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관객이 증가하면서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영화가 손꼽힌다. 영화는 단순히 즐거움을 얻는 수단을 넘어 개인과 사회를 연결짓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문화적 수단과 달리 영화가 이처럼 급속히 대중 속으로 전파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스토리, 이미지가 지닌 힘 때문이다. 흔히 사진을 ‘순간예술’이라고 말한다. 사진이 절정의 이미지를 표현한 순간예술이라면, 영화는 극화된 스토리에 이미지가 결합된 에피소드이다. 이는 영화만이 가진 매력이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경계선에 존재한다. 영화를 통해 직업정보뿐만 아니라, 미래의 진로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영화를 통해 부족한 자신감을 보충하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꿈과 진로 찾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꿈을 키워주고, 진로 찾기에 도움을 주는 영화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가 먼저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꿈의 구장>(1989년)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오래된 영화다. 평범한 36살의 농부 레이는 어느 날 자신의 옥수수밭에서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온다”는 나지막한 계시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평범한 농부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그는 ‘옥수수’라는 현실적 가치를 버리고 ‘야구장’을 만들면서 내면적 행복감을 얻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을 버린 대가로 경제적 고충과 주위의 냉담함이라는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이 영화는 주인공 레이가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아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두 번째 소개할 작품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다. 영국의 명문 웰튼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 존 키팅은 학생들에게 ‘오늘을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목적이고 꿈의 실현’이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기존 수업과 다른 파격적인 키팅 선생님만의 수업방식에 영향을 받아 답답한 규율과 현실 속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생긴 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한다. 그 과정에서 배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열혈 회원 닐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극한 대립 속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의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자살사건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서클의 정체가 드러나고,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필자가 이 영화를 추천한 이유는 꿈의 실현 과정이란 기존의 규범과 대립하기도 하며, 현실의 이익과 상충하는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꿈 찾기’ 영화 가운데 잘못된 ‘꿈 찾기’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닐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살을 택한 배우 지망생 닐은 결코 현실을 버리고 꿈을 택한 사람이 아니다. 닐은 꿈이 아닌 마음속 환상을 좇는 사람이다. 진정한 꿈은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기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꿈이 클수록, 간절할수록 고통이 클 수 있다. 삶의 진로 속에 숨겨진 고통과 시련은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을 때 자신의 성장을 막는 저항선이 되며, 그것을 이겨냈을 때 자신의 추락을 막는 지지선이 된다. 진정한 꿈 찾기에는 고통이란 대가가 따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꿈의 구장>은 진정한 꿈 찾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