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문산수억고 또래상담부 ‘또올래’ 학생들은 등교시간 정문에서 ‘스마일 데이’ 캠페인을 열었다. 박해진 교사 제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또래상담 활동사례
또래상담 활동사례
“중간고사 기말고사 잘될 거야~ 작심삼일 다이어트 잘될 거야~ 또올래와 함께라면 잘될 거야~ 하쿠나 마타타 다 잘될 거야~”
지난 5월26일부터 29일까지, 학생들이 등교하는 이른 아침부터 경기 문산수억고 정문이 왁자지껄했다. 인기 캐릭터 라바, 곰돌이 푸 등 색색의 캐릭터 옷을 입은 학생들이 율동에 맞추어 노래를 했다. 등교하는 문산수억고 학생들은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소리 내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직접 만든 캐릭터 옷을 입고 등굣길 활력소를 자처한 이들은 다름 아닌 이 학교의 또래상담부 ‘또올래’ 학생들이었다. 다른 학교의 또래상담부 학생들은 고민이 필요한 친구들 위주로 일대일 상담자 구실을 하는 데 주력하지만, 문산수억고 또올래 학생들은 학교에 ‘힐링’ 에너지를 전파하는 ‘전교생 치유사’들이다. 친구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는데, 그 가운데 한 학기에 1~2회 직접 만든 캐릭터 옷을 입고 한 주간 등굣길에서 친구들을 웃기는 ‘스마일 데이’ 행사는 문산수억고의 ‘명물’이 됐다.
“처음엔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들 앞에 선다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웃어주는 것을 보니 곧 익숙해졌어요. 친구들이 상담부 재미있다고 웃어줄 때, 평소에 웃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던 친구들 얼굴에서 미소를 볼 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요.”
지난해 또올래 회장을 맡았던 3학년 손가람양의 말이다.
또올래는 ‘스마일 데이’ 행사를 비롯해 언어순화운동,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찾아가 상담을 하는 ‘드림멘토링’ 활동, 친구와 함께 학교에서 다양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베스트프렌드 프로젝트’, 학급별 미소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동시에 또래상담가로서 학교에서 풀이 죽어있거나, 소외된 친구들을 찾아 먼저 말을 건네고 고민을 들어주는 ‘미션’도 잊지 않는다.
힐링에너지 전하는 또래상담가들
‘일대일’ 진행하는 상담창구 있지만
고민 있어도 말 못하는 친구위해
코스프레·미소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손내밀어
효과 긍정평가속 예산 줄어 한계 3학년 김하영양은 “반에서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친구처럼 보여서 저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겼던 모양이에요. 몇 번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니 활발한 성격의 아이더라고요. 먼저 말을 걸고 친해져 보지도 않고, 미리 그 아이의 성격을 단정한 것 같아 미안했어요.” 2012년 문산수억고에 처음 또래상담부가 생겼을 때 학생들을 지도한 김영미 교사는 학생들이 ‘상담’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또래상담자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의 기본을 배우고 지속적인 교사의 지도도 받지만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들의 아픔까지 어루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보자고 제안했어요.” 서울 원묵고 또래상담부 ‘틴솔’의 활동도 문산수억고 못지않다. ‘10대(teenage) 문제를 해결(solution)한다’는 뜻의 틴솔 학생상담자와 각 학생들의 일대일 피상담자들 10명은 지난달 30일 토요일 대학로에서 코미디연극 <보잉보잉>을 관람했다. 상담자와 피상담자 관계이면서 친구이기도 한 아이들이 모두 함께 웃으며 친분도 쌓고, 추억을 공유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틴솔 활동을 하고 있는 1학년 박시현양은 “사실 1학년과 2학년 상담·피상담자들이 함께 모여 가는 거라 선·후배가 모두 함께 잘 놀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학생이라 겪고 있는 상황들이 비슷하다 보니 오히려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지윤양은 “친구들이 상담부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극을 보는 것 외에도 점심시간 식당 앞이나 매점 앞 등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활용해 상담에 대한 피켓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거나, 행복나무판을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을 써 붙이는 등 친구들이 상담부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해요. 저희 부원 중에는 이전에 피상담자로 음악치료 등 다양한 상담을 경험했던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예전에 내가 받은 상담들에 비해, 또래상담은 훨씬 편하고 열려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해주니 또래상담 활동이 더 보람찼어요.” 또래상담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퍼진 것은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가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또래상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덕이 크다. 하지만 또래상담부 운영에 교육프로그램이나 상담 자료 구축 등 품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지속적인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틴솔을 담당하는 우지향 교사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또래상담의 효과는 있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넉넉지 않아요. 자율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또래상담반을 지원하는 체계가 넓었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예산도 거의 내려오지 않아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일대일’ 진행하는 상담창구 있지만
고민 있어도 말 못하는 친구위해
코스프레·미소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손내밀어
효과 긍정평가속 예산 줄어 한계 3학년 김하영양은 “반에서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친구처럼 보여서 저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겼던 모양이에요. 몇 번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니 활발한 성격의 아이더라고요. 먼저 말을 걸고 친해져 보지도 않고, 미리 그 아이의 성격을 단정한 것 같아 미안했어요.” 2012년 문산수억고에 처음 또래상담부가 생겼을 때 학생들을 지도한 김영미 교사는 학생들이 ‘상담’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또래상담자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의 기본을 배우고 지속적인 교사의 지도도 받지만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들의 아픔까지 어루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보자고 제안했어요.” 서울 원묵고 또래상담부 ‘틴솔’의 활동도 문산수억고 못지않다. ‘10대(teenage) 문제를 해결(solution)한다’는 뜻의 틴솔 학생상담자와 각 학생들의 일대일 피상담자들 10명은 지난달 30일 토요일 대학로에서 코미디연극 <보잉보잉>을 관람했다. 상담자와 피상담자 관계이면서 친구이기도 한 아이들이 모두 함께 웃으며 친분도 쌓고, 추억을 공유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틴솔 활동을 하고 있는 1학년 박시현양은 “사실 1학년과 2학년 상담·피상담자들이 함께 모여 가는 거라 선·후배가 모두 함께 잘 놀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학생이라 겪고 있는 상황들이 비슷하다 보니 오히려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지윤양은 “친구들이 상담부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극을 보는 것 외에도 점심시간 식당 앞이나 매점 앞 등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활용해 상담에 대한 피켓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거나, 행복나무판을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을 써 붙이는 등 친구들이 상담부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해요. 저희 부원 중에는 이전에 피상담자로 음악치료 등 다양한 상담을 경험했던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예전에 내가 받은 상담들에 비해, 또래상담은 훨씬 편하고 열려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해주니 또래상담 활동이 더 보람찼어요.” 또래상담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퍼진 것은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가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또래상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덕이 크다. 하지만 또래상담부 운영에 교육프로그램이나 상담 자료 구축 등 품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지속적인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틴솔을 담당하는 우지향 교사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또래상담의 효과는 있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넉넉지 않아요. 자율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또래상담반을 지원하는 체계가 넓었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예산도 거의 내려오지 않아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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