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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 보는 대학 28곳…궁합 맞는 유형 꼼꼼하게 찾아야

등록 2015-06-08 20:57수정 2015-06-09 10:36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자연계 지원 수험생들이 논술 시험을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자연계 지원 수험생들이 논술 시험을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함께하는 교육] 2016학년도 논술 대비 전략
지난 4일 6월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재수생까지 참여했기 때문에 고3 수험생들한테는 올해 입시에서 자신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논술전형을 생각한 학생이라면 모의평가 결과를 놓고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이 정말 논술전형인지, 그리고 만약 이 전형에 도전한다면 가능성 있는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를 면밀히 파악해봐야 할 시점이다.

논술 뽑는 인원 줄었다?

“논술로 대학 가는 문이 전보다 좁아지지 않았나요?”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201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총 28개 대학이다. 전년도에 비해 1개 대학이 줄었다. 전체 모집 정원에서 논술전형 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에 불과하지만, 서울 시내 15개 대학으로 논술 모집 정원 범위를 좁혀보면 24% 안팎으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수시 논술전형으로 고려대는 1110명(전체 모집 정원의 29.5%)을, 연세대는 683명(20.2%)을, 성균관대는 1363명(36.6%)을 논술로 뽑는다. 현장 교사들은 “서울지역 15개 대학으로 좁혀 보면 학생부종합전형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게 논술전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생부종합전형만큼 논술전형으로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있다. 경희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인 네오르네상스전형으로 900명을 뽑고, 이보다 많은 인원인 925명을 논술로 뽑는다. 인하대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807명을 뽑는데 논술전형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939명을 뽑는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올해 논술의 영향력이 역대 입시 가운데 가장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하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이를 완화한 대학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하한겨레교육센터 고교 통합논술 전문 강사 정미정씨는 “논술전형은 수시전형 가운데 최저기준이 가장 높고, 학생부 영향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른바 ‘수능에 강하고 내신에 약한’ 학생에게 적합한데 올해 입시에서는 최저기준을 폐지했거나 완화한 대학이 늘어나서 기존보다는 수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한국항공대, 단국대, 경기대 등이 지난해부터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데 이어 올해는 건국대, 광운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도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최저기준을 완화한 대학도 있다. 작년에는 건국대, 동국대, 성균관대(탐구1, 탐구2 각각 인정),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가 탐구 1과목 등급을 인정했는데 올해는 가톨릭대(일부 학과), 경희대, 서강대 등도 탐구 반영 과목을 1과목으로 변경했다.

“논술해도 되나” 알아보기

물론 무턱대고 논술에 ‘올인’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내가 논술전형에 적합한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첫 단추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1년 김아무개씨는 논술전형으로 지금의 대학에 입학했다. 지역에서 이름난 명문 일반고를 다녔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던 탓에 내신 성적 받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겁 많은 성격이라 수능날 단 하루에 당락이 결정된다고들 하는 정시전형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게 논술전형이었다. 이 학생처럼 내신은 취약하고, 수능점수는 그럭저럭 나오지만 수능만으로는 불안한 경우라면 논술전형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이밖에도 내신성적은 좋고, 수능성적은 나빠서 수시를 내다봐야 하는데 비교과 실적이 부족한 학생, 내신은 안정적인데 수능 모의고사를 봤을 때 최저기준을 딱 맞출 정도의 수준인 학생, 1, 2학년 때 진로 설정을 못해서 비교과 활동 실적이 없는데 3학년 올라와서 논술과 수능에 매진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학생이라면 논술전형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인문계 논술의 경우, 늦어도 고2 겨울방학 때부터는 준비를 해두는 게 좋지만 자연계 논술의 경우 3학년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다. 단, 수학 또는 과학 수능점수가 적어도 3등급 초반은 나와야 논술에서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다. <교육방송>에서 수학영역을 강의하는 이한주 정의여고 수학교사는 “자연계 논술에서 수능과 논술은 완전히 별개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많이 오해하고 있는데 수능 수학, 과학 4점짜리 문제와 자연계 논술에는 약간의 공통분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별나라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문제가 나오진 않아요. 고교 교육과정에서 수학, 과학을 얼마나 심도 깊게 접했는지 능력을 보는 겁니다. 수능이 객관식과 주관식 단답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논술은 좀 더 긴 풀이과정까지 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6월 모의평가 결과 펼쳐놓고
최선의 전형인지 곱씹어볼 때
분석 없이 준비하기보단
학교별 문제 유형 철저 연구 등
선택·집중하는 준비과정 거쳐야
‘논술엔 요행 없다’는 점 명심하며
하루 2시간 이상 쓰는 훈련 하길

소명여고 오수석 수학교사 역시 “인문계 논술에 비해 자연계 논술은 수학, 과학 내신 및 수능성적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며 “이는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학생이 논술전형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술전형 합격생 대다수의 내신 분포가 3등급 이내(특목고 기준 4등급 이내)에서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B 영역 3등급 이내, 과탐은 1과목에서 2등급 이내 학생이라면 논술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런 학생 가운데 평소 수능 4점짜리 문제를 끈기 있게 자기 힘으로 풀어내는 학생, 1, 2학년 때 수학적 도구를 활용해 협력학습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보고서를 잘 작성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논술에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학교별 특징 살피는 시간 필요해

논술전형을 준비한다며 무턱대고 사교육 시장부터 갈 게 아니라 학교별 논술 유형부터 스스로 면밀히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영락고 김재호 국어교사는 논술전형을 생각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희대 사회계열 기출 또는 인하대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한다. 두 학교 논술문제가 학생에게 어떤 유형의 논술에 맞는지 기준점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논술의 경우,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언어논술’과 함께 ‘영어 제시문’이 주어지고, ‘수리논리’를 묻는 문제까지 더해진다. 이 세 가지 유형을 무리 없이 풀면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어도 걱정이 없겠지만 이 가운데 어려움을 느끼는 유형이 있다면 그 유형이 안 나오는 대학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수리논리 유형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중앙대 경영경제, 한양대 상경계열 논술전형은 피하는 게 좋다. 영어를 어려워하는 학생이라면 영어 제시문이 나오는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논술전형 역시 피하는 게 좋다.

논술 문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이 ‘비교·대조하기’, ‘요약하기’ 등이다. 인하대 논술 문제의 경우, 비교·대조하기, 요약하기, 도표그래프 활용하기 등 다양한 유형을 아우른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 어떤 유형이 나한테 잘 맞는지를 나름대로 판단해보는 것도 좋다. 서울여대의 경우, 도표그래프 문제가 1번에 나오기 때문에 이 유형에 취약한 학생에겐 불리할 수 있다. 문산고 최승후 교사는 “논술전형을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도 다시 자신과 궁합이 꼭 맞는 전형요소를 꼼꼼히 살펴서 지원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자연계 논술의 경우, 수학과 과학을 다 보는 유형, 수학 또는 과학만 보는 유형이 있다. 어떤 방식이 나에게 잘 맞는지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경희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1년 유승아씨는 “나는 수학이 약해서 과학도 같이 보는 학교로 원서를 넣었다”며 “학교별로 어떤 곳에는 증명하는 문제를 많이 내고, 또 다른 곳은 계산하는 문제를 많이 내는 등 스타일이 다양한데 나한테 맞는 유형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계 논술에서 수학만 보는 학교는 광운대, 서강대, 세종대, 아주대, 연세대(원주), 이화여대, 인하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다. 수학과 과학을 함께 보되 과학 관련 과목을 선택할 수 없는 대학은 가톨릭대, 단국대, 동국대, 서울과기대, 숭실대, 항공대(공학)이며 수학과 과학을 보되 과학 관련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학교는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이다. 이 가운데 경북대와 성균관대는 과학 2개 영역을 선택하여 응시해야 한다.

수시 6장 다 쓰는 건 위험한 짓

대학에 입학한 선배들은 “수시 여섯 장의 카드를 다 논술전형에만 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채점기준이 교수마다 다르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놓고 논술전형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에도 원서 쓸 준비를 하는 게 좋다. 김재호 교사는 “대학에서 실시하는 모의논술에는 가능한 한 다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첨삭을 해주는 대학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도 있는데 첨삭을 받지 못하더라도 학교마다 모의논술 해설집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잘 숙지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공교육 정상화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학들은 누리집에 논술 출제의도, 채점기준 등을 올려두고 있다. 여기에는 문항 출처 교과서 및 페이지도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는 것도 필수다. 논술 문제 유형과 출제경향이 지난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에 최근 3개년간 기출문제를 무작정 풀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지난해 기출, 올해 논술 모의고사, 학교별 논술 가이드북 등 세 가지를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사들은 “논술에는 요행이 없다”는 말에도 입을 모은다. 특히 9월 모의평가 이후에는 논술 공부 시간을 하루 2시간 이상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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