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 교육감. 사진 충남도교육청 제공
[인터뷰] 김지철 충남도 교육감
“요즘 하루하루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냅니다.”
73.8%. 2013년 충남 천안지역 학생·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고교 평준화 찬성률이다. 전국의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 가운데 유일한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 천안이다. 내년 고교에 진학하는 지금의 중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남도교육청에서 천안지역 고교 평준화 시행을 위한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냈지만 부결됐기 때문이다. 27일 시작된 도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또다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내년도 평준화 시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지난 23일 교육감실에서 김지철(64·사진) 충남도교육감을 만났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호랑이처럼 넓고 날카롭게 보면서도 실천은 소의 발걸음처럼 천천히 연대해서 한다는 ‘호시우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와 관련해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교복 색깔에 따라 학생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열패감을 느끼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중학교 교육과정이 정상에서 벗어나 고교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가 돼서는 안 돼요.”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학업 중단자들이 많이 나오는 점도 강조했다. 현실적인 대학입시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현재 대입에서 내신만을 반영하는 수시전형으로 60% 넘게 선발합니다. 우수 학생들을 한 학교에 몰아넣으면 진학률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천안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천안은 경부선 철도를 기준으로 동서교육 격차가 매우 심해요.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서쪽 학교만 크고 동쪽 학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이번 평준화 대상에서 빠진 목천고·성환고는 또다른 명품고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이미 내놨다. 성환고는 관광·간호 등 특성화 과정을 집중 육성할 참이고, 올해 목천고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 모집에서 정원 미달을 벗어났다.
김 교육감은 특히 평준화 시행을 위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호소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평준화 시행안은 오는 3월까지 공고해야 한다. 교육부 보고와 승인 절차를 고려하면 이번 도의회 임시회밖에 기회가 없는 셈이다.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교육계 특성상 때를 늦추면 1년이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일반 민생사업과는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도의회에서 지난해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킨 뒤 천안지역 일부 학생·학부모들이 고교 입시가 그대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학원가로 몰리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번 임시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도의원들에게 거듭 현명한 판단을 부탁했다. 그는 “꿈과 끼를 키워야 하는 고교생 시절에 상처받고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고,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감으로서 권한보다 책임이 훨씬 더 막중하기 때문에 조례 개정안을 석달 만에 다시 상정하게 됐다. 도의회와 함께 지혜를 모으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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