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발전소 청소년 동아리 ‘뻔fun밴드’가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2군단 사령부 체육관에서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1318상상발전소 제공
휴카페 청소년들의 위문공연
중랑 청소년 휴카페 ‘상상발전소’
기타·피아노 등 무료로 레슨
밴드부와 댄스팀 아이들 스스로 꾸려
군부대 위문공연까지 직접 다니기도
학생 전용 문화공간이자 쉼터 구실
서울시 청소년 휴카페 37곳 운영 중
중랑 청소년 휴카페 ‘상상발전소’
기타·피아노 등 무료로 레슨
밴드부와 댄스팀 아이들 스스로 꾸려
군부대 위문공연까지 직접 다니기도
학생 전용 문화공간이자 쉼터 구실
서울시 청소년 휴카페 37곳 운영 중
“○○야, 자꾸 한 박자씩 늦어.”
“지금 단체 동작 안 맞거든. 안무 다 외운 거 맞아?”
이엑스아이디(EXID)의 ‘위아래’, 에이오에이(AOA)의 ‘사뿐사뿐’, 에이핑크의 ‘러브’(LUV). 아이돌의 최신곡에 맞춰 다섯명의 여학생이 땀을 흘리며 연신 춤을 추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걸그룹을 방불케 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청소년 휴카페 ‘상상발전소’. 춤 연습을 했던 학생들은 이 카페에서 만나 꾸린 댄스동아리 ‘블룸’(bloom)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군부대 위문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블룸은 지난해 말 춤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다. 인터넷에 올라온 커버댄스(춤 따라하기) 영상을 찾아보고 직접 안무를 짰다. 평소에는 매주 목요일에 두시간씩, 공연이 있을 때는 하루 다섯시간씩도 연습했다.
태릉중학교 2학년 주재은양과 윤은별양은 “휴무일인 월요일을 빼고 늘 상상발전소에 온다”며 “다른 학교 언니들을 만나 친하게 지내서 좋다. 공연 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면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강동구 명일동에 사는 왕희연(상일미디어고2)양은 버스로 30~40분이나 걸려 이곳에 온다. 그는 “커피숍에 가면 돈이 들기도 하고, 그곳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눈치도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다”며 “춤도 추고 선생님이나 밴드부 친구들한테 악기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에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가르치는 ‘하마 미션’이라는 직장인 밴드가 있다. 이들은 10년 넘게 군부대와 소년원에 위문공연을 다니던 팀이다. 상상발전소 김구연 매니저도 이 밴드 출신이다. 학생들은 카페에서 직장인 밴드 멤버들로부터 악기를 배우고, ‘뻔fun밴드’라는 팀도 결성했다. 이런 과정에서 고마움을 느꼈던 아이들은 본인들이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다. 재능기부로 받은 것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런 취지로 카페 소속 청소년 동아리 블룸과 뻔fun밴드는 지난 16일 강원에 춘천에 위치한 2군단 사령부 체육관에서 위문공연을 했다. 이날 근처 직할대 장병 300여명이 공연을 보러 왔다. 본래 계획은 학생들이 소년원에 위문공연을 가는 것이었다.
“또래 아이들끼리 서로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카페에 오는 애들 중 위태롭게 방황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소년원에 가면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실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고 소년원 아이들도 공연을 보면서 또래들이 저런 활동도 하는구나 자극이 될 거라 생각했다.”
청소년 밴드, 댄스 동아리 친구들과 위문공연을 기획했던 김 매니저의 말이다. 그러나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그런 와중에 언론을 통해 군대 내 폭력사건이 불거지는 것을 본 김 매니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대화를 통해 추운 날 군인들이 훈련받느라 힘들고 설 명절도 다가오니 군부대 위문공연을 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위문공연에 참여했던 왕희연양은 “나 스스로가 좋아서 춤을 배우고 공연을 펼쳤는데 뜨겁게 호응해줘서 뿌듯하고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 고마웠다”고 말했다.
뻔fun밴드에서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는 김시원(상일미디어고2)양은 “공연이나 대회에 나가면서 그만큼 실력도 쌓였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돈이 많지 않은데 상상발전소가 거의 다 지원해준다. 악기를 연주하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선생님들이 끼니도 챙겨주고 상담도 해주어 좋다.”
이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건 상상발전소라는 ‘청소년 휴카페’ 공간 덕분이다. 청소년 휴카페는 서울시가 학교나 학원 외에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전용 아지트다. 김양의 말처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돈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 없다. 휴카페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예전에는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냈냐고 묻자 “피시방, 노래방, 카페, 중랑천” 등을 꼽았다. 그만큼 청소년들만의 문화공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2013년 문을 연 상상발전소는 청소년 비영리민간단체인 ‘1318상상발전소’가 운영을 맡고 있다. 35평 남짓의 지하 1층에 당구대, 보드게임, 악기를 갖춘 밴드연습실, 온돌식 휴게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카페 프로그램이나 동아리도 직접 만들었다. 현재 ‘뻔fun밴드’와 ‘블룸’, ‘보드게임연구회’, ‘영상사진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평일에는 40~50명이, 주말에는 60~70명의 중·고등학생이 상상발전소를 찾는다. 대부분 친구 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 먼저 이곳을 알게 된 학생들의 ‘입소문 마케팅’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악기 레슨은 물론 음식도 무료다. 단, 본인이 먹은 그릇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냉장고에는 늘 지역 푸드뱅크에서 후원받은 음식이 채워져 있다. 아이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 있다.
김 매니저는 “처음에는 애들이 쭈뼛거리고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쉬었다만 갔지만 이제는 다들 친해져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알아서 잘 논다”며 “나한테 부모나 교사에게 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아예 ‘엄마’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찾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유롭고 편한 쉼터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상상발전소와 같은 청소년 휴카페는 지금 서울시에 현재 37개소가 운영중이다. 카페마다 시설이나 운영 방식은 차이가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서울시 휴카페 누리집(http://www.seoul.go.kr/campaign2014/huecafe)에 들어가면 각 구에 위치한 휴카페와 이용 가능한 시설 정보를 볼 수 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상상발전소 청소년 댄스동아리 ‘블룸’이 지난 13일 서울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휴카페 상상발전소에서 춤연습을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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