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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상 가까운 곳에 롤모델이 있다

등록 2014-11-17 19:58수정 2014-11-18 08:29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진로 관련 책이나 강의 등을 보면 이른바 ‘모범이 되는 사람’, 즉 ‘롤모델’을 만들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롤모델로는 주로 유명 스포츠 스타, 유명 연예인, 거물 정치인, 자수성가한 기업인 등이 자주 언급된다. 이들은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쳐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이런 알려진 롤모델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키울 수도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안 등을 배울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롤모델들이 너무 거창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매스컴이나 각종 진로 강의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롤모델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았기에 칭찬을 받을 만하며 분명히 배울 점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꼭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까? 필자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아이작 뉴턴 등은 누구나 알 만한 성공한 과학자다. 하지만 루크 하워드(1772~1864)란 과학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루크 하워드는 층운·적운·권운 등 구름의 종류를 처음으로 분류한 19세기 영국 출신의 약제사다. 약제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선택한 직업이다. 생계수단으로 약제사란 직업을 선택했던 루크 하워드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구름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 관찰 기록은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라는 작은 과학토론회에서 처음 발표됐고, 그 뒤 구름의 다양한 모양을 분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 사실 그가 발견한 구름의 분류는 기상학적 측면이나 문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이지만 그 성과만큼 그의 업적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의 업적과 삶은 영국의 지질학자 리처드 험블린이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사이언스북스)란 책을 쓰면서 후대에 알려지게 됐다.

사실 ‘진로 및 꿈’이란 관점에서 볼 때 루크 하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롤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현실적인 롤모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현실과 꿈의 문제에서 균형을 잡았다는 점에서 훌륭한 롤모델이다. 루크 하워드는 약제사란 직업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의 꿈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약제사로 일하며 생활인으로 살았고, 취미로 기상과학자의 일을 수행했다. 또 자신이 품었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 유년시절부터 좋아했던 구름에 대한 관심을, 성인이 되고 약제사가 된 뒤에도 계속 버리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부딪히고, 세상이 그의 열정을 알아주지 않았을지라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살아 있을 때 그의 업적이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의미의 롤모델이 될 만한 인물이다.

현실은 성공한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 수많은 조명을 비춘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보다 훨씬 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은 그 능력이나 업적을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은 유명해지지 못한 열정과 노력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에 수천명 참가하지만 영광은 우승자의 몫일 뿐이다. 누구나 일등을 하고 싶어하지만 일등은 결국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그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유명 스포츠 스타나 거물 정치인 등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사람들만이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지금 큰 주목을 받는 롤모델들은 현실의 문턱에 서 있는 청년이나 학생들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꿈을 열심히 찾은 롤모델을 찾아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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