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냄새나던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화장실. 성동구청 제공
성동구 학교화장실 개선사업
지저분하고 냄새나던 화장실
구청 앞장서 개선 도와줘
설문조사로 학생 의견 묻고
전문가 구성해 자문도 얻어
편히 쉴 만한 공간으로 변신
지저분하고 냄새나던 화장실
구청 앞장서 개선 도와줘
설문조사로 학생 의견 묻고
전문가 구성해 자문도 얻어
편히 쉴 만한 공간으로 변신
서울시 성동구 무학여고의 화장실은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았다.
“학교에서 화장실에 갈 때는 꼭 친한 친구랑 같이 갔어요. 잠금장치 고장으로 문이 닫히질 않아 교대로 손잡이를 잡아줘야 했거든요. 어둡고 추운 옛날식 화장실이라 무섭기도 했고요. 바닥에도 때가 배어서 새카맸어요.” 2학년 이승은양이 쑥스러운 듯 말하자 옆에 있던 같은 학년 황윤정양도 거들었다.
“냄새나는 시설도 문제였지만 일단 너무 좁았죠. 야간자율학습실에는 매번 8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앞 화장실은 세 칸밖에 안 됐어요. 급식을 먹고 나면 양치하러 가잖아요. 세면대 앞에 서자니 자리가 부족해서 친구들이랑 대걸레 빠는 곳에서 이를 닦았어요.”
하지만 학생들의 ‘기피장소’였던 화장실은 지난해 11월 완전히 탈바꿈했다. 어두웠던 화장실 칸막이는 밝은색으로 바뀌었고, 세면대도 훨씬 많아졌다. 채광용 유리창을 달아 화장실은 부쩍 밝아졌다. 문에는 높은음자리표 그림을 하나씩 그려놓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줬다. 세면대 옆에 나와 있던 청소용 대걸레 걸이는 화장실 구석 칸으로 들어갔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 나올 때 볼 수 있도록 화장실 문 주변에 좁고 긴 거울들이 붙었다. 세면대와 거울 사이에는 간이 선반을 설치해 소지품을 놓고 매무새를 다듬을 수 있게 했다. 이양은 “마음 편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양치할 때 이가 시리지 않아 좋다. 이제야 화장실이 좀 ‘쉬는 곳’ 같다”며 웃었다.
이 학교 화장실의 ‘환골탈태’ 뒤에는 성동구청의 ‘학교 화장실 현대화 5개년 계획’이 있었다. 성동구는 2013년부터 구내의 노후한 학교 화장실을 개선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행 첫해 용답초 등 3개교의 화장실을 개선한 것에 이어 2014년에는 화장실 개보수 대상 학교를 무학여고를 비롯한 4개교(응봉초·경일초·동마중·행당중)로 확대했다.
구청은 학생들이 좀더 위생적인 학교 환경에서 편하게 생활하고 공부하라는 뜻에서 관내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지원과 우영란 주무관은 “학교 화장실 보수를 할 때는 보통 교육청의 학교시설 개보수 예산을 쓴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제때 각 학교에서 필요한 공사를 하기 어렵다. 이번처럼 구청에서 직접 나서면 비교적 빠르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고, 구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복지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의 화장실 시설수준 격차는 예전에 비해 많이 벌어졌다. 가정이나 공공화장실에는 최소한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고, 비데까지 보급되고 있지만 오래된 학교 화장실에는 여전히 동양식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집 화장실에 비해 낙후된 학교 화장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과 후까지 대소변을 참다 결국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성동구청은 마지막 화장실 보수 공사 뒤 최소 10년이 지난 학교 중 5곳을 공사 대상으로 추렸다. 해당 학교 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4월 말부터 5월 초에 ‘화장실 사용실태 사전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당시 학교 화장실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학생들은 15%에 불과했다.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악취’와 ‘위생상태’, ‘불편한 동양식 변기’ 등이 꼽혔다. 그 뒤 설문조사 내용을 참고해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화장실 공사를 진행했다. 구청과 교육지원청, 학교의 실무협의회를 수시로 열고, 학교별로 학생·학부모, 화장실시민연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우 주무관은 “다수가 서양식 변기를 선호한다지만 무학여고의 경우 일부 여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앉았던 곳에 앉기 싫다’는 이유로 동양식 변기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수 의견까지 반영해 화장실마다 동양식 변기칸을 1~2개씩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학교 화장실 현대화 사업’을 2017년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11월, 공사가 모두 끝난 5개 학교 학생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사 후 화장실 실태 및 만족도 조사’에서 ‘학교 화장실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75%로 크게 늘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학교 화장실 현대화 사업’이 끝난 뒤 이렇게 달라졌다.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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