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만든 대전 장동초의 영어 단어 교재. 임서현 교사 제공
대전 장동초 이색 영단어장
알파벳을 밑그림 삼아 단어의 의미와 관련이 있는 그림을 그려 그림단어를 만드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활동이 인기다. 이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단어의 철자를 자세히 보고,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해 창의적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전의 장동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어 교재 <영어, 미술을 만나다>도 있다. 이 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담당하는 임서현 교사는 지난 학기까지 3학년부터 5학년 학생들의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학년별 필수어휘를 정리해, 수업시간에 각자 일정량의 어휘를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임 교사는 학생들의 작품을 학년별로 모아 제본해, 학년별로 단어장 한 권씩을 나눠주고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나눠줬다. 미술활동을 하는 가운데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학생들은 타이포그래피 관련 직업을 교사들에게 묻는 등 활동에 흥미를 보였다.
단어장은 위쪽을 스프링 제본한 형태로 제작됐다. 학생들이 단어장으로 공부를 할 때 각 쪽을 접으며 배우기 쉽게 한 것이다. 이는 이 책의 각 장이 종이를 위아래로 번갈아 접어 아코디언의 주름 모양을 만드는 ‘아코디언식 계단접기’ 방식으로 고안된 까닭이다. 배울 단어가 있는 페이지를 아코디언식 계단접기로 모두 접어둔 다음, 학생들은 접어둔 종이를 한 칸씩 펴면서 알파벳의 빈 곳을 채운다.
단어 암기를 싫어하던 아이들도 교재에 자신이 그린 영어 단어가 있어 영어 과목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임 교사는 “중등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초등학교 영어 수업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그린 타이포그래피가 몇 개나 책에 실렸는지 세기도 했어요.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인 4학년 아이들이 책을 모두 끝낸 뒤 3학년 교재가 남았으면 계속 하게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림단어책이 없는 6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6학년용 책을 만들어 달라며 성화예요.”
장동초는 타이포그래피 영어 교재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의 교육자료전에 전시하고 있다.
정유미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