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예정자 명퇴뒤엔
2018년부터 퇴직자 줄어
예비교사들·교총 등 거센 반발
2018년부터 퇴직자 줄어
예비교사들·교총 등 거센 반발
정부가 교사 명예퇴직을 늘려 청년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하자 교원단체나 예비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어차피 몇년 안에 정년퇴직할 교사를 앞당겨 명예퇴직시키는 ‘조삼모사’식 꼼수라는 이유에서다. 교원 증원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는 근본적 해법으로 일자리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으로 2016~17년 채용하겠다고 27일 발표한 공공부문 4만명 가운데 1만5000명은, 교원 명예퇴직을 늘려 뽑을 신규 교원 수다. 하지만 이 가운데 1만1000명은 한 해 평균 명퇴 교원 수 5500명의 2년치다. 정년퇴직 교원은 내년 5400명(초등 2800명, 중등 2600명)쯤인데, 그만큼 신규 교원을 채용하도록 돼 있다. 어차피 교원 수급 안정을 위해 채용해야 할 일자리로 ‘새로운 청년고용 창출’로 보기 어렵다. 정부 계획대로 되더라도 실제 늘어날 최대 규모가 4000명뿐인데, 1만5000명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처럼 ‘뻥튀기’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교원 명예퇴직 확대를 두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년퇴직 예정자를 2~5년쯤 일찍 퇴직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라, 2018년 이후엔 정년퇴직 교원이 그만큼 줄게 되는 까닭이다. 명퇴 교원은 교사 자존감 저하, 공무원연금 불안 등으로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5370명, 2014년 5533명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6851명으로 역대 최고인 8700명까지 예상된다. 한국교총은 ‘50대 교사의 대거 퇴장으로 교육현장 공동화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장년층 교사와 젊은 교사의 선순환 효과’ 등을 내세워 추진할 태세다. 명예퇴직수당(1인당 평균 1억8000만원가량) 등 재원 마련 문제도 난제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감소로 올해 명퇴수당 등은 지방채로 막도록 한 실정이다.
시간선택제 전환 교사를 한 해 250명씩 늘려 교원 신규 채용 여력을 만들겠다는 방안에도 비판이 이어진다. 규모는 적지만, 교원 근무형태의 안정성을 해칠 잠재적 파괴력 때문이다. 학교 협업 시스템에 혼선을 일으키는 등 교직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교육부가 올해 3월 첫 시범운영했는데, 지금껏 전국에서 30명만 신청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용기 정책실장은 “시간선택제로 불안정 고용을 늘리는 등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방과후 학교 강사 4000명 고용 방안은 ‘단기 비정규직’을 대놓고 늘리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산어촌 등 초·중·고 2000곳에 방과후 강사를 1명씩 보내고 고정급 강사료(월 144만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0개월만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이고,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교총 등 교사단체는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는 교원 증원 정책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25.2명, 중학교 33.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3명, 23.5명)에도 못 미친다. 이를 상위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는 주문이다.
‘예비교사’ 동국대생 이규랑(28·국어교육4)씨는 “교사 총정원은 묶어둔 채 명퇴 교원을 늘리는 건 미봉책이다. 지금도 많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학교 통폐합 중단,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같은 대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정부 대책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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