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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남들과 조금 다른 길, 함께 공부하니 행복합니다”

등록 2014-12-22 19:39수정 2014-12-23 08:56

방송대에 다니는 삼형제 (왼쪽부터) 막내 차양명군, 둘째 목양군, 첫째 화목군이 어머니 권차영씨와 함께 학교도서관을 찾았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방송대에 다니는 삼형제 (왼쪽부터) 막내 차양명군, 둘째 목양군, 첫째 화목군이 어머니 권차영씨와 함께 학교도서관을 찾았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방송대 가족 재학생을 만나다
14살에 대학 입학한 삼형제부터
형제, 부자·모자 사이 동문 등
온 가족이 함께 다니는 대학
언제 어디서나 수업 가능하고
공부하려는 학생 누구에게나
스터디그룹·튜터제 등 적극 지원
국립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는 1972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원격 교육대학이다. 지금까지 58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2014년 현재 5개 단과대학 24개 학과(부)에서 총 14만3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방송대는 2012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PC)에서 사용 가능한 유노우플러스(U-KNOU+) 앱을 개발했다. 12월 현재 5만4600여명이 이를 이용한다. 공부를 하는 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샐러던트’,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의사·교수·법조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까지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왔다. 또 학교에는 형제자매 등 가족이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대에서 먼저 공부한 경험이 있는 부모나 형제들이 다른 가족들에게 입학을 권유한 덕분이다.

대구광역시에 사는 차화목(18)군, 차목양(15)군, 차양명(14)군 삼형제는 친구들이 중학교에 다닐 무렵 대학생이 됐다. 맏이 차화목군은 2010년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고, 현재는 실용영어학과 대학원에서 최연소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두 동생도 2013년과 올해 각각 형과 같은 학과에 들어갔다.

차화목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공부해 2년 만에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중·고교 과정을 일찍 마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작은 교회에서 목회 일을 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신학공부를 권했고,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라고 충고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너무 막연했고,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눌 또래의 친구도 없었고,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선배도 없었다. 마침 사춘기가 찾아왔다. 검정고시를 보라고 조언했던 부모님을 잠시 원망하기도 했다.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길을 바꿀 수 없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방송대에 입학했다.

어머니 권차영(44)씨는 이런 아들을 노심초사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결심은 확고했지만 아들이 잘해낼 수 있을지 늘 걱정스러웠다. 큰아들이 방송대에 입학한 다음해인 2011년 권씨도 아들과 같은 과 3학년에 편입했다. 영어를 공부해두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큰아들의 대학생활에 동반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결심한 데는 한 학기당 30만원대로 저렴한 학비와 학교의 활성화된 편입학 제도도 영향을 줬다. 학교는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차화목군은 대학교에 입학하던 첫 학기에만 등록금을 냈고, 그 뒤로는 계속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형의 모습에 자극받은 두 동생도 같은 길을 따라 방송대를 선택했다. 같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는 삼형제는 지금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학교 친구다.

지난 2013년 11월1일 부사관 훈련 수료식에서 아버지 유석종씨(왼쪽)와 함께한 유영권씨. 아버지는 현역 경찰로 영권씨와 같은 과 선배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지난 2013년 11월1일 부사관 훈련 수료식에서 아버지 유석종씨(왼쪽)와 함께한 유영권씨. 아버지는 현역 경찰로 영권씨와 같은 과 선배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방송대 관광학과 1학년 유영권(23)씨도 아버지 유석종(50·관광학과 4학년)씨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다닌다. 유영권씨의 어머니는 2005년 방송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새해에는 동생까지 방송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유씨는 강원도 철원의 한 부대에서 정훈병과 부사관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 방송대에 입학했다. 군에 오기 전 두 군데 대학에 다녔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그만뒀다. 군에 입대한 뒤에야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데는 같은 과 선배이자 현역 경찰관인 아버지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아버지는 “공부를 하고 있어야 기회가 생긴다”고 충고했다. 아버지가 관광학을 공부하고 있던 2013년 10월, 우리나라에 관광경찰 제도가 도입되어,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일과가 끝나면 하루 두 시간 정도 인터넷으로 관광학 수업을 듣는다. 온라인 수업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공부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대학생활과 일을 병행하는 게 가능했다. 한 학기 이틀 정도는 휴가를 써서 오프라인 수업을 듣는다. 입학은 서울 캠퍼스로 했지만, 오프라인 수업은 부대에서 가까운 춘천 캠퍼스에서 듣는다. 방송대는 전국에 49개의 캠퍼스가 있기 때문에 학생이 입학한 캠퍼스와 상관없이 자신이 편리한 캠퍼스로 출석하면 된다. 어디서든 도서관·전산실·스터디룸 등 학습 편의 시설 이용도 가능하다.

유씨는 전공 공부를 위해 관광학과의 스터디그룹인 ‘날개 치는 소리’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그룹은 아버지가 공부했던 곳이다. 유씨는 “매주 한 번씩 동기들을 만나고, 학습 정보나 자료 등을 카페에서 공유할 수 있어 좋다”며 “엠티(MT) 등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기 때문에 혼자 공부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방송대에는 전국 1500여개의 자발적인 스터디그룹이 있다. 그룹별 참여 인원은 5명부터 300여명까지 다양하다. 학교는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온라인 학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멘토링 제도’와 ‘튜터제’를 도입해 운영한다. 멘토링 제도는 방송대에서 먼저 공부를 시작한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멘토가 되어 자신의 학습 경험과 노하우를 온·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튜터제는 석·박사로 구성된 튜터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거나 게시판·토론방을 통해 학습과 진로, 취업 등에 대해 직접 상담해주는 제도다. 현재 ‘투웨이’(Two-way) 튜터링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전공별·경력목표별 학습로드맵을 설계해주는 전공튜터와 교과목별 학습지도를 하는 과목 튜터가 있다.

얼마 전 유영권씨는 방송대 페이스북에 ‘공부하는 군인은 나라도 잘 지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방송대의 홍보모델로 활동 중이다. 유씨는 “정훈병과에서 하는 일과 홍보 분야 일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학교의 다양한 학습 연계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고, 제대하고 나면 전공을 살려 여행분야 쪽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은철 기자 le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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