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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5-06-15 22:32수정 2015-06-25 15:32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명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정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법 개정안이 지금 상태로 정부로 이송된다면 국회로 되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와 정부 의견이 대립할 때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대응수단이 바로 거부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 확정되고, 재의 과정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매우 부적절하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 조항은 단 하나, 정부 시행령이 법률과 배치될 경우 과거엔 ‘국회가 그 내용을 정부기관에 통보하도록’ 했던 것을 ‘국회가 내용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법과 어긋나는 시행령은 고치는 게 마땅하다. 국민 위임을 받아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뜻과 다르게 행정부가 법을 집행한다면, 행정부의 그런 행동을 바로잡는 게 순리다. 만약 국회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그건 시행령으로 바로잡을 일이 아니라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게 옳다.

지금 박 대통령은 행정부의 불편을 국정 마비와 국민의 막대한 피해로 호도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법 개정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청와대 뜻을 따르지 않고 야당과 협상한 여당의 원내 지도부를 이참에 바꾸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치적 의도로 거부권 운운하며 국회를 압박하는 게 청와대가 주장하는 ‘삼권분립’ 정신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보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파동,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 법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이 시행되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헌성에 관해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일단 이런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률이라면 국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청회와 국회토론을 거치는 게 마땅하다.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율사 출신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소급 적용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도 의원들의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전문 소위조차 이런 판이었고 여야 지도부는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벼락치기·끼워팔기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니 3분의 2가 넘는 ‘211명 찬성’이라는 수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졸속으로 만들어놓으니 벌써부터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주장이 다르다. 모든 게 코미디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를 다시 표결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에 싸일 것이다. 대통령의 반대가 확고하고 ‘졸속 입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마당에 여당 지도부가 다시 ‘3분의 2 찬성’을 밀어붙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은 국정의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공세로만 가져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이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 그럴 경우 국회는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입법권을 행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행령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국회가 보다 정교한 법률안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역 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친박계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위촉돼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 활동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상대하려면 대통령 자체가 당당해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대통령 거부권 시사는 부적절”…중앙 “국회 시간 갖고 토론 거쳐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가운데)과 김태년(왼쪽), 전해철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지난달 29일 여야가 합의처리한 국회법 수정안의 행정입법 수정요구 조항과 관련해 정부의 국회 입법권 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가운데)과 김태년(왼쪽), 전해철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지난달 29일 여야가 합의처리한 국회법 수정안의 행정입법 수정요구 조항과 관련해 정부의 국회 입법권 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행정부의 시행령을 수정·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청와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법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거부권 행사의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날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수정·변경을 요구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발령권은 대통령 또는 총리의 권한에 속하는데 이를 국회에서 수정·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회 권한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연히 입법권 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시정 요구하거나 처리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번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둘러싸고 법 자체의 위헌성 논란, 법안 통과 과정 그리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법안 자체와 처리 과정상 문제점에 대해 집중하는 데 반해 한겨레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 발언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파동, 합리적으로 해결돼야’(중앙), ‘명분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한겨레) 등으로 사설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다르다. 중앙은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헌성에 관해서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국회법 개정으로 인한 국정 마비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분명하다.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 조항은 단 하나, 정부 시행령이 법률과 배치될 경우 과거엔 국회가 그 내용을 통보하도록 했던 것을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바꾼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모법과 어긋나는 시행령은 고치는게 마땅하다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이번 국회법 처리 논란에 대해 중앙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안을 성급하게 졸속 처리했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법안소위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야 지도부가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벼락치기’, ‘끼워팔기’로 법을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주장이 다르다면서 ‘모든 게 코미디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국민 위임을 받아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뜻과 다르게 행정부가 법을 집행한다면, 행정부의 그런 행동을 바로잡는 게 순리라는 주장이다. 만약 국회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그건 시행령으로 바로잡을 일이 아니라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편, 두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에 대한 입장도 미묘하게 갈린다. 중앙은 국회가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이로 인해 상당한 국정 혼란이 예상되므로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거치는 신중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박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비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라는 주장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불편을 국정 마비와 국민의 막대한 피해로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야당과 협상한 여당의 원내 지도부를 이참에 바꾸자는 의도는 아닌지까지 언급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를 향해 스스로 삼권분립 정신에 대해 숙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국회법 개정안과 대통령의 거부권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그리고 청와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지금 상태로 정부로 이송된다면 국회로 되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와 정부 의견이 대립할 때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 바로 거부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을 국회가 다시 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 확정된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핵심인 시행령과 법은 어떻게 다를까? 법이 특정 제도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청사진이라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은 이러한 법을 뒷받침하는 추진계획이다. 법은 국회 본회의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 확정되고, 시행령 등은 정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성립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존 국회법은 시행령 등이 법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국회는 행정기관에 이를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국회법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한 뒤 소관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국회법 개정안에 담긴 ‘처리하고…보고한다’ 부분에 대한 강제성 여부를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여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하고 야당은 있다는 주장이며 청와대는 이런 여야간 이견을 통일해 달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통과가 심각한 국회의 행정입법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이번 국회법 개정안 사태는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 등이 모두 서로 다른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는데, 중앙과 한겨레 또한 극명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설 읽기를 통해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현명한 독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추천 도서]

최신 국회법칙
안병옥 지음
쵸이스디자인 펴냄, 2012년

국회법의 구성과 체계, 국회와 정부, 법원 등과의 관계, 국회 입법 과정 등 국회 및 국회 활동의 모든 것을 담고있는 개론서다. 국회법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더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이해를 위해 필요한 책이다.

[추천 도서]

거부권 행사자
조지 체벨리스 지음, 문우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009년

국회법 수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자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탐구 내용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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