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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역사회의 ‘문제아’가 예술을 통해 거듭난 사연…

등록 2015-01-05 19:50수정 2015-01-06 13:10

지난달 17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빅 소트’의 활동가 지지 앤토니(왼쪽)와 리사 슈밋이 본인들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지난달 17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빅 소트’의 활동가 지지 앤토니(왼쪽)와 리사 슈밋이 본인들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위기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의 학생 수는 35만~40만명이다. 청소년 범죄율과 치안은 미국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빈곤층 아동 비율이 38%로 미국 내 가장 높다. 빈부격차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빅 소트’(Big Thought)는 댈러스시에서 부정적 행동을 보이는 고위험 십대 청소년들에게 20년 넘게 교육을 해오고 있다. 1987년 설립된 이 단체는 현재 댈러스시, 자치교육구 및 100여개의 지역기관과 연계해 예술·문화·창의 교육을 한다.

지난달 15일, 빅 소트 대표 지지 앤토니와 청소년발달 부문 수석전문가인 리사 슈밋이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홍대 앞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열린 ‘2014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예술강사,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사와 지지는 ‘위기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강연했다. 워크숍이 끝난 17일 오후, 이들을 만나 빅 소트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미국 댈러스시 문화예술기관 ‘빅 소트’
대표 등 활동가 지난달 한국 방문
20년 이상 위기청소년 교육 사례 소개
‘긍정 마인드’ 강조한 교육철학으로
사회성 늘고 주의력 결핍 주는 등 변화
“지역 이웃들 관심과 도움도 필수”

빅 소트는 현재 지역 보호관찰소와 제휴해 문화예술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진행하고 있다. 매해 소년원에 수감된 60~80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며 공연과정과 시각예술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 창작뮤지컬과 시각예술작품을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예술강사는 멘토 또는 조력자 구실을 한다.

빅 소트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학생들의 변화 추이를 측정하는 연구를 실시한다. 지지는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 대다수가 가난하거나 집 없이 떠돌다 보니 사실상 장기적 추적 관찰은 어렵다”며 “대신 7주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아이들의 사회성과 의사소통 수치 등을 조사해 이전과 달라진 결과치를 발표한다”고 했다.

미국은 범죄를 저질렀던 아이들의 경우 18살이 되면 이전 범죄경력 기록을 다 지운다.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법적 시스템 때문에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있다. 얼마 전 2006년에 빅 소트에 왔었다는 여성이 26살이 된 지금 보험회사에 다니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폭력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됐던 한 남학생은 7년간 우리 프로그램을 받은 뒤 지금은 공부를 하며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힘들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가 하루아침에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7주 참여하고 뭐가 크게 바뀌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빅 소트가 제시한 자료집을 보면 아이들은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기 통제 및 참여·공감·협력 및 의사소통·책임성 등 사회성 기술 분야의 점수가 향상됐다. 반면 외현화(일탈행동을 개념화하는 행동구조의 하나로 불복종, 비행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약자 괴롭히기, 과잉 활동과 주의력 결핍 등의 수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에서 교육을 받기 전과 후의 성과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이들의 작업은 의미가 있다. “효과 측정이 프로그램을 한층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고 진전을 보였는지 살펴보고 다음에 내용을 짤 때 반영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간다.” 리사의 말이다.

빅 소트를 거친 학생들이 이런 변화를 보인 데는 이곳만의 특별한 교육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빅 소트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성장의 사고방식’(Growth Mindset), ‘사회정서적 교육’ 등의 교수철학이 담겨 있다. 지지는 “‘성장의 사고방식’이란 스탠퍼드대학 심리학 교수인 캐럴 드웩 박사가 쓴 동명의 책에 나온 말”로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도록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프로그램에서는 ‘도전을 받아들여라’ ‘차질이 생겼을 때 그것으로부터 배우라’는 등의 말을 아이들에게 자주 사용한다. 지지는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를 배우거나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런 아이들에게 ‘뇌는 계속 커가고 성장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자. 실패와 포기를 ‘성장의 과정’으로 생각하자’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정서적 교육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인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개인 혹은 단체와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고 의사소통을 하는지 등 관계 맺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또 작품에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녹여내며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법도 배운다.

빅 소트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진행한다. 프로그램 효과도 높이고 이후 생활에 아이들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사는 “프로그램 진행 전 경찰서나 소년원, 학교 등의 협조를 받아 아이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어떤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지 등을 적은 범죄 리스트와 아이가 복용하는 약, 가정 내 상황에 대한 정보 등을 미리 받는다”고 밝혔다. 아이들을 좀더 잘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또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선보이는 공연과 전시에는 갱단에서 활동했던 아이들의 친구들, 관찰보호소와 소년재판소 관계자, 가족들이 모두 참석한다. 아이들은 대중 앞에 나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며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 이와 동시에 지역사회가 ‘문제아로 낙인찍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달라진다.

빅 소트의 교육은 실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댈러스 카운티 소년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력범죄 체포자의 14%, 재산범죄 체포자의 23%가 청소년이다. 이 중 유죄판결 청소년의 재범률은 1년 이내는 43%, 2년 이내는 63%에 달했다.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은 신병교육 식의 군사훈련, 약물치료, 지역사회 봉사, 빅 소트의 아트 프로그램 네가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 중 빅 소트의 프로그램이 재범률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가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지는 “도시 전체가 건전하고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찰, 보호관찰관, 정신과 상담의와 협력해 위기청소년이 잘 자랄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들은 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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