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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업중 스마트폰 걷어야 하나? 학생·교사·학부모 함께 고민

등록 2015-07-27 21:23수정 2015-08-31 23:46

[함께하는 교육] 교육공동체 생활협약
지난 5월21일 서울 국사봉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내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는 학생ㆍ학부모ㆍ교사대표 각 5인이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국사봉중 제공
지난 5월21일 서울 국사봉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내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는 학생ㆍ학부모ㆍ교사대표 각 5인이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국사봉중 제공
지난 5월26일, 서울 국사봉중학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사생활의 자유, 기본적 자유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학교에서 걷는다면 그것은 헌법을 비롯한 위의 조항들을 어긴 것이 됩니다. …(중략)… 어른들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통제와 관리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통제를 하려 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

학교 구성하는 교육 3주체
민주적 과정으로 생활협약 만들어
국사봉중 ‘스마트폰 규칙’ 등
교내 ‘뜨거운 감자’ 논의하기도
스스로 참여해 정한 공개 규칙
민주적 학교 문화 형성하는 계기

방송부 학생들은 공청회를 촬영해 각 학급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방송부 학생들은 공청회를 촬영해 각 학급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국사봉중은 ‘공동체 생활협약’을 가장 먼저 만들기 시작한 학교들 가운데 하나다. 이 학교는 2012년부터 학교에서 지킬 규칙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교육의 3주체가 모여 협의해 정한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 정한 ‘공동체 생활협약’을 매년 개정해 그해 학생들이 지킬 학교 규칙을 정한다. 학생들의 교칙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가 각각 지켜야 할 약속도 함께 생활협약의 형태로 제정한다.

올해 국사봉중 공동체 생활협약 최대의 과제는 대부분 학교의 ‘뜨거운 감자’, 학생들의 학내 스마트폰 사용 문제였다. 올 초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도록 했던 기존 규정이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생활협약 개정에 대한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대자보는 국사봉중의 시사동아리 학생들이 학교의 학생·교사·학부모 대표 5명씩이 모여 연 ‘스마트폰 관련 국사봉 공동체 생활협약 공청회’(이하 공청회)를 지켜본 뒤 추가의견을 써 붙인 것이었다. 대자보가 붙자 학내 교사·학생들이 반론이나 추가의견을 메모지에 써서 붙이기 시작했고, 교사들이 반대 측 대자보를 붙이며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최대한 모든 주체의 개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학생들은 학급 내 조별의견을 모아 학급의견으로, 그 의견을 다시 학년의견, 학생의견으로 좁혔고, 교사와 학부모들도 각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주체별로 5명씩의 대표를 선발해 5월21일 의견을 모아 함께 토론을 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선생님과 부모님들 사이에 있다 보니 조금 위축돼 학생대표로서 의견을 잘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투표 결과였어요.”

학생대표로 공청회에 참가한 3학년 성나영양이 말했다. 공청회에서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시한 인터넷 총투표에서 2표 차로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안이 통과됐다. 학생들의 투표율이 교사와 학부모의 투표율에 비해 저조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투표율이 낮았지만, 특히 2학년들의 투표율이 눈에 띄게 낮았어요.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투표를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2학년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학부모 대표 5인 가운데 한 명으로 공청회에 참가한 3학년 박상현군의 학부모 이란희씨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율권을, 학부모들은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거북목 위험 등 건강권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했거든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자리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무엇이 학생들에게 유익한 방향인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공청회 진행과 사회를 맡았고, 지난 4년간 국사봉중의 공동체 생활협약 제정 과정을 지켜본 윤우현 교사는 “최대한 많은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교칙은 모두에게 소중합니다. 학생들을 최대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유익한 교육이 된다고 믿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학생들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두발, 복장 등 학교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자율규칙이라 따로 마련한 벌칙도 없죠. 학생들이 스스로 바른 학교생활을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정한 규칙이라 잘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소외되는 학생이 없어져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국사봉중을 비롯해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교사·학부모 3주체 각자가 민주적 협의 과정을 거쳐 교칙을 확정하는 ‘공동체 생활협약’을 제정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신들이 지킬 교칙을 직접 만드는 학생들은 많았지만 또 다른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부모까지 좋은 교육을 위한 스스로의 역할을 고민하게 하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학교 일을 뒤에서 불평하지 않고 공식적인 통로로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학생 앞에서 학교나 선생님을 비난하지 않고 학교의 교육적 전문성을 존중하겠습니다.”

충북 충주의 국원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3~4월 직접 만든 13개 ‘학부모의 약속’ 가운데 두 개 조항이다.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국원고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각각 자신들이 지킬 공동체 생활협약안을 만들어 5월13일 열린 공청회에서 그 안들을 한데 모았다. 학생과 교사 각 15개안, 학부모 13개안 총 28개안이 국원고의 ‘교육공동체 생활협약’으로 결정돼 5월15일 스승의 날 최종 확정됐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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