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비리 사학에 맞서 싸우다 교단을 떠난 한 교사가 13년 만에 교단에 다시 서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1일 공립학교 교사로 특별채용한다고 밝힌 윤희찬(59·사진) 교사는 2000년 고려대부속고등학교 교사이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간부로 서울 상문고 민주화투쟁에 참여했다. 서울시교육청사를 열하루 동안 점거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2004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2년6개월) 판결을 받았다. 재판을 받는 동안 고대부고는 급여는 주면서도 윤 교사의 수업권을 빼앗았다. 윤 교사는 결국 2001년 7월 학교에 사표를 냈다.

그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됐다. 이에 따라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서울시교육청에 윤 교사의 복직을 요청했다. 고대부고는 윤 교사 채용을 거부했다.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윤 교사를 공립학교 교사로 채용하는 길이 있었지만, 공 교육감은 그리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윤 교사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대법관)의 개입 논란이 뜨거웠던 재판의 하나다.

2013년 12월 공무담임권을 회복한 윤 교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청에 복귀를 희망한다는 민원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사학 민주화 공로를 인정해 공립학교 특채를 결정했다”며 윤 교사를 공립학교인 성북구 숭곡중학교 교사로 발령냈다.

윤 교사가 고대부고 교단을 떠난 지 13년7개월 만이다. 정년퇴임까지 남은 기간은 4년뿐. 윤 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 복직이 부패 사학에 맞서 싸우는 현장 교사들한테 힘이 되면 좋겠다”며 “학생·학부모와 많이 대화하고 인권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교육청의 윤 교사 특채를 문제 삼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공립교사로 특채한 사학 민주화 투쟁 교사 2명의 임용을 취소한 전례가 있다. 김보엽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윤 교사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채용 검토 대상으로 올린 점이 인천 사례와 다르다”며 “채용이 정당했는지 교육청의 소명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윤희찬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