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각각 예체능계열, 이공계열, 문과계열과 관련해 진로 찾기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한다.
예체능계열과 관련해 소개할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2000)이다. 이 영화는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 형과 함께 사는 11세 소년의 다소 서툴지만 진지한 꿈 찾기 과정을 보여준다. 검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직업 ‘광부’와 흰색을 떠올리게 하는 직업 ‘발레리노’는 영화 속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또 영화에서 글러브를 끼고 발레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듣는 주인공 빌리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남성미 넘치는 권투선수라는 직업과 여성미 넘치는 무용수라는 직업이 절묘하게 대립한다. 이 영화는 파업한 광부의 아들이 품었던 다소 엉뚱한 꿈(발레리노)이 점차 현실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파업에 참여하던 아버지가 발레리노가 되려는 아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파업 동료를 등지고 일터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역할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공계열과 관련해 소개할 영화는 <템플 그랜딘>(2010)이다. 이 작품은 자폐를 극복해낸 콜로라도주립대학 여성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는 자폐증을 안고 태어났지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진학한다. 그리고 온갖 역경을 이겨낸 뒤 결국 박사가 되어 동물들을 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설계한다. 특히 고교 과학 교사인 칼록은 그의 과학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대학 진학을 두려워할 때 ‘대학은 또 다른 하나의 관문일 뿐’이라고 조언한다. 템플 그랜딘은 ‘행운아’다. 적어도 진로라는 관점에선 그렇다. 만약 그에게 고교시절 과학 교사와 같은 멘토가 없었고, 그가 동물학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장애를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삶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역경이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그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역경은 자신의 성장을 막는 저항선이 되지만, 템플 그랜딘처럼 역경을 이겨내면 그것은 자신의 추락을 막고, 더 큰 도약을 돕는 지지선이 된다. 템플 그랜딘의 강의 그리고 그가 만든 동물장치 등은 그가 장애라는 한계 상황을 극복해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과계열 학생들을 위한 영화로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추천한다. 낚시를 매우 좋아하는 목사(맥클레인)와 그의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엄격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두 아들, 노먼과 폴은 글쓰기와 플라잉 낚시를 철저히 배우게 된다. 아버지에게 동일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형제는 무척 다르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규범을 철저히 따르는 큰아들(노먼)은 대학교수가 되고, 자유분방하며 반항적인 둘째 아들(폴)은 지방신문 기자가 된다. 하지만 폴은 불행히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동일한 교육을 받았지만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두 아들의 인생을 회상하면서, 아버지는 목사로서 마지막 설교를 한다. 이 설교는 자녀의 진로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빛과 같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설교 장면에서 목사는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고,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랑만큼은 완벽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삶의 교훈을 전한다. 과연 이 목사가 시간을 되돌려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예전처럼 두 아들을 똑같이 교육했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적성·흥미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진로 문제에는 정답이 없고, 해답만이 있다. ‘정해진 답’은 없고 ‘각자 다른 답을 풀어가는 과정’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필자가 마지막으로 톡 까놓은 진로 톡(Talk)이다. <끝>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유망직업백과> 저자
*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연재를 이번회로 마칩니다. 애독자 여러분과 그간 수고해주신 김상호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