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식 평가·옛 수우미양가 형태 점수통보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겨냥 우리·민노쪽 집중포화
“점수 위주의 ‘줄세우기 교육’이 부활하고, 평준화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23일 국회 교육위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선, 서울 초·중·고 교육정책의 ‘퇴행’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우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학력신장 방안’이 집중포화의 표적이 됐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서울 초등학교 155곳을 표본조사했더니, 올해 1학기에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한 56곳 가운데 점수형 통지표를 사용한 학교가 25%인 14곳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나머지 학교도 옛 ‘수우미양가’ 형태와 다름 없는 단계형(33곳)이나, 단계·서술 혼합형(8곳)이 대부분이었고, 학력신장방안 시행 이전에 일반적이었던 서술형 통지는 단 한 곳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학력신장방안에 따른 일제고사식 평가와 점수형·단계형 성적통지 방식이 초등학생을 ‘학력전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교육청에서는 학업 성취도 평가 실시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서울 전체 초등학교 559곳의 99.1%인 554곳에서 평가를 실시했다”며 “또, 평가를 실시한 554곳의 98.6%인 546곳에서 학년 공동출제 문제로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지병문 의원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사실상 일제고사로 변질되면서 초등 전문학원 및 학습지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고교 2036곳 가운데 12.5%인 255곳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금지하고 있는 사설 모의고사를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모의고사에 대비한 자율학습과 ‘0교시’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진학 때 ‘선 지원, 후 추첨제’의 확대가 평준화의 뼈대를 흔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봉주 의원은 “서울에서 ‘공동학군제’(선 지원, 후 추첨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29개 고교 가운데 15곳이 올해 지원자가 적어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특히 4곳은 지원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학생들이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교에 집중 지원하게 됨으로써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은 “일부 학교에서 학업 성취도 평가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자율에 맡기는 등 교육감의 학력신장에 대한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좀더 강한 의지를 갖고 학력신장 방안을 추진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또 “학력 저하와 하향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택 교육감은 “장학지도를 통해 학업 성취도 평가가 점수 위주의 일제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립형사립고 및 공동학군제의 확대는 광범위한 연구를 거쳐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공정택 교육감은 “장학지도를 통해 학업 성취도 평가가 점수 위주의 일제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립형사립고 및 공동학군제의 확대는 광범위한 연구를 거쳐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