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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남편이 시험 대신 봐줘’…허술한 보육교사 자격증 시험

등록 2015-01-18 20:00수정 2018-09-17 18:11

인천 송도 지역 학부모와 아이들이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센트럴파크공원 들머리에서 아동폭력·학대 추방과 보육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천 송도 지역 학부모와 아이들이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센트럴파크공원 들머리에서 아동폭력·학대 추방과 보육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의 영상 틀어놓고 다른 일…
여러 명이 과목 분담해 시험…
2급 자격증 취득자 60.9%가
사이버대학·학점은행제 이용
“온라인제 폐지·승급 엄격히 해야”
“보육교사 자격증은 엄마들 사이에선 놀며 인터넷으로 마우스를 클릭해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의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예요.”

인천 지역의 엄마들 중심으로 1만7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운영자인 이아무개(38)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커뮤니티를 6년간 맡아온 이씨는 여러 엄마들을 만나며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쉽게 따는 광경을 지켜봤다.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강의 영상을 틀어놓고 마우스 클릭만 하는 사람, 조를 짜서 한 과목씩 돌아가며 시험을 보는 사람, 남편이 대신 시험을 봐줬다는 사람, 4주 실습을 받지 않고 아는 어린이집 원장한테서 실습 확인증을 받아 자격증을 따는 사람…. 온갖 편법이 난무했다. 이씨는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누구든 온라인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 대리 시험이 횡행한다”며 “이런 시스템으로는 자질 있는 보육교사가 나올 수 없다”고 짚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허술한 보육교사 양성체계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보육교사 교육훈련원 등에서 온라인 수업만 받고 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딴 보육교사 2급 관련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이번 사건의 가해 교사도 온라인 학점은행제로 2급 자격증을 딴 뒤 현장 경험을 쌓아 1급 자격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보육교사 2급 자격 취득자의 60.9%가 사이버대학과 학점은행제를 통해 자격을 얻었다.

이런 사정 탓에 보육교사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자격취득 제도에 반대 의견이 많다. 김호연 보육교사협의회 고충상담센터장은 18일 “온라인으로 대충 자격을 딴 사람이 친인척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허위로 교사로 등록해 경력을 건너뛰고 쉽게 어린이집 원장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렇게 비리가 재생산되는 구조라 진정성을 갖고 일하는 보육교사들마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 자격체계가 경력·학력 등을 고려해 섬세하게 짜이지 않았고, 승급이 너무 쉽다고 지적한다. 이미정 여주대 보육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과 오프라인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으론 온라인 자격 제도는 폐지하고, 승급도 엄격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업무가 유사한 유치원 교사는 방송통신대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을 통한 자격취득을 허용하지 않는다.

고졸 이상 학력자가 1년짜리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취득할 수 있는 보육교사 3급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보조교사로 구실을 한정하거나 교육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진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실장은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으로 수요·공급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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