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이 수업을 빠져가며 중학교 대상 홍보에 동원되고, 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29일 공개한 ‘특성화고교 운영 실태 온라인 설문조사’(21~22일, 43개 특성화고 교사 70명 대상)를 보면, 근무시간에 중학교를 방문해 홍보 활동을 한다는 교사가 97%(6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교사의 94%(66명)는 “학생들도 수업에 빠져가며 중학교 방문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학교를 홍보하려고 출장을 간 횟수가 지난해 통틀어 ‘1~5회’였다는 답변이 40%(28명)로 가장 많았다. ‘11회 이상’이 38%(27명), ‘6~10회’가 16%(11명)나 됐다.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전형은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이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은 10월부터 두달여간 집중적으로 중학교 대상 홍보 활동에 내몰린다.
설문에서 수집한 사례를 보면, 한 교사는 “홍보단 활동에 동원된 학생은 오전과 오후에 중학교를 바꿔가며 홍보를 다녀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기말고사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해 성적이 하락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규모가 작은 학교는 3분의 2가 넘는 교사들이 홍보 활동을 나가, 남은 학생들은 교실에서 지도하는 교사 없이 방치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7일 관내 특성화고에 “지나친 학교 홍보 활동으로 학사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일과 시간에 중학교 방문 홍보를 금지하고, 교육청이 학교를 방문해 이를 어기는 학교가 없는지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