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의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취임을 알리는 펼침막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이 학교 들머리에 걸려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립대 총장에 ‘친정부 인사 앉히기’ 노골화
구미 지역구 3선 국회의원
체육계와 거리 먼 비전문가
‘총장공백’ 다른 국립대 3곳에
‘친정부 인사 추천’ 강한 메시지
“대학 자율성·의사결정 무시”
재정지원 빌미 ‘줄세우기’ 비판
구미 지역구 3선 국회의원
체육계와 거리 먼 비전문가
‘총장공백’ 다른 국립대 3곳에
‘친정부 인사 추천’ 강한 메시지
“대학 자율성·의사결정 무시”
재정지원 빌미 ‘줄세우기’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23개월간 공석이었던 한국체육대(한체대) 총장에 ‘친박’ 정치인인 김성조(57·사진) 전 새누리당 의원을 지난 3일 임용하자 대학 안팎에서 “대학과 교수 사회를 능멸하는 행태”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특별한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한체대 등 국립대가 자체적으로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연거푸 퇴짜를 놨다. 학계에선 이를 두고 청와대가 자기 입맞에 맞는 사람을 고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부했다는 의혹이 일었는데 이번 인사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김성조 총장 후보자 임용 제청을 받아들여 그를 제6대 총장으로 4일 임용했다. 김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출신이자 이곳을 지역구로 16~18대(2000~2012년)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이 한때 이사장으로 있었던 영남대학교 화학공학과(학사)를 졸업했고, 2007년부터는 영남대 법학과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주로 기획재정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을 뿐 체육 관련 상임위에서는 일한 경력이 없다. 체육계와는 거리가 먼 비전문가인 셈이다.
한 대학의 체육학과 교수는 “체육계에서 검증된 사람도 아니고 전문성도 없는 인물을 앉히려고 4번씩이나 총장 후보자를 비토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학의 자율권과 의사결정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인사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체육인 양성이란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한체대에 체육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데리고 온 것 자체가 대학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체대 내부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교수는 “이번에 5번째 총장 후보를 올려서 낙점받았다. 앞서 대학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을 총장 후보로 올렸는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거부해 놓고 지금은 무슨 이유로 인준했는지 알 수가 없다. 교수들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한체대를 떠나고 싶어하는 교수들도 많다고 전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내세워 대학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인데 정부의 이번 인사는 총장 임용까지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뜻을 노골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총장이 공석인 국립대도 알아서 친정부 인사를 후보로 추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 한체대 내부에서도 김성조 총장의 전문성보다는 ‘대정부 관계’에 무게를 뒀음을 인정한다. 김 총장을 총장 후보자로 나서 게 하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한 김진한 한체대 교수는 “김 총장도 처음엔 체육이나 대학과 관련이 없다면서 사양했지만 내가 강하게 설득했다”며 “한체대 내부 인사나 정부 관료 출신들이 교육부의 검증에 걸리다 보니 정부와의 관계에 크게 문제가 없는 분을 모셔서 정부와 대학을 잘 연결해 줬으면 해서 후보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정치인이라도 체육 관련 활동을 해왔다면 좀 다를 텐데, 체육교육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왔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제 전국교수노조 위원장(대구대 교수)은 “김성조 한체대 총장 임용 건은 이 정부가 자기들 마음에 맞는 사람만 총장 시키겠다는 의미다. 대학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하면 모든 대학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줄서기 하라는 것 아닌가. 전국 대학 교수들을 모아 거부 행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정무 전 한체대 총장도 정치인 출신이지만 문제없이 임기를 마쳤다. 교육부는 한체대에서 김성조 후보를 1순위로 추천했고 도덕성에도 문제가 없어 임용을 제청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직전 회장인 한체대 김원경 교수의 권유로 총장 후보로 나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천됐다”며 “정치적 고려에 따른 인사라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미시 궁도협회 초대 회장을 했고 2년간 경상북도 체육회 이사를 하기도 했다”며 “특정 분야의 스포츠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듭된 총장 선거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체대의 경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김창금 기자 watchdog@hani.co.kr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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