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삼각산동 삼각산고등학교 옥상 위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시민햇빛발전소 1호기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선사고 입학생 1년뒤 평가했더니
기초학력미달자 비율 7.1%p 감소
비슷한 조건 일반고선 되레 늘어
“토론수업·동아리 활동 등이 영향”
기초학력미달자 비율 7.1%p 감소
비슷한 조건 일반고선 되레 늘어
“토론수업·동아리 활동 등이 영향”
혁신고등학교(혁신고)가 기초학력미달학생들의 성적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토론 중심 수업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이 수업에 흥미를 잃었던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20일 서울 연세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운영을 시작한 혁신고 2곳에 진학한 중3학생(내신성적 8~9등급)을 대상으로 입학 1년 뒤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했더니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입학한 학생 가운데 기초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은 17.6%였지만 이들이 2012년에 치른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그 비율이 7.1%포인트 줄었다. 마찬가지로 2013년과 2014년 평가에서도 전년도 입학생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이 각각 5.7%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다. 강북구에 있는 혁신고인 삼각산고도 2012~2014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이 비율이 모두 줄어들었다.
이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대비된다. 연구정보원이 국영수 학업성취도와 가계 소득이 비슷한 강북 지역의 ㄱ일반고를 선정해 조사했더니, 같은 기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 학생이 입학때보다 2~4.7%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각산고 3학년 김서형 양은 “국어 수업 시간에 시낭송 동영상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장기 결석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이 친구들이 학교에 나오고, 소위 ‘노는’ 친구들이 감독을 맡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혁신고가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 최하위집단 학생을 많이 배정받았지만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그 연장선에서 혁신고가 일반고보다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서울 4년제 대학 합격자 비율이 삼각산고등학교는 19%, 선사고는 17%였는데, ㄱ일반고는 14%에 머물렀다. 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이 일반고 보다 많아 대입에서 성과를 거두지 힘들것이라는 일부의 주장과 사뭇 다른 결과다. 김정안 삼각산고 혁신부장은 “혁신학교의 1차적 목표가 대입은 아니지만, 학생의 잠재력과 주도성을 중요하게 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이 두드러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을 하다보면) 혁신학교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 보다 뛰어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때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새로 지정되는 혁신학교를 포함하면 서울에선 모두 88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이중 고등학교는 11곳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대입 경쟁이 아닌 협력과 소통의 수업으로 기존의 낡은 학벌 경쟁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관점에서 봐도 주목할만한 대입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고등학교 ‘초대 교장’ 이영희 선생님이 학생과 선생 700여명이 운동장에 만들어 선물한 ‘인간 하트’를 학교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선사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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