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원이 수능 시험 결과와 학생 사진, 이름을 대형 현수막으로 연중 게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 합격 홍보게시물 조사
수능 만점자 얼굴 사진도 걸어둬
성적경쟁 부추기고 학교차별 조장
수능 만점자 얼굴 사진도 걸어둬
성적경쟁 부추기고 학교차별 조장
“2000~2015학년도 1751명 특목고 합격 1위”
서울의 ㅁ학원은 2000년부터 올해까지 16년간 특수목적고·자사고·영재학교에 합격한 수강생의 명단을 일일이 적은 현수막(사진)을 학원 건물 외벽에 붙여뒀다. 2000년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지금은 30대 중반이다. 경기도 평촌의 ㅎ학원은 2004년부터 입학 성적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원생의 명단을 외부에 걸어두고 있다.
12일 교육 분야 시민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지난 2월 학원·학교의 특정 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광고로 성적 경쟁을 부추기고 학교 간 차별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특정 학교 합격 현수막 게시 관행은 학벌 차별 문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각급 학교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기 등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적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부 학원은 학생의 얼굴 사진까지 걸어두기도 했다. “2015 대입 수능 결과 전과목 만점자 2명 탄생!”이란 현수막을 건 서울 목동의 ㅊ학원은 이들 학생 2명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현수막에 인쇄해 건물 외벽에 걸어놨다. 다른 학원은 수시 합격자 5명의 얼굴 사진을 내걸었다. 경기도 평촌의 ㄱ미술학원은 입간판에 실명과 합격 대학·학과만이 아니라 대기번호까지 적었다.
심지어 내신 성적이나 석차를 공개하는 학원도 있다. 인천의 ㅇ학원은 2014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3등을 한 중학생 수강생의 명단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했다. 사교육걱정은 “지금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어 학교에선 학생한테는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한 내용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일부 사립학교도 학원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경남 창원시의 사립 ㅁ고는 학교 건물에 내건 현수막에 ‘2015학년도 상위권 대학교 합격자’ 명단과 ‘기타 국립대 합격자’명단을 구분해 게시했다. 경북 포항의 사립 ㅇ고, 경기도 남양주시의 사립 ㄷ고도 학교 담장에 성적 상위권 대학 합격자 명단을 현수막으로 걸어뒀다.
사교육걱정은 “학생의 소속 학교와 사진 등 개인정보를 광고에 사용하려면 ‘개인정보 수집·이동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지켰는지 교육청이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16년간(2000-2015)의 입시 실적을 대형 홍보물로 제작해 게시하고 있는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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