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진로교육 제대로 안착하려면
진로교육이 주목받으면서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다. 사진은 학생들이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자유학기제 등 주목받아
학생들은 공부 압박 덜어 좋지만
학부모는 학업 뒤떨어질까 걱정
‘미래 여는 힘 기른다’는 뜻으로
주체적인 진로탐색 돕는 활동 찾고
현장 교사업무 과중 문제 등 풀어야 ‘일회성 체험 기회만 많다’ 우려도 예전에는 진로교육이라고 하면, 관심 있는 직업인을 초청해 특강을 듣거나, 장래희망으로 삼은 직종의 일터를 방문해 일을 해보도록 하는 일회성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자유학기제 등으로 학교 진로교육의 폭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관련 부서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일일 직업체험이나 특강 형태의 교육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체험처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좋은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이미 자유학기제를 체험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학생은 “자유학기제가 끝나고 나니, 공부를 하라는 말만 들었지, 왜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느낌이에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 친구들 가운데 직업인 특강이나 직업체험 시간에 장래희망과 비슷한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곤란해하는 친구도 있고, 또 단체활동 같은 경우는 각자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 힘들어요”라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에서 고교입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도록 했는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미래 직업을 당장 정하라고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학생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정한 공·사기업 등 직업체험처에서도 1학년 학생들을 데려다 일을 가르쳐주는 게 난감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로교사들은 “학생들이 공교육 내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갖도록 하는 게 자유학기제의 의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평택 현화중학교의 김은미 교사도 일일 직업체험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던 프로그램들이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학생 1인당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눈높이에 맞게 정해 다 함께 돌려 읽었던 독서 프로그램이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 짜기,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수업 등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고민해 볼 수 있는 수업들이 가장 효과가 좋았어요.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들을 관찰하기 좋고, 결국 좋은 상담을 할 수 있게 되고요.” 핀란드의 경우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미래 직업을 미리 경험해 본다는 의미보다는, 그 직업의 사회적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2010년 봄부터 한국의 중학교 1학년과 비슷한 연령대의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 사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5개 분야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500㎡ 크기의 상설직업체험장을 마련해 학생들이 체험 당일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직접 생산과 소비 생활을 체험하며 직업의 사회적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체험 전 교사와 함께 세금제도 등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사전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어렵다면? 다양한 체험활동 창구들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 물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또는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수원 장안고 문미경 교사는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 대부분은 부모의 반대 등 진로를 결정할 때 장애가 되는 진로장벽을 의식하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제 등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부, 고용노동부와 산하 유관기관들에서는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특히,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자유학기제 온라인정보시스템’(freesem.moe.go.kr)에는 관련 정보가 있는 누리집들이 특성에 맞춰 잘 정리되어 있다. 여러 종류의 체험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는 활동 포털은 물론 봉사활동, 동아리, 각 지역 교육청·문화예술활동 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정보가 많아 관심 있는 청소년은 물론 학교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 정유미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