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행복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방송대 총장 거부당한 류수노 교수
“청와대서 시국선언 여부 물어와”
정치적 성향 문제 삼은 의혹 커져
공주대·한체대 등 총장 공석 장기화
대학 학사 업무 차질 빚어져
“청와대서 시국선언 여부 물어와”
정치적 성향 문제 삼은 의혹 커져
공주대·한체대 등 총장 공석 장기화
대학 학사 업무 차질 빚어져
교육부가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법원이 ‘부당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총장 공석으로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22개월까지 학사 업무 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립대학들의 불만도 끓어오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는 22일 류수노 방송통신대(방송대) 교수가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류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대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는 지난해 7월 류 교수를 1순위 총장 임용 후보자로 2순위자와 함께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교육부는 어떤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류 교수는 교육부가 어떤 근거와 이유로 임용 제청을 하지 않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교육부가 류 교수에게 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상소할 뜻을 내비쳤다.
방송대 안팎에선 교육부가 류 교수의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배경엔 류 교수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은 청와대가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류 교수는 지난해 7월 청와대 직원이 2009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한 국회의원한테 제출한 ‘한국방송대 총장 임용 제청 부적격 사유’란 제목의 자료를 보면, “후보자가 된 후 현 총장에게 방송대 보직자 교체 인사를 요구하는 등 조직 내부의 혼란 및 구성원의 불만을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세종시 부동산 투자 및 개발 회사에 출자하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어 총장으로서 자질이 매우 부족하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후보자 시절 대학 인사에 관여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문건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도 21일 공주대 김현규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은 그 근거와 사유를 명시해야 함에도 김 후보자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아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며 교육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해 방송대는 4개월째, 공주대는 11개월째, 한국체육대는 22개월째, 경북대는 5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를 빚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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