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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험 없이 보내는 한 학기, 불안감에 학원부터 찾으시나요?

등록 2015-06-22 20:40수정 2015-09-01 00:11

[함께하는 교육] 진로교육 제대로 안착하려면
진로교육이 주목받으면서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다. 사진은 학생들이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A href="mailto:lotus57@hanedui.com">lotus57@hanedui.com</A>
진로교육이 주목받으면서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다. 사진은 학생들이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지난 5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감이 특정 학년이나 학기에 진로체험 교육과정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집중학년·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진로교육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에 전국 중학교에 도입하는 자유학기제를 위한 법률인 셈이다.

교육계는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체험·참여 위주 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자기 이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장에서는 내년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기 전 준비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자유학기제 시행의 주요 대상인 중학교 1학년들의 수준에 맞추어 일일 직업체험이나 공연 관람 등 일회성으로 그치는 프로그램들보다는 스스로를 탐색해볼 기회를 다채롭게 열어주는 활동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이나 예산지원 구조도 살펴야 하고, 학부모들이 갖는 ‘학업 공백’에 대한 불안을 줄일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진로교육법 국회 통과하며
자유학기제 등 주목받아
학생들은 공부 압박 덜어 좋지만
학부모는 학업 뒤떨어질까 걱정
‘미래 여는 힘 기른다’는 뜻으로
주체적인 진로탐색 돕는 활동 찾고
현장 교사업무 과중 문제 등 풀어야

‘일회성 체험 기회만 많다’ 우려도

예전에는 진로교육이라고 하면, 관심 있는 직업인을 초청해 특강을 듣거나, 장래희망으로 삼은 직종의 일터를 방문해 일을 해보도록 하는 일회성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자유학기제 등으로 학교 진로교육의 폭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관련 부서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일일 직업체험이나 특강 형태의 교육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체험처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좋은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이미 자유학기제를 체험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학생은 “자유학기제가 끝나고 나니, 공부를 하라는 말만 들었지, 왜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느낌이에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 친구들 가운데 직업인 특강이나 직업체험 시간에 장래희망과 비슷한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곤란해하는 친구도 있고, 또 단체활동 같은 경우는 각자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 힘들어요”라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에서 고교입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도록 했는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미래 직업을 당장 정하라고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학생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정한 공·사기업 등 직업체험처에서도 1학년 학생들을 데려다 일을 가르쳐주는 게 난감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로교사들은 “학생들이 공교육 내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갖도록 하는 게 자유학기제의 의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평택 현화중학교의 김은미 교사도 일일 직업체험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던 프로그램들이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학생 1인당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눈높이에 맞게 정해 다 함께 돌려 읽었던 독서 프로그램이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 짜기,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수업 등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고민해 볼 수 있는 수업들이 가장 효과가 좋았어요.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들을 관찰하기 좋고, 결국 좋은 상담을 할 수 있게 되고요.”

핀란드의 경우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미래 직업을 미리 경험해 본다는 의미보다는, 그 직업의 사회적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2010년 봄부터 한국의 중학교 1학년과 비슷한 연령대의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 사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5개 분야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500㎡ 크기의 상설직업체험장을 마련해 학생들이 체험 당일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직접 생산과 소비 생활을 체험하며 직업의 사회적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체험 전 교사와 함께 세금제도 등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사전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최화진 기자
학원가 찾는 학부모 불안도 사라져야

“둘째가 다니는 학교가 지난 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걱정도 많았어요. 솔직히 학부모 입장에서는 시험이 없는 학기가 부담이에요.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거든요. 주변 엄마들도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동안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학원들을 알아보느라 분주해요.”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이문주(42)씨의 말이다.

학부모들의 걱정에 사교육시장은 앞다퉈 자유학기제 시행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과정을 개설했다. 한 대형학원의 강사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일단 그 학기는 내신 걱정 없이 영어 등 주요 과목을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한켠에서는 학생들이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동안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고입·대입에 좋은지 분석해 컨설팅 사업을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 자유학기제 지원단 소속이자 경기도 진로교육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수원 장안고등학교 문미경 교사(진로)는 매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녀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가정에서 자녀에게 실시할 수 있는 진로교육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정보를 준다. 그는 “미래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아이들보다 야생에서 적응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이 유리하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빠르게 변하는데, 사실 부모님들은 자신이 살아온 세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자신이 생각했을 때 안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이끌려고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세대와는 다른 사회에 적응해야만 합니다. 직업세계도 시시때때로 바뀌죠. 이럴 때 학생들이 스스로를 관찰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인지하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좋습니다.”

학교에서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문 교사는 “적극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학생이 입시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볼 여유도 없이 공부만 계속해서 내신 1.2등급을 받는 학생과, 스스로 좋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공부를 병행해 내신 1.7등급을 받는 학생 두 명 가운데에는 후자가 좋은 대학에 합격할 확률이 높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학생의 손을 들어줘요. 지망 학과와 관련한 성적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학생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공부하는지 보는 것이죠.”

직업체험처 섭외 등 교사 부담 호소도

학교에서는 1학년 담당 교사와 진로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는 것에 대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자유학기제 시행학교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지만, 직업체험처를 섭외하고 안전을 점검하는 일이 모두 담당교사의 몫이 되는 까닭에 많은 교사들이 과다 업무로 고생했어요. 이젠 1학년이 기피 학년이에요”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원래 생활기록부의 ‘교과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난에는 각 학과목에 특히 흥미를 보이거나, 우수한 학생들의 사항만 간단히 기록했어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어떤 태도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선생님들이 다 쓰셨죠. 나중에 추리고 보니 20장이 넘는 생활기록부를 받은 학생도 있었더라고요. 학부모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좋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심한 업무 과중이에요.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봐요”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어렵다면?

다양한 체험활동 창구들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 물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또는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수원 장안고 문미경 교사는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 대부분은 부모의 반대 등 진로를 결정할 때 장애가 되는 진로장벽을 의식하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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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제 등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부, 고용노동부와 산하 유관기관들에서는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특히,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자유학기제 온라인정보시스템’(freesem.moe.go.kr)에는 관련 정보가 있는 누리집들이 특성에 맞춰 잘 정리되어 있다.

여러 종류의 체험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는 활동 포털은 물론 봉사활동, 동아리, 각 지역 교육청·문화예술활동 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정보가 많아 관심 있는 청소년은 물론 학교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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