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유치원 원아 선발 추첨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유치원에서 4살배기 딸이 유치원생으로 당첨되자 어머니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회 지원’ 규정 무시하고 우선 등록 강요 빈발
종일반은 합격해도 대기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지원자 많은 유치원은 자체적으로 입학 취소도
종일반은 합격해도 대기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지원자 많은 유치원은 자체적으로 입학 취소도
유치원 입소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들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교육청이 명백하게 보장한 부모들의 4회 지원 횟수와 등록 기간(17, 18일)을 무시하고 우선 등록을 강요하는가 하면, 종일반을 보내야 하는 ‘직장맘’의 경우 추첨에 합격했어도 대기 순번을 뽑게 하고 합격 여부를 확정해주지 않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맘 ㄱ씨는 4일 한 유치원 추첨에서 합격했다. 3대1의 경쟁률로 주변의 유치원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은 낮았다. ㄱ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유치원 원장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추첨에 당첨된 사람들 중에 종일반 원아 부모들은 따로 대기 번호표를 뽑으라는 것이었다. 종일반의 경우 몇 명이 구성될지 모르니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ㄱ씨는 “유치원에서는 반일반 원아를 선호한다. 반일반 부모들은 그냥 보내고 종일반 부모들만 대기 번호표를 뽑았다. 추첨에 합격했어도 합격된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다른 군 유치원 추첨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ㄱ씨와는 반대로 어떤 유치원은 등록 기간이 아닌데도 우선 등록을 강요했다. 오는 10일과 12일에 추첨을 하는 국공립 유치원에 원아를 뺏기지 않으려는 일부 사립 유치원들의 꼼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ㄴ씨는 가군에 소속된 유치원에 합격이 됐는데, 그날 바로 오후 6시까지 등록 여부를 확정지어달라는 유치원의 전화를 받았다. ㄴ씨는 “지원 횟수가 4회로 보장돼 다른 군에도 지원해보려 했다. 그런데 그런 전화를 받으니 일단 입학금을 냈다. 만약 다른 군에서 떨어지면 그곳에 보내야 하는데, 미리 등록을 안 했을 경우 혹시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아예 유치원이 자체적으로 입학 지원 자체를 취소하려는 사례도 있다. 서울 한 지역맘 카페에 누리꾼 myc****가 올린 사연에 따르면, 가군에 속한 유치원 중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유치원을 골라 지원했는데 유치원에서 전화로 “그쪽 아파트에는 셔틀 버스가 다니지 않으니 취소하라”고 말했다. 차로 유치원에 직접 보내겠다고 사정하던 이 누리꾼은 유치원에서 온 두 번의 전화에 접수를 취소했다. 오겠다는 원아가 많은 유치원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지원자를 걸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유치원 입소 문제로 고생한 서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추첨에 떨어져도 걱정이고, 추첨에 합격해도 부모들은 걱정이다”며 “유치원들이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교육청의 방침도 지키지 않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분노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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