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이 이야기를 할 때나 밥을 먹을 때 스마트폰을 붙잡고 삽니다. 여러 차례 주의와 경고를 줬지만, 아이가 무시합니다. 저는 화가 나서 다음에 또 그러면 스마트폰을 부수겠다고 엄포를 한 상태입니다. 말한 대로 실행하는 아빠의 결연한 모습을 보여줄 날을 벼르고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말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지털 원주민’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세대 차이입니다. 어느 시대나 다양한 형태로 늘 있어왔습니다. 컴퓨터가 가정에 처음 보급되었을 때도 비슷합니다. 부모님들은 큰마음을 먹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세상을 만나게 해주려고 비싼 컴퓨터를 장만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 바람과는 달리 게임과 채팅, 영화 감상처럼 부모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썼습니다. 간혹, 분노에 못 이긴 부모들은 극단적 결정을 하곤 했습니다. 컴퓨터 본체나 모니터를 부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지령을 받은 아빠들이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다 벽에 부딪힌 뒤, 아이들에게 컴퓨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명분으로 종종 시도되었던 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컴퓨터를 부순 뒤부터 생겨납니다. 컴퓨터가 이미 아이들 생활 속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컴퓨터의 빈자리는 그 어떤 허탈감보다 큽니다. 이때 아이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첫번째는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집 이외의 다른 공간을 찾는 것입니다. 피시방이나 맞벌이 부모의 친구 집이 주로 선택됩니다. 두번째는 부모가 원하는 바를 실행하고 일종의 거래를 통해 다시 컴퓨터를 장만하는 것입니다. 시험에서 “몇 등 안에 들겠다, 몇 점 이상 받겠다”는 식의 거래를 부모가 수락하면 거래가 성사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두 경우 모두 부모 눈앞에서만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막았지 실제 컴퓨터 사용량을 비교해 본다면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까운 돈만 두 배로 쓰는 것이죠. 하물며 스마트폰은 어떨까요?
김형태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정책위원
부모는 스마트폰을 부수는 게 자녀 교육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라 여기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기 쉽습니다. 체벌이 많이 사라진 지금 이런 행동은 체벌이자 폭력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그런 스마트폰을 부수는 행위를 자기 몸을 다치게 한 것과 동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설마 그러겠어?’ 하고 어른들은 자신이 배우고 살아온 방식대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살아온 아이들은 어른들과 경험과 사고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부모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부모님과 대화하고 노는 것이 스마트폰하고 노는 것보다 재미있을까요?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부모님이 되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첫발입니다.
김형태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