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이번주부터 격주로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무서워 북한이 남침을 못 한다고 할 정도로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는 거칠어졌습니다. 달라진 성장통을 어루만지려면 아이들 마음속을 이해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중학교 학생들을 여러 해 만나온 윤 교사가 사춘기 아이들 마음속을 바라보는 길을 터줄 예정입니다.
몇년 전부터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서 관심군에 해당하는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무난한 친구관계, 중상위권의 성적, 무난한 학교생활, 일반적인 가정환경, 아주 눈에 띄진 않지만 괜찮은 외모를 소유한 아이였다. 그런데 일상생활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이것저것 내세울 것도 없다. 외모도 예쁘지 않고, 매력이 없어서 불만족스럽다. 공부도 서너살 위 언니에 비해 그리 잘하지 못한다. 잘하는 애들에 비하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 어울리는 몇명의 친구들이 있지만 정말 편안하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는 아니다. 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여길까 싶어 늘 조심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편이다. 나는 그냥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 대신 마음속에는 이것저것 뭔가가 들끓고 있다.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운 느낌이 있다.” 얘기를 나누던 중 “내가 보기엔 넌 얼굴도 예쁘고, 이미지도 참 괜찮은데…”라고 했더니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여러모로 참 예쁜 아이인데, 안타까웠다.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이 아무리 “너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줘도 믿을 수가 없었을 거다. 이런 말을 들어도 저 사람이 아직 나의 진짜 모습을 못 봐서 저런 말을 한다고, 나를 정말 알게 되면 실망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 들키려고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치기 쉽다. 이런 얘길 했더니 그 아이는 나보고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했다.
이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내면의 열등감과 불만족감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며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엄청난 일탈행위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삶의 여러 영역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공부든 뭐든 어떤 일을 앞두고 자기가 잘해낼 수 있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다 정작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보지 못하고 끝나버릴 수도 있다. 또는 원하고 바라는 게 있어도 자신이 그걸 가질 자격이 될까 싶어 망설이다 놓치고서 두번째나 그다음으로 무난한 것을 선택하게 되는 패턴을 반복할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부모로 대표되는 중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정보를 얻는다. 내가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보살핌을 받고 예쁨을 받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구나’, ‘가치 있는 존재구나’라는 상이 심어진다. 자기 자신과 타인 및 세상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나의 어떤 행동이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해둔 기준을 충족시켰을 때만 애정 어린 눈빛과 손길을 받았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불안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느낌으로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를 생활한다고 보면, 자신감, 대인관계, 학업, 직업, 여러 영역에서의 수행 등 많은 면에서 부적절감과 불만족감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춘기 우리 아이들은 조금씩 혼란을 겪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가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이 사춘기가 손상된 자존감을 다시 한번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이며 부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춘기 시기에는 아이가 느끼고 있는 혼란을 들어주고 함께 견뎌주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인정받고 수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나답게, 자신이 기준이 되어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자신감을 가져”, “자신감 있게 행동해”, “네가 뭐가 못났어!”라는 말로는 아이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심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원할 때 민감하게 반응해주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넓혀 주고, 실패를 허용하고 지켜봐주는 부모의 눈빛과 행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나는 좋은 부모의 소질을 타고난 사람은 아닌지 자주 지치고 애가 탄다. 배워서 지식으로 아는 것이 많은데도 매 순간 헷갈리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공동체의 함께하는 지혜가 더더욱 필요한 시절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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