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우리 아이가 공부머리는 썩 좋진 않지만 노력을 많이 해서 성적이 높은 것, 공부머리는 괜찮은데 노력을 안 해서 성적이 낮은 것. 이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쪽을 선택하겠는가?
자녀가 어릴 때 ‘우리 아이가 영재인 거 아냐?’ 하면서 기대에 찬 마음으로 아이의 나날을 지켜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며 걱정하는 소리가 더 많아진다. 머리가 나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머리가 좋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선망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좀 떨어지더라도 언제든 마음만 잡으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의 공부습관이나 다른 여건들을 탓하면서 아이를 좀더 노력하도록 채근하고 공부 자원들을 막무가내로 투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1학년 2학기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상담실에 온 아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잠을 잤고, 또래관계도 편하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맨날 자고, 성적이 그따위니까요”라고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못생기고 멍청하고 한심하죠. 제 단점은 ‘몰라요’라고 말하는 거랑 힘이 없다는 거. 허리가 축 처지고, 생각도 힘이 없고, 뭐든지 다 힘이 없어요”라고 표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돌봄 부족으로 정서적인 허약함, 기초학습의 결손, 또래관계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본격적인 부적응을 보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초등 6학년 때 검사를 했는데, 지능이 7~8살짜리로 나왔어요. 충격받았고, 울고…. 정말 짜증났어요. 이렇게 컸는데, 7~8살이라고, 장애인도 아니고. 엄마, 아빠도 저보고 술 먹고 화내면서 포기한다고 하고.”
실제로 그 아이의 지적 능력이 어떤 수준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동물을 사랑하고, 그림·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곧잘 하는 아이를 ‘바보’라고 여기게 할 수는 없었다. 2학년 말에 아이는 다시 병원을 다녀왔고, 지능검사 결과가 보통으로 나왔다. 지난 시간들이 말끔하게 회복될 수는 없었지만 고등학교 생활까지 많이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자녀가 평범하게 생활하고 적응하고 있다면 지능검사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지능이 아주 높거나 낮을 것 같을 경우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경우 다 특수교육으로 잠재력을 길러주거나 결손을 미리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치료적 효과를 보기보다는 충격을 받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검사 결과를 ‘능력’ 자체로 받아들여 삶에 큰 그늘로 남기 쉽다. 지능지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라도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과도한 학습으로 이어져 아이의 잠재력을 시들게 할 수도 있다. 다른 심리검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지능검사는 특히 실시의 과정과 해석의 과정 모두에서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평균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능검사의 제작 원리상 약 68%의 아이들은 보통의 지능지수(흔히 IQ 85~115)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나이의 전체 집단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설명해놓은 것이다. 또 지능검사가 아이의 ‘능력’ 자체보다는 ‘현재까지 학습해 온 것’을 측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아이의 미래,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 인간의 지능을 특정 검사로 알아내긴 어렵다.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도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인간의 무수한 능력들 가운데 일부분을 측정한 것일 뿐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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