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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폭풍 진도빼기’ 등 교직사회 문제 돌직구로 노래하는 교사 밴드

등록 2015-07-20 19:53수정 2015-08-31 23:51

수요일밴드의 박대현, 이가현 교사가 경남 함안 칠서초 6학년 2반 교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방과 후 조용한 교실은 이들의 녹음실이다.
수요일밴드의 박대현, 이가현 교사가 경남 함안 칠서초 6학년 2반 교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방과 후 조용한 교실은 이들의 녹음실이다.
초등교사가 만든 수요일밴드
“…창의적인 학급 운영하라 하는 게/ 만원 주고 치킨 두 마리 콜라 오징어 그리고/ 남는 돈으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라는 거지 솔직히/ 그때그때 쳤어야 할 수행평가를/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치르네/ 제때제때 나가야 할 진도를 빼네/ 폭풍진도를 나쁜 선생님…”

지난 1일 발표된 인디뮤지션 ‘수요일밴드’(이하 수밴)의 신곡 ‘나쁜 선생님’의 가사 가운데 일부다.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수밴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인디뮤지션이자, 초등 교사 박대현, 이가현씨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듀오다. 교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에 스스로를 향한 성찰을 담은 이 노래는 자꾸 듣다 보면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나쁜 선생님’ 뮤직비디오는 지난 16일 기준 약 5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수요일밴드’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30여개의 곡을 연주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수밴이라는 이름은 상대적으로 수업이 일찍 끝나는 수요일마다 모여 연습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두 교사 뭉쳐 인디뮤지션
디지털 싱글 <나쁜 선생님> 발매
수행평가 지연, 불필요한 공문 등
학교 현장 문제점 가사에 담아
‘이렇게 써도 되나’ 걱정도 했지만
‘할 말 하는’ 동료 교사 보며 용기 내
아이들과 함께 음반도 낼 계획

“타악기 누가 할래?”

지난 10일, 경남 함안 칠서초 6학년 2반 교실. 담임 박대현 교사가 질문을 건네자 학생 몇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박 교사가 두 명의 학생을 지목했고,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 교실 뒤편에서 젬베를 가져와 다리 사이에 끼웠다. 칠판에는 그날의 연습할 노래의 우쿨렐레 코드표가 그려져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우쿨렐레를 들고 악보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21일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 ‘돗자리 음악회’를 위해 학생들은 박 교사와 함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칠서초 6학년 학생들이 음악회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칠서초 6학년 학생들이 음악회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박 교사는 수밴의 리더이자 기타를 맡고 있다. 보컬을 맡고 있는 이 교사는 바로 아래층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박 교사가 같은 학교의 이 교사와 함께 결성한 수밴은 교육 관련 심포지엄이나 경남 지역 교육청 행사 등에서 종종 공연을 한다.

‘나쁜 선생님’은 이전까지 수밴이 발표한 노래들에 비하면 가사가 과감한 편이다. 중앙제어가 걸려 있는 에어컨 때문에 체육시간이 끝나 더운데도 에어컨을 마음껏 틀지 못한다는 애환을 담은 ‘에어컨송’ 등 이전 곡들이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담아냈다면, ‘나쁜 선생님’에서는 교직 사회에서 느끼는 아이러니함, 불필요한 공문 등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사실 교사들이 ‘벼락치기’로 진도를 뺀다거나, 학교 업무에 문제가 있다는 등 제도적인 비판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해도 되나 싶었어요. 교직사회가 상대적으로 경직된 경향이 있거든요. 취미가 뭔지 물어봤을 때, 이 선생님이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서 놀랐을 정도예요. 본인이 취미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걸 밝히는 교사가 흔치 않거든요.”

정성식 교사의 책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발간을 비롯해 교사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교육제도에 대한 의견을 풀어놓는 문화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자 이들도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재치와 재미가 있는 노래라는 평을 듣는 ‘나쁜 선생님’을 만들었지만, 사실 고민도 있었다. 박 교사는 “‘이걸 진짜 노래해도 되나’ 싶은 불안함까지 함께 녹여내 가사를 썼어요. 정성식 선생님이 뮤직비디오에 출연도 해주셨고 피처링도 해주셨어요. 앨범 재킷 사진도 함께 찍었고요”라며 웃었다.

<나쁜 선생님> 앨범재킷
<나쁜 선생님> 앨범재킷
‘나쁜 선생님’에서 박 교사는 ‘이걸 말하는 게 좋은 선생님이가. 말을 안 하는 게 좋은 선생님이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곡을 만들면서 든 갖가지 의문과 생각들을 그대로 노래에 반영했다.

‘음악 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이 교사는 “아이들 눈에 선생님이 ‘오늘 옷을 예쁘게 입고 온 것 같다’ 싶으면, 꼭 물어봐요. 오늘 어디 공연 가냐고요”라며 웃었다. 교사에게도 음악활동은 일상 속 ‘힐링’이 된다.

“교사들이 학교생활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죠. 그러다 보니 다양한 느낌들을 노래에 더 잘 실을 수 있게 돼요. 그렇게 한번 감정을 표출하고 나면, 학교생활을 할 때 한결 편안해져요. 아이들에게도 더 잘해 줄 수 있고요.”

이 교사가 말하자, 박 교사가 웃으며 덧붙였다.

“아이들의 우쿨렐레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저도 기타 실력이 늘면 기분이 좋거든요. 음악활동이 나에게 주는 기쁨을 아이들과 함께 나눈다는 생각이에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어요. 단순히 음악을 듣는 방식의 공부보다는, 본인이 직접 음악활동을 하도록 돕는 게 좋은 교육이기도 하고요.”

박 교사는 올해 말께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는 칠서초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새로 음반을 낼 계획이다. 수요일밴드의 활동 소식과 노래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수요일밴드’ 계정은 물론, 누리집(sooband.com)에서도 접할 수 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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