부당한 영향력 때문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따위의 사법불신이 그래서 싹텄다.

대법원은 이런 현실이 사법부패 혹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실추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변호사가 대가 수수 관계로 전락하는 것도 정의의 실현에 협력해야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성공보수를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 행위로 판결한 이유다.

이번 판결로 변호사 시장은 큰 요동을 겪게 됐다. 가뜩이나 수임난을 겪는 상당수 변호사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임료 방식이 바뀌면 되레 의뢰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거나, 성공보수 없이 변호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비정상은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없었던 성공보수 문제를 굳이 직권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앞으로는 무효’라는 판결 내용도 실은 국회의 입법에 맡기는 게 더 온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사법현실에 큰 영향을 미칠 판결을 단행한 것은 최근 표방해온 정책법원의 위상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대법원 자신도 국민이 비판하는 스스로의 비정상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형사 성공보수 폐지, 이참에 전관예우 추방하자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유지돼온 형사 성공보수가 67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23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성공이라고 정해 금전을 주고받기로 하는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고위 법관 또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형사 성공보수는 전관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선 “대법관들이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는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사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형사 성공보수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은 형사 성공보수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허용하고 있지만 형사사건 대부분을 국선변호인이 맡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거액의 성공보수를 둘러싼 논란이 없다.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돼 왔다. 의뢰인은 보석·무죄·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담당 검사나 판사와 가까운 전관 변호사에게 몰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판사·검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거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과다수임료 문제로 이어졌다. 종종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 허모씨는 석방 성공보수로 변호사에게 1억원을 선납했다. 허씨는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결국 형사 성공보수가 형사재판을 연고주의, 전관예우에 오염시켜 사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 때문에 2000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2007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형사 성공보수 금지를 추진했으나 입법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름만 걸어놓고 ‘도장값’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행태부터 없애지 않으면 전관예우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

형사 성공보수를 폐지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풍선효과’로 전관 변호사들의 착수금이 크게 올라가면 진정한 개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거액의 착수금을 미리 받아놓고 불성실 변론을 한다면 의뢰인 입장에선 차라리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주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약발’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착수금을 올리면 의뢰인은 그대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법원과 대한변협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대법원 잘못된 관행부터 바꿔야”…중앙 “전관예우 근절 계기돼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형사사건 변호인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성공보수 약정을 민법의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재판에서는 형벌의 종류와 형량을 결정하는 법관과 검사의 재량권이 큰 편이다. 그만큼 재판받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담당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픈 유혹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성공보수는 이런 심리를 더욱 부추긴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법관이나 검사와 가까운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재판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성공보수는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법부발(發) 법조 개혁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대법원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사법현실 개혁의 계기로 이어지기 바란다”며 기대를 보낸다. 중앙 또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가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성공보수 폐지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두 사설은 비슷한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사례비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은 성공사례비가 없어진 이후, ‘풍선효과’로 전관 변호사들의 착수금이 대폭 오를 수 있음을 걱정한다. 이렇게 된다면 개혁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앙은 “법원과 대한변협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한겨레 또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임료 방식이 바뀌면 되레 의뢰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거나, 성공보수 없이 변호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걱정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두 사설은 형사 성공보수 폐지가 꼭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겨레는 “국민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비정상은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잘라 말한다. 중앙 역시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돼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형사 성공보수 폐지가 사법 개혁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두 사설이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중앙은 ‘전관예우 근절’에 초점을 맞춘다. 중앙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법관과 변호사가 이해관계로 얽히는 일이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게끔 하자는 뜻이다. 중앙의 주장은 “성공보수의 폐단은 고위 법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전체 변호사에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과도 맥을 같이하는 듯싶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 중앙의 지적대로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은 전관예우의 악습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 한겨레는 성공보수 폐지 자체보다 이렇게 결정한 대법원의 의도와 배경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대법원이 상고이유에 없었던 성공보수 문제를 굳이 직권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 무효라고 판결한 이유”를 묻는다. 한겨레는 그 까닭을 대법원이 “최근 표방해온 정책법원의 위상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대법원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기능을 상고법원과 정책법원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고법원은 폭증하고 있는 상고사건을 도맡아 처리하고, 정책법원은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기능’을 도맡는다. 형사 성공보수 폐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정책법원이 내릴 만한 결정에 가깝다.

하지만 한겨레는 “대법원 자신도 국민이 비판하는 스스로의 비정상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부터 하라고 꼬집는다. 아마도 이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대법관 구성 방식을 지적하는 듯싶다. 이런 상태로 대법원이 ‘사회의 규준과 가치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연 이번 판결이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정의론

존 롤스 지음, 황경식 옮김, 이학사 펴냄, 2003년

고르기아스

플라톤 지음, 김인곤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2014년

윤리학자 존 롤즈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제안한다. 새로운 법률이나 정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롤즈는 우리에게 ‘무지의 베일’을 씌운다. 자신이 도입될 제도 아래서 가장 손해를 입게 될 사람이라 생각해 보라. 그럼에도 새 법률, 제도에 찬성할 수 있는가? 제대로 된 법률과 정책이라면 가장 힘없는 자들도 합리적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무엇이 진실이고 제대로 되었는지를 밝혀내는 기술이 진정한 설득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상은 사탕발림으로 거짓을 진실이라고, 손해를 이익이라고 믿게 만드는 자들을 실력 있다며 추켜세운다. 두 책은 사법 정의를 세우는 데 있어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지혜를 일러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

1991년 북한의 핵 의혹을 풀기 위해 북한 내 핵시설을 사찰해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가 거셌다. 북한은 이에 대해 남한 내의 핵 철수, 팀스피릿 군사훈련 중단, 비핵지대화 등으로 맞섰다. 그러나 1991년 11월 남한 내 전술핵의 철수가 공표되고, 12월18일 ‘핵 부재 선언’이 발표되자 북한은 국제 핵사찰 요구를 받아들이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하였다. 1992년 2월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식 발효된 이 선언을 통해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과 보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 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 금지,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핵 문제는 곧 난관에 빠져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의 2개 의혹 시설에 대한 추가 사찰을 요구하였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1993년 3월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게 된다. 북한은 2012년 4월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기하고 2013년 경제와 핵 무력 병진노선 정책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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