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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서불안·학습부진,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등록 2015-06-22 20:33수정 2015-06-23 13:48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진로체험 시간에 제빵사가 학생들에게 쿠키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진로체험 시간에 제빵사가 학생들에게 쿠키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학생 대상 맞춤 상담·치유기관
아이들이 아프다. 대부분의 이유는 ‘어른’ 때문이다. 가정불화를 겪으며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방치됐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공부하라는 다그침은 오히려 아이를 공부와 멀어지게 했다. 그런 아이가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만든 것도 ‘어른’이었다. 옆에서 관심을 갖고 고민을 들어주자 아이는 변했다. 좋아하는 일을 함께 찾고 응원해주자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졌다. 자녀가 힘들면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도 괴롭긴 마찬가지. 상담 전문가의 치료를 받거나 사교육 업체를 찾아 아이에게 맞는 학습전략도 알아보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답답한 상황에서 비싼 돈 들이지 않아도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설립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이하 디딤센터)는 2012년 문을 연 국내 최초 거주형 치료재활센터다. 정서·행동 영역에서 우울·불안·의존·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어려움을 겪는 만 9~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모래놀이·명상·음악·미술·원예 등의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개인 혹은 집단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대안교육과정으로 교과학습도 이뤄져 학교 밖 청소년은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다.

학교부적응·학습부진 등
여러 이유로 힘든 학생들 많은 때
심리·학습 상담하는 기관 늘어
마음속 상처 들여다보면서
아이 자존감 높여주고
공부 동기부여 할 수 있게 도와줘

김아무개양은 부모의 갈등으로 중·고등학교 때 ‘방황’을 했다. 학교에 안 나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담배도 피웠다. 사춘기를 핑계로 반항하면서 엄마와 사이도 나빠졌다. 김양은 처음 디딤센터에 왔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것저것 시키는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귀찮기만 했다. 가둬두고 짜인 틀에 맞춰서 지내는 것도 불만이었다.”

그는 “선생님들이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조언해주고 다독여줬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할 때 선생님이 간호조무사를 추천해주셨다. 함께 학원 수업도 들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관련 전공을 하며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에 갔다 온 뒤 사람들이 밝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고 막 들이댔는데 이제는 상대방을 많이 배려하려 애쓴다. 지금도 센터 선생님과 연락하며 고민 상담을 한다.(웃음)”

2012년 교육부가 67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 정서·행동특성 검사’를 보면 전체 22.3%가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안·우울·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집중관리가 필요한 주의군은 22만3989명, 자살 등을 생각해본 고위험군도 9만7000명에 달했다.

디딤센터에도 한해 180명의 학생이 방문해 1개월 혹은 4개월의 장기과정을 거쳐간다. 박영균 원장은 “우리 센터뿐 아니라 시·도별로 거점센터를 두고 많은 학생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4개월의 기간도 사실 짧다. 아이들이 변화를 보이려고 할 즈음 센터를 떠나야 한다. 최소 1년은 머무르며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정서행동장애 치료·재활시설 사례를 보면 운영기간이 1년에서 2년 정도로 길다.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시설 ‘보이스 타운’은 아예 마을 형태의 지역공동체로 운영하며 최장 4년까지 지낼 수 있다.

디딤센터는 26일까지 2기 장기 입교생 60명을 모집 중이다. 이들은 8월24일부터 12월18일까지 기숙생활을 하게 된다. 신청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 및 시·군·구 교육지원청, 청소년 쉼터, Wee센터 등의 기관을 통해 가능하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는 무료이며, 일반가정의 청소년은 월 30만원을 내야 한다.

집단상담시간에는 학생들이 천조각에 긍정적인 정서인 ‘감사’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 손수건을 만들고 있다.  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집단상담시간에는 학생들이 천조각에 긍정적인 정서인 ‘감사’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 손수건을 만들고 있다. 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서울학습도움센터(이하 도움센터)는 배움이 느린 아이의 기초학력 향상을 돕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찾아가는 맞춤학습상담’ 프로그램에서는 전문상담사가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두번 학교로 찾아가 아이와 학습상담을 한다.

초등교육과 유미경 장학사는 “기초부진 학생 대부분이 저소득층 아이들”이라며 “아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집안 형편이 어렵고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생기는 아이의 심리적 불안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상담사는 학원이나 과외선생님처럼 공부를 직접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심리상태는 물론 학습 성향을 파악해 동기 부여를 돕고, 태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칭찬하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구실을 한다. 학부모와 교사에게 아이의 정보를 공유해 가정과 학교에서 신경쓸 부분을 알려주기도 한다.

상담사는 국립특수교육원의 기초학력검사를 통해 아이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도 분석한다. 가령, 언어는 쓰기·낱말이해·문장완성·어휘선택, 수학의 경우 수·도형·문제해결·연산 등 세부 분야를 나눠 측정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속한 학년에서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의 학력지수를 나타내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난 15일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도움센터를 찾았다. 올해 초 생긴 가정 문제로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심리적 불안 상태를 보이고 공부도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엠비티아이(MBTI)성격유형검사를 받고 상담사와 평소 양육방식을 이야기하며 아이의 성격도 파악했다. 그는 “나는 ‘이 정도 얘기하면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머리가 나빠서 그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상담을 하며 아이가 예민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본인이 직접 아이의 학습을 돕는 상황에서 자신과 아이와의 성격차이를 분명히 알고 앞으로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조언을 들었다.

도움센터는 올해 말까지 ‘학부모 학습상담’을 운영한다. 1회 100분 동안 진행하며, 대학 진학을 제외한 학습관련 상담이 중심이다. 지난해 초·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작해 올해는 특목고 및 특성화고를 제외한 고등학생 학부모까지 확대했다.

상담을 하게 되면, 학습상담사가 학생의 성향이나 학습태도, 부모의 양육방법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경우 기초학력검사도 실시한다. 이후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필요한 학습전략과 자녀 성향에 맞는 양육법이나 학습지도 방법을 알려준다. ‘학부모 학습상담’ 신청은 도움센터 누리집(s-iam.sen.go.kr)에서, ‘찾아가는 맞춤학습상담’ 신청은 학교 담임교사를 통해 할 수 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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