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 학생들이 책을 읽고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 최송일씨 제공
[함께하는 교육] 청소년이 말하는 ‘모여 읽기’의 즐거움
학생들의 다양한 읽기활동 이력이 곧 ‘스펙’이 되는 시대다. 부모들은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각종 추천도서, 신문 등 다양한 읽을거리들을 안겨준다. 하지만 ‘혼자 읽기’를 통해 얻은 지식이 ‘살아 있는 지식’이 되긴 어렵다. 책 한 권, 신문 기사 한 꼭지라도 누군가와 소통하며 ‘함께 읽기’를 시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읽기 활동 이력이 중요한 때
활자매체 혼자 읽는 습관 버리고
선배 길잡이로 ‘모여 읽기’
자유로운 생각, 글·말로 나누자
책·신문읽기에 흥미 생기고
생각의 폭 넓어지는 경험도 ‘경청’ 중시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 에르디아 수원 조원중 3년 최린양은 평소 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을 읽은 뒤, 혼자 생각해보고, 독후감을 써보는 식의 일반적인 독서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6학년 때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ERDIA, cafe.naver.com/swerdia)를 알게 되면서 책 읽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최양은 “그 전에는 독서란 혼자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남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독서만큼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들어주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활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에르디아는 학생들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추천도서를 읽고, 미리 약속된 날짜, 공지된 장소에 모여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보통 ‘토론’이라고 하면 찬반논쟁이 오가는 ‘날 선 논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동아리의 토론 현장은 전혀 다르다. 읽은 책의 느낌을 포스트잇에 한 단어로 적어보거나, 여러 장의 그림·사진을 놓고 읽은 책의 느낌이 잘 표현된 이미지를 골라 보기 등 부담 없는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한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침묵’을 해도 된다. ‘경청’에 방점을 찍은 ‘비경쟁 토론’은 에르디아만의 특징이다. 독일어로 ‘진지한 대화’(ernst dialog)라는 뜻을 담은 에르디아는 7년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최송일씨가 만들었다. 최씨는 청소년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신이 사는 수원 지역 청소년 2명과 작은 독서동아리를 꾸렸다. “어릴 적, 다독왕은 아니었지만 책을 잡으면 그걸 굉장히 오래 읽는 편이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질문을 던지며 읽는 걸 좋아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재미있게, 다르게 읽는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선사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흔히 찬반 토론에선 말을 잘하는 소수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을 주도하지만, 에르디아에선 참여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다. 호기심에 또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한두 번 참여했던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임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에르디아라는 이름으로 수원·안양·용인·파주 등에서 약 300여명이 활동한다. 학교(31곳)를 통해 활동하는 학생까지 합치면 참여 학생 수는 약 3500명에 이른다. ‘혼자 독서’를 하다 보면 나만의 관점만 보이지만 독서토론 모임에서 활동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신선한 관점이 보인다. 최씨는 “어떤 아이들은 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도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한다. 어떤 친구는 토끼가 거북이에게 성공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승리를 양보했다고 해석한다”며 “이렇게 신선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게 ‘모여 읽기’의 좋은 점”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이 활동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읽을 책을 선정하고, 토론 내용 등을 기획하는 주체가 바로 두세 살 터울의 청소년 선배들이라는 데 있다. 중·고교 청소년들은 최씨를 통해 비경쟁 독서토론 노하우를 익힌 다음 각각 중학생은 초등학생, 고등학생은 중학생의 토론을 돕는 멘토로 활동한다. 초등학교 시절, 최린양의 북코치였던 김태오씨(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2년)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선배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라는 식으로 답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과 달리 귀를 활짝 열고 마음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들어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이런 활동이 북코치들에게 주는 좋은 점도 많다. 용인 흥덕고 1년 고서윤양은 “각 책마다 토론 과정을 다 다르게 기획한다”며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 그 책을 놓고 어떤 방식의 토론을 진행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라고 설명했다. 김태오씨는 “전에는 다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책을 읽은 뒤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토론도 하고 서평도 쓰다 보니 책 내용이 하나하나 기억에 오래 남고, 토론 과정에서 관련된 다른 책을 소개받기도 해 저절로 독서 영역이 확장된다”고 했다. 최송일씨는 “사실 독서토론 프로그램은 이미 주변에 굉장히 많이 있는데 아이들이 천천히 자기 식대로 읽고 이야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진 못한다. 아주 사소한 감상이라도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나눠보게 한다는 점이 이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대학생 도움 받아 함께 읽는 다독다독 멘토링 “아이들의 읽기활동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뭘까?” 이런 질문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휴대폰’이나 ‘게임’을 꼽는다. 서울 사당중 1년 이창민군 역시 평소 휴대폰 게임 등을 즐기느라 책이나 신문은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군의 일상이 얼마 전부터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휴대폰을 만지며 놀았을 시간에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본다. 동갑내기인 반포중 백현군도 최근 들어 집에 있는 신문을 자주 펼쳐본다. ‘멘토 형’ 장두원씨(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년)를 만나 ‘함께 읽기’ 활동을 한 덕분이다. 이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의 ‘대학생 읽기봉사단-다독다독멘토링’(이하 ‘다독다독’)을 통해 연을 맺었다. 이 활동으로 올해 언론재단의 다독다독 결과회에서 특별상도 수상했다.
다독다독은 대학생 멘토 1명과 중고생 멘티 2명이 약 5개월 동안 함께 신문이나 책 읽기 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읽기문화 조성을 돕자는 뜻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멘토는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멘티들이 책과 신문 등 읽기 분야에서 어려워하는 점을 살펴보고 스스로 즐겁게 다양한 읽기 활동을 해볼 수 있게 돕는다.
장씨네 팀은 신문활용교육(엔아이이·NIE) 활동과 각종 박물관 체험 등 현장학습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멘토는 멘티들이 중학교 1학년이라는 점에 주목해 엔아이이 활동뿐 아니라 국어·사회 과목과 연관지어 읽기 활동을 도왔다. 두 멘티는 평소 텍스트를 읽는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국어 성적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 시를 읽고 이해하는 활동을 어려워하던 두 멘티는 장씨와 함께 일간지 신문에 소개된 시를 한 편씩 읽고 짧은 감상을 남기는 활동을 해봤다. ‘북엔딩’(book ending)이라는 활동도 했다. 잠들기 전 약 30분 동안 책을 읽은 뒤 아주 간단하게 느낀 점 등을 적어보는 활동이다. 이군은 “처음엔 이게 무슨 활동인가 싶기도 했고, 졸음도 쏟아졌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형과 카카오톡으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읽었다. 이젠 잠들기 전 책·신문·시 읽기 활동을 하는 습관이 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얼마 전 치른 기말고사 국어과목에서 A등급도 받았다. 평소 인터넷 사용을 많이 했던 두 멘티는 멘토링 전, 인터넷 중독검사에서 고위험군이었지만 멘토링 뒤 일반사용자가 되는 큰 변화도 봤다.
읽기 활동에 서툰 두 남학생이 마음을 열고 읽기에 집중한 이유는 ‘멘토 형’ 덕분이다. 이군은 “보통 어른들은 우리들 이름을 잘 안 부르는데 멘토 형은 내 이름을 불러주며 내가 어떤 부분에서 읽기를 두려워하는지 살펴주고 길을 알려줬다”며 “내 친형과 동갑이어서 진짜 형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고 했다.
이 팀의 활동명은 ‘부모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나’다운 읽기: 나를 닮은 읽기’였다. 이름처럼 장씨는 멘토링을 진행하며 수시로 두 멘티의 부모님과 활동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장씨는 “중학교에 갓 들어간 친구들에겐 아직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중요한데 부모님이 아이들이 어떤 책, 어떤 기사를 읽었는지 질문해주고 간단히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읽기에 자신감을 얻는다”고 했다.
인천 만수여중 3년 김솔, 부평 서여중 2년 유혜지양과 가톨릭대 법학과 3년 하지은씨는 올해 다독다독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팀이다. 이들 역시 약 5개월 동안 신문, 책 등을 놓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멘토는 멘티들에게 처음부터 읽을거리를 들이대지 않았다. 하씨는 “직업적성검사 등을 통해 두 학생의 성향 등을 파악하고 어떤 읽기 활동이 좋은지도 살폈고, 이 활동을 진로와 연계할 고민도 했다”고 했다.
김솔양은 평소 도서관에서 책 보는 걸 좋아했지만 누군가와 토론을 하거나 각종 시청각 자료와 연계한 읽기를 하는 이른바 ‘확장하는 독서’는 해보지 못했다. 다독다독을 하면서부터는 그게 가능해졌다. 김양은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영화화된 책들을 영화와 함께 보고 토론·글쓰기 활동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우아한 거짓말>의 경우, 학교폭력, 가정 내 무관심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섯 가지 실타래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고, 학교에서 왕따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김솔양은 “책이나 신문을 혼자만 읽고 끝냈으면 내 생각밖에 몰랐을 텐데 함께 의견을 나눠보면서 내 관점에 대한 확신도 생기고 남의 의견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두 멘티는 만수여중, 부평 서여중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중학생 책·신문 읽기 실태 설문조사’도 했다. 유혜지양은 “한 달에 책을 몇 권 읽느냐는 질문에 ‘1권 읽는다’는 친구들이 가장 많았다. 또 ‘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원 등의 일정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책읽기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책읽기에 흥미를 못 느끼는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책으로 할 만한 여러 가지 활동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해서 판타지 소설 위주로 독서를 많이 해왔다. 다독다독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언니들에게 읽어보면 좋을 책이나 기사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추천받았다. 이런 매체들을 다양하게 읽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덕분에 나한테 맞게 천천히, 제대로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혼자 읽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함께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 에르디아 청소년 북코치 추천
십시일반
박재동·손문상 등 지음
창비 우리 사회 속 인권 문제를 풍자만화로 소개한 책이다. 책을 읽은 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인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김난주 옮김
프로메테우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교육이란 뭘까?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세우고 평가하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와 우리와는 상반되는 책 속 학교를 비교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다.
국경없는 마을
박채란 지음
서해문집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이 만드는 국경 없는 마을 이야기다. 차별이 만들어낸 사회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다문화가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조병준 지음
그린비 1960년대 프랑스 위대한 성녀 마더 테레사와 그녀를 따르는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선한 마음을 품고 진심을 나누는 사람들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앎 이 책에서 사람은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빌려볼 수 있다. 싱글맘, 트렌스젠더 등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무조건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열일곱살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사계절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다. 인생의 다양한 출발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활자매체 혼자 읽는 습관 버리고
선배 길잡이로 ‘모여 읽기’
자유로운 생각, 글·말로 나누자
책·신문읽기에 흥미 생기고
생각의 폭 넓어지는 경험도 ‘경청’ 중시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 에르디아 수원 조원중 3년 최린양은 평소 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을 읽은 뒤, 혼자 생각해보고, 독후감을 써보는 식의 일반적인 독서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6학년 때 독서토론 동아리 ‘에르디아’(ERDIA, cafe.naver.com/swerdia)를 알게 되면서 책 읽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최양은 “그 전에는 독서란 혼자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남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독서만큼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들어주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활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에르디아는 학생들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추천도서를 읽고, 미리 약속된 날짜, 공지된 장소에 모여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보통 ‘토론’이라고 하면 찬반논쟁이 오가는 ‘날 선 논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동아리의 토론 현장은 전혀 다르다. 읽은 책의 느낌을 포스트잇에 한 단어로 적어보거나, 여러 장의 그림·사진을 놓고 읽은 책의 느낌이 잘 표현된 이미지를 골라 보기 등 부담 없는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한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침묵’을 해도 된다. ‘경청’에 방점을 찍은 ‘비경쟁 토론’은 에르디아만의 특징이다. 독일어로 ‘진지한 대화’(ernst dialog)라는 뜻을 담은 에르디아는 7년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최송일씨가 만들었다. 최씨는 청소년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신이 사는 수원 지역 청소년 2명과 작은 독서동아리를 꾸렸다. “어릴 적, 다독왕은 아니었지만 책을 잡으면 그걸 굉장히 오래 읽는 편이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질문을 던지며 읽는 걸 좋아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재미있게, 다르게 읽는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선사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흔히 찬반 토론에선 말을 잘하는 소수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을 주도하지만, 에르디아에선 참여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다. 호기심에 또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한두 번 참여했던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임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에르디아라는 이름으로 수원·안양·용인·파주 등에서 약 300여명이 활동한다. 학교(31곳)를 통해 활동하는 학생까지 합치면 참여 학생 수는 약 3500명에 이른다. ‘혼자 독서’를 하다 보면 나만의 관점만 보이지만 독서토론 모임에서 활동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신선한 관점이 보인다. 최씨는 “어떤 아이들은 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도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한다. 어떤 친구는 토끼가 거북이에게 성공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승리를 양보했다고 해석한다”며 “이렇게 신선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게 ‘모여 읽기’의 좋은 점”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이 활동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읽을 책을 선정하고, 토론 내용 등을 기획하는 주체가 바로 두세 살 터울의 청소년 선배들이라는 데 있다. 중·고교 청소년들은 최씨를 통해 비경쟁 독서토론 노하우를 익힌 다음 각각 중학생은 초등학생, 고등학생은 중학생의 토론을 돕는 멘토로 활동한다. 초등학교 시절, 최린양의 북코치였던 김태오씨(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2년)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선배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라는 식으로 답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과 달리 귀를 활짝 열고 마음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들어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이런 활동이 북코치들에게 주는 좋은 점도 많다. 용인 흥덕고 1년 고서윤양은 “각 책마다 토론 과정을 다 다르게 기획한다”며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 그 책을 놓고 어떤 방식의 토론을 진행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라고 설명했다. 김태오씨는 “전에는 다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책을 읽은 뒤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토론도 하고 서평도 쓰다 보니 책 내용이 하나하나 기억에 오래 남고, 토론 과정에서 관련된 다른 책을 소개받기도 해 저절로 독서 영역이 확장된다”고 했다. 최송일씨는 “사실 독서토론 프로그램은 이미 주변에 굉장히 많이 있는데 아이들이 천천히 자기 식대로 읽고 이야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진 못한다. 아주 사소한 감상이라도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나눠보게 한다는 점이 이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대학생 도움 받아 함께 읽는 다독다독 멘토링 “아이들의 읽기활동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뭘까?” 이런 질문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휴대폰’이나 ‘게임’을 꼽는다. 서울 사당중 1년 이창민군 역시 평소 휴대폰 게임 등을 즐기느라 책이나 신문은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군의 일상이 얼마 전부터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휴대폰을 만지며 놀았을 시간에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본다. 동갑내기인 반포중 백현군도 최근 들어 집에 있는 신문을 자주 펼쳐본다. ‘멘토 형’ 장두원씨(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년)를 만나 ‘함께 읽기’ 활동을 한 덕분이다. 이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의 ‘대학생 읽기봉사단-다독다독멘토링’(이하 ‘다독다독’)을 통해 연을 맺었다. 이 활동으로 올해 언론재단의 다독다독 결과회에서 특별상도 수상했다.
다독다독멘토링에서 올해 특별상을 받은 (왼쪽부터) 이창민(멘티)군, 장두원(멘토)씨, 백현(멘티)군이 서울도서관을 방문했다. 김청연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학생 읽기봉사단-다독다독멘토링’에서 올해 최우수상을 받은 (왼쪽부터) 김솔(멘티)양, 하지은(멘토)씨, 유혜지(멘티)양이 지난 5개월 동안 함께 참여하며 만든 읽기 자료 등을 펼쳐놓고 있다.
‘함께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 에르디아 청소년 북코치 추천
박재동·손문상 등 지음
창비 우리 사회 속 인권 문제를 풍자만화로 소개한 책이다. 책을 읽은 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인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김난주 옮김
프로메테우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교육이란 뭘까?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세우고 평가하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와 우리와는 상반되는 책 속 학교를 비교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다.
박채란 지음
서해문집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이 만드는 국경 없는 마을 이야기다. 차별이 만들어낸 사회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다문화가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조병준 지음
그린비 1960년대 프랑스 위대한 성녀 마더 테레사와 그녀를 따르는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선한 마음을 품고 진심을 나누는 사람들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김수정 지음
앎 이 책에서 사람은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빌려볼 수 있다. 싱글맘, 트렌스젠더 등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무조건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안광복 지음
사계절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다. 인생의 다양한 출발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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