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내 아이도 이성교제를 할 수 있다.’ 당연한 건데도 뭔가 좀 불편하다. 사춘기 아이들의 이성교제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데도 내 아이의 경우일 때는 부모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자신이 안 설 수 있다. 내심 공부에 지장이 없을지, 성문제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이성관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외로움, 부모에게서 받지 못하는 관심과 애정의 대체,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한 해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성교제를 하게 된다. 이성교제는 또래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놀이의 연장이 되기도 하지만 사춘기의 무게가 작용할 때는 격심한 감정적 소모가 되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이런 말들을 한다. “저는 걔가 지금도 좋아요. 계속 생각나고 다시 사귀고 싶은데 걔가 안 받아줄 것 같아요”, “살 뺄 거예요. 그 전에 걔가 나보고 살 빼면 예쁘겠다고 한 적 있는데, 살 빼고 다시 사귀자고 해 볼 거예요”, “애들과 다 같이 노니까 안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적절한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했던 한 아이는 동성관계에서 겉도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성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그 아이의 말 중에 “누군가 사랑해주고 따뜻하게 챙겨주고,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난다. 그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내 편이 있다는 게 좋아요. 늘 걱정해주고 챙겨줘요. 그러면서 간섭도 별로 안 하고…”라고 말했다.
또래 이성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 아이들은 경쟁관계인 동성친구들과는 달리 이성친구를 온전히 자기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내 편’이라고 여긴다. 같은 말을 해도 부모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 이성친구가 하는 말은 관심과 애정 어린 걱정으로 듣는다.
이성교제 경험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 연습 과정 가운데 하나이고 아이를 성장시킨다. 걱정이 되더라도 무조건 통제하기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평소에 이뤄지는 자녀와의 대화 속에서 부모의 가치관이나 기준을 심어주는 게 선행되면 좋다. 아이들은 경계를 알길 원한다. 사춘기 때의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 충동은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는 것을 부모와 아이가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성적 관심과 충동이 모두 사랑과 직결되는 것이 아님도 알아야 한다. 손잡고 끌어안는 정도는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스킨십도 점점 더 상위의 성 충동과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경우 어디까지가 괜찮을지 그 기준을 아이와 자연스럽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해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걱정과 바람을 전해도 된다. 그리고 부모의 경험담이나 생각을 일상에서 들려주며 아이가 자신의 경우를 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만약 자녀가 이성교제 중이라면 다음의 네 가지 질문( 가운데)을 해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① 이 관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나는 상대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잘 돌보는가? 즉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나?”)
②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를 잘 대하고 있는가?(“나는 상대가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때 비난하기보다는 잘 받아들이는 편인가?”)
③ 이 관계에서 상대가 나를 대하는 방식에 만족하는가?(“나는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때 상대가 화낼 것을 두려워하는가? 상대는 자신과 다른 나의 의견을 비판 없이 잘 받아들이는가?”)
④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가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편안함을 느끼는가?(“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상대가 이를 무조건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지는 않는가?”)
이 질문들에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 자녀는 건강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관계’에 있다. 아이가 중간에 나쁜 상황에 빠지더라도 부모와 관계가 안정적이고 좋으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지금의 이성관계 모습은 미래의 이성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이 바로 아이들이 건강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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