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서울 관악고에서 백금자 교사가 ‘거꾸로 교실’ 수업방식을 적용한 공개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실 뒤편에서 동료 교사들이 백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수석교사제 둘러싼 논란
서울 관악고에서 근무하는 이지선 교사는 교단에 선 지 100일도 안 된 신규교사다. 아직 수업에 물음표가 들 때가 많다. 얼마 전, 교내에서 ‘그’가 이끄는 수업비평 연구동아리에 참여했다. 거기서 배운 비폭력대화를 활용해 학생과 대화를 시도했다. 또 ‘그’의 공개수업을 참관해 알게 된 ‘거꾸로수업’도 적용해보려 한다. 생활지도에 곤란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를 찾아가 상담도 한다. ‘그’는 백금자 수석교사다.
2012년도부터 시행 중인 ‘수석교사제’는 학교 현장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교직 경력 15년차 이상의 교사가 교내 장학, 상담 혹은 수업 연구 등을 맡아 동료 교사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틀어 수석교사는 1995명. 4년 임기라 올해 첫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수석교사제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수석교사제 도입 4년차
교직경력 15년 이상 교사 1995명
현장의 수업 전문성 높이도록
수업 컨설팅·교사 지원하는 게 목적
명확한 지위와 정원 문제 등
교사들 간 인식 차이로 갈등 빚기도
법적 미비점 개선해 효과 높여야 임용·승진 등의 문제로 헌법소원 진행 중
교육부는 수석교사제 도입 당시 ‘‘수업 잘하는 교사’의 수업 노하우, 교수 관련 자료 등을 공유함으로써, 전체 교사의 수업 질 향상 및 교직사회의 학습조직화 촉진’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경력 많고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동료 교사들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석교사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삐걱’거리는 경우도 있다. 수석교사의 모호한 지위와 관리자와의 갈등 때문이다.
2012년 일부 수석교사들은 이 문제로 교육부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9조4(수석교사의 임용 등) 제4항과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2조(적용대상) 제2항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서다. 전용조 한국중등수석교사회장은 “현재 수석교사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과 수석교사 간 입장 차이가 가장 첨예한 부분은 수석교사 임용을 승진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승진 여부에 따라 직급수당이나 연금액이 달라지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의 지위도 명확해지기 때문에 수석교사들 입장에서는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전 회장은 “수석교사를 선발할 때 장학과 수업연구 등을 담당하는 교수직으로 수석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이를 상위 자격으로 인정해 승진으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라 직급보조비를 주고 수석교사 정원을 별도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 1항에 ‘교장, 교감, 수석교사, 교사를 둔다’고 명시된 것을 두고 수석교사는 일반 교사와 구분된다고 했다.
이에 반해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수석교사는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별도 선발한 것일 뿐 시행령에 기존의 승진 개념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4년 임기 뒤 전직 복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승진으로 볼 수 없고 직급보조비 대신 연구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결국, 수석교사의 법적 지위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뒤에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한 불분명·시간제 강사 대체 등 어려움도
교육부 자료를 보면, 수석교사의 필수 직무는 소속 학교에서의 수업 및 생활지도 컨설팅, 신임 교사 및 교육실습생 지도, 연구 지원 및 강사활동·연구활동 등이다. 학부모 대상 교육이나 학교 교육과정 수립 등의 업무도 보조적으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수석교사한테는 수업시수를 50% 줄여주고 매달 연구활동비 40만원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일부 수석교사들은 “관리자나 동료 교사들과의 갈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수석교사의 구체적인 권한이 정해지지 않았고 절반 줄어든 나머지 수업을 대체할 인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각 시·도별 수석교사 운영 현황을 보면, 초등의 경우 전체가 정원 내 100%로 운영된다. 중등도 대부분 정원 내 100%로 운영해 기간제나 정교사 순회지원을 하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정원 외로 시간제 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수석교사 대신 시간제 강사가 지원되는 지역에는 어려움이 있다.
경기도의 한 수석교사는 “학교가 면에 있는데 교통편이 안 좋아 도시에 비해 시간강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뽑아도 다음날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한달에 세 명이 계속 그만둬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시간강사 급여 기준은 도심지역은 시간당 1만6000원~1만7000원, 읍·면 단위는 시간당 1만9000원에서 2만2000원까지다. 하지만 수업시수가 많지 않고 시험출제나 기타 평가에 대해서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처우 때문에 시간강사들이 그만두는 일이 많다. 또다른 수석교사는 “결재권이나 근무평정 권한이 없기 때문에 동료 교사들과 교류 기회가 적다.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이나 교사동아리 참여도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수석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역할이 위축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금식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은 “현재 수석교사제는 법률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교사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의 경우 수업연구나 연수를 추진하려고 해도 관리자들이 환경미화나 체육대회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하길 바라는 면이 있어서 다른 부분에 시간을 빼기가 힘들다. 사업을 기획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결재권한이 없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거나 아예 뒷방 신세인 곳도 있다.” 전용조 한국중등수석교사회장도 “수석교사의 지위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하고 시행령에 교장 정원, 교감 정원처럼 수석교사 정원을 따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수석교사 선발에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어서 별도 정원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도교육청별로 상황이 다른데 별도 정원으로 제한선을 정해주면 강제성을 띠게 된다. 그러면 억지로 뽑아야 하거나 반대로 더 뽑으려 해도 인원을 제한하면 힘들어진다”며 “수석교사를 최대한 많이 뽑을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독려하는 한편 전국수석교사 회장단과 별도 정원 관련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부 업무 매뉴얼 일원화 두고 대립
대부분 정원 내에서 수석교사제를 운영하고 있어 수석교사의 줄어든 수업시수를 나머지 교사가 나눠서 맡는 등 업무 과중으로 인한 갈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수석교사 지위를 두고 관리자나 동료 교사들과의 인식 차이 때문에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수석교사는 “외부 수업 컨설팅이나 연수 강의도 수석교사의 업무다. 하지만 교감이 일일이 허락을 받고 나가라고 해 갈등이 있었다. 교내에서만 활동하라고 하고 외부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수석교사가 배치된 한 학교의 평교사는 “수석교사가 수업 면에서는 열심히 하는데 안전지도처럼 모든 교사가 돌아가면서 하는 업무는 안 하려고 한다”며 “수석교사가 관리자처럼 군림하려고 하면 티가 나서 다른 교사들과 잘 어울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수석교사가 하는 일은 각 시·도별로 조금씩 다르다. 이를 두고 수석교사들은 “교육부에서 수석교사의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을 일괄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시·도교육청별로 상황이 다르고 단위 학교 교사나 학생의 요구도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세부 업무 매뉴얼을 주는 건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 자체가 활동을 획일화해버리기 때문에 현재 이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석교사제의 취지가 좋고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교육당국이나 수석교사 모두 공감한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분명 있다. 한 수석교사는 “모든 제도는 부작용이 있다. 현재 수석교사제는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라며 “현장에서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신규 교사나 경력이 적은 교사들을 지원하고 수업연구에 애쓰는 수석교사들이 많은 만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수석교사제가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수석교사제 안착하려면? 수업은 기본, 연구활동·관계맺기는 필수 ‘21세기 학습자 역량강화’, ‘TOCfE’(경영컨설팅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교육 분야에서는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사고도구를 뜻함), ‘거꾸로 교실’(수업동영상을 미리 보고 수업 때 토론이나 모둠활동을 하는 교육), ‘하브루타’(유대인식 토론 교육). 요즘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최신 교육 용어들이다. 수업 혁신, 교실 변화를 꿈꾸는 교육 현장에는 이렇게 20~30대 교사들이 많이 모인다. 지난 19일.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교사가 젊은 교사들 앞에 서서 요즘 뜬다는 교육 트렌드를 줄줄 이야기한다. 교사들이 서울 관악고에서 ‘거꾸로 교실’을 적용한 수업을 참관한 뒤 수업에 대한 비평을 하는 자리였다. 비평에는 수업을 진행한 백금자 수석교사와 다른 학교 수석교사, 평교사들이 참여했다.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오간 뒤 수석교사들은 본인이 진행한 수업과 유사한 수업이나 새로운 방식의 교육법을 공유했다. 나이가 든 교사라면 수업개선에 관심 없거나 최신 교육 흐름 또는 요즘 학생들 성향을 잘 모를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수석교사는 대부분 50대이지만 누구보다 빨리 최신 교육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수업에 끊임없이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이 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한금식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은 “지위를 바라거나 편해서 수석교사를 선택했다 해도 본인 스스로 버틸 수 없다. 실제 초등수석교사의 경우 중도탈락자가 23%를 넘는다”고 말했다. 수석교사들은 자격연수 외에도 따로 연구모임을 꾸려 수업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자료 개발을 한다. 이를 많은 교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워크숍을 열거나 교육기부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홍배 천일중 수석교사는 “수석교사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교사들의 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저 정도밖에 못하나’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당연히 수업을 잘해야 하지만 내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동료 교사와 ‘수업친구’를 맺어서 서로 수업을 평가하고 후배 교사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배운다. 서로 상호 소통을 해야 동료 교사와 관계 맺기도 훨씬 쉬워진다.” 서울의 한 수석교사도 “학교 구성원과 수석교사가 교육 파트너로서 좋은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할까 고민해야 시너지가 난다. 학교 현장에서 수석교사제를 제대로 이해해 교실 혁신을 함께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교직경력 15년 이상 교사 1995명
현장의 수업 전문성 높이도록
수업 컨설팅·교사 지원하는 게 목적
명확한 지위와 정원 문제 등
교사들 간 인식 차이로 갈등 빚기도
법적 미비점 개선해 효과 높여야 임용·승진 등의 문제로 헌법소원 진행 중
지난 19일 오후 서울 정화여중에서 이홍배 천일중 수석교사가 교사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질문이 있는 교실 수업’을 주제로 직무 연수 강의를 하고 있다.
수석교사제 안착하려면? 수업은 기본, 연구활동·관계맺기는 필수 ‘21세기 학습자 역량강화’, ‘TOCfE’(경영컨설팅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교육 분야에서는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사고도구를 뜻함), ‘거꾸로 교실’(수업동영상을 미리 보고 수업 때 토론이나 모둠활동을 하는 교육), ‘하브루타’(유대인식 토론 교육). 요즘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최신 교육 용어들이다. 수업 혁신, 교실 변화를 꿈꾸는 교육 현장에는 이렇게 20~30대 교사들이 많이 모인다. 지난 19일.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교사가 젊은 교사들 앞에 서서 요즘 뜬다는 교육 트렌드를 줄줄 이야기한다. 교사들이 서울 관악고에서 ‘거꾸로 교실’을 적용한 수업을 참관한 뒤 수업에 대한 비평을 하는 자리였다. 비평에는 수업을 진행한 백금자 수석교사와 다른 학교 수석교사, 평교사들이 참여했다.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오간 뒤 수석교사들은 본인이 진행한 수업과 유사한 수업이나 새로운 방식의 교육법을 공유했다. 나이가 든 교사라면 수업개선에 관심 없거나 최신 교육 흐름 또는 요즘 학생들 성향을 잘 모를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수석교사는 대부분 50대이지만 누구보다 빨리 최신 교육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수업에 끊임없이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이 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한금식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은 “지위를 바라거나 편해서 수석교사를 선택했다 해도 본인 스스로 버틸 수 없다. 실제 초등수석교사의 경우 중도탈락자가 23%를 넘는다”고 말했다. 수석교사들은 자격연수 외에도 따로 연구모임을 꾸려 수업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자료 개발을 한다. 이를 많은 교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워크숍을 열거나 교육기부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홍배 천일중 수석교사는 “수석교사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교사들의 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저 정도밖에 못하나’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당연히 수업을 잘해야 하지만 내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동료 교사와 ‘수업친구’를 맺어서 서로 수업을 평가하고 후배 교사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배운다. 서로 상호 소통을 해야 동료 교사와 관계 맺기도 훨씬 쉬워진다.” 서울의 한 수석교사도 “학교 구성원과 수석교사가 교육 파트너로서 좋은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할까 고민해야 시너지가 난다. 학교 현장에서 수석교사제를 제대로 이해해 교실 혁신을 함께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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