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북교육발전소의 포럼 ‘잘나가는 학생회에게서 학생자치를 듣다’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둠별로 모여 새 학기 학생회 활동계획을 고민했다.
충북교육발전소 학생자치포럼
자치활동 소문난 전 학생회장들
교사·학생 간 신뢰 쌓는 법부터
공약 잘 실천하는 방법까지
다른 학교 후배들과 만나며
학생회 잘 이끄는 비법 전수 나서
자치활동 소문난 전 학생회장들
교사·학생 간 신뢰 쌓는 법부터
공약 잘 실천하는 방법까지
다른 학교 후배들과 만나며
학생회 잘 이끄는 비법 전수 나서
“형! 학생회에서 계획을 짜서 선생님한테 상의를 하러 갔는데, 만일 퇴짜를 맞으면 어떡해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이라면, 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의견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활동의 의미,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정중히 설명하려는 노력이 중요해.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설득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
서울 삼정중학교의 전 학생회장 유인지(한서고 1년)군은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세미나실에서 다른 학교의 후배 학생회장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기 바빴다.
충북지역의 교육시민단체 ‘충북교육발전소’(이하 발전소)가 충북지역 30여개 중·고교 12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잘나가는 학생회에게서 학생자치를 듣다’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었다.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는 새 학기에는 학생회 임원들도 고민이 많다. 학생회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기도 어렵고,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도 크다. 이번 포럼은 이런 학생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열렸다.
포럼은 중·고교별로 나눠 진행됐다. 중학생 연사로는 학생 자치활동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 삼정중의 전 학생회 임원들이 나섰다. 삼정중 학생회는 매해 직접 집행하는 예산이 1천만원에 가깝다. 그만큼 학생회에 대한 학교의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다. 특히 학생회 선거나 기타 자치활동의 행사들을 정기적으로 보도한 ‘삼정뉴스’는 자치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토대였다. 2013년 학생회장이었던 김상호군이 “학생회와 학생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학생회나 학교의 일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방송부와 합작해 만든 것이 ‘삼정뉴스’다. 1년에 10회 정도 제작되는 ‘삼정뉴스’는 학생회와 학교, 학생 간의 소통창구가 됐다. 임원선거가 열리는 때가 오면 삼정중 학생회는 학교 임원들에 대한 학생·교사들의 생각을 담은 뉴스 영상을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했다. 덕분에 학생회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도 커져 전교생의 3분의 1 정도가 크고 작은 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군을 비롯해 ‘잘나가는 학생회’를 이끌었던 임원들은 자신들의 활동 성공·실패 사례를 간단하게 발표하고, 포럼에 참가한 학생들의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질문에 답을 하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모둠별로 모여 ‘우리 학교의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우리가 꿈꾸는 학생회 활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토의시간에 학생들은 자치활동과 관련한 각자의 고민들을 털어놨다. 각 학교의 학생회 임원들은 연사들로부터 학생회 조직도를 그리고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 예산서 짜는 법 등 실질적으로 학생회 실무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다 보니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졌다.
“중간·기말고사 직후 일주일을 ‘방과 후 수업 없는 날’로 정해, 학생들이 시험 뒤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을 냈는데, 올해 새로 오시는 교장 선생님과 어떻게 상의를 하는 것이 좋을까?” 제천덕산중학교 학생회장 허유진양의 질문에 청원 미원중학교 학생회장 이종철군이 답했다. “시험 뒤 방과 후 수업 시간을 줄이는 대신, 학생회에서 학생들이 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열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때?”
담당 교사도 없이 올 한해 학생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괴산중학교 학생회장 윤지현군은 “회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학생회를 시작할 뻔했다”며 “담당 선생님이 없어 학생회와 학교의 소통이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토의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 학생들은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사·학생·학부모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았다. 토의한 결과를 적은 전지에는 ‘학생회 임원부터 교칙을 잘 지켜 학생회에 대한 선생님·부모님의 믿음을 얻는다’거나, ‘학생 자치 활동이 활성화되면 학생들 간의 우애가 깊어져 선생님들의 지도가 보다 편해진다’ 등 자치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포럼에 참가한 원평중학교 한은순 교사는 “학생회 임원들이 다른 학교의 학생회 활동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포럼에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며 “학생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교사들이 오히려 ‘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발전소에서는 충북지역의 중·고등학교의 학급을 대상으로 학급자치예산 20만원을 지원하는 ‘학급 자치 우리 반이 최고’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장학금 사용 계획을 학급별로 협의한 뒤 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장학금을 전달한다. 장학금을 받은 학급은 오는 6월30일까지 20만원을 계획에 따라 사용하고, 7월에 열리는 사례 발표에 참가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충북교육발전소의 다음카페(cafe.daum.net/cbedufactory)를 참조하면 된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모둠 토론 뒤 학생들은 학교별로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 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충북 보은여중 학생들의 발표 장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