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웨스턴팰리에서 ‘9시 등교 관련 교육감과 100인 대 토론회’가 열려 조희연 교육감과 고등학교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학생·학부모·교사 모여 ‘9시 등교’ 머리 맞댔는데…
서울교육청 ‘100인 토론회’
“학교 주체들이 정책 결정 의미있어”
찬반 떠나 토론 자체에 높은 평가
서울교육청 ‘100인 토론회’
“학교 주체들이 정책 결정 의미있어”
찬반 떠나 토론 자체에 높은 평가
“9시 등교 정책을 두고 토론을 해서 결정하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생각을 묻고 이것을 얼마나 반영해서 결정할지 고민하는 일 자체가 전에 없던 중요한 변화입니다.”(김은경 경인중 교사)
서울시교육청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웨스턴팰리스 웨딩홀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9시 등교 관련 교육감과 함께하는 100인 대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9시 등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11월3일 발표했고, 11월24일엔 학교별 토론회를 거쳐 학생 의견을 50% 반영해 9시 등교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9시 등교 정책은 경기·전북교육청이 9월부터 시행하고 있고, 제주·광주·인천교육청이 내년 3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찬반 의견을 떠나 교육청이 학생·학부모·교사한테 결정권을 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고유선(15) 여의도여고 2학년 학생은 “특정 정책의 도입을 두고 학생을 포함해 모든 학교 구성원의 뜻을 토론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정애숙 중화중 교사는 “9시 등교 도입 여부와 별개로 토론 제안만으로도 학생의 건강권·휴식권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교육청이 9시 등교 참여 학교 목표치를 정하지 말고 각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반대 의견이 많았다. 중학생들은 토의를 거쳐 “참석한 10명 중에 9명이 반대 쪽이었다. 하교 시간이 늦어져서 학생들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복고 1학년 자녀가 있다는 오수산나씨는 고등학교 부모를 대표해 “맞벌이 부부는 아침 6~7시면 출근해야 한다. 등교시간이 늦춰져도 아침식사를 같이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이들이 방치된 시간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2 안건희 학생은 “9시 등교로 수능 시험 시간에 맞춰진 생활 리듬이 깨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찬성 의견도 적잖았다. 경복고 2학년 이현우 학생은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어 9시 등교를 환영하는 친구들도 많다. 학교에서 다양한 아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맞벌이 가정 문제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토의를 거쳐 “초등학교는 이미 오전 8시40분에 등교를 해서 9시 등교 시행으로 큰 차이가 없다. 9시 등교를 하려면 9시 이전에는 사교육을 금지하는 조례도 같이 시행해야 한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한테는 아침 급식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에 앞서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하듯이, 학생·학부모·교사의 생활에 날마다 영향을 끼칠 정도의 중대한 문제라면 ‘학교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주인으로서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훈련을 해보자는 게 이번 9시 등교 정책 추진 과정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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