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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단독] 한중연 ‘대한민국 발전사’ 저자에 보수성향 학자 대거 포함

등록 2014-10-10 00:48수정 2014-10-10 08:09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책 내면서
‘박정희 미화’ 이경준 교수 등에 맡겨
“이배용 원장이 국가사업 좌지우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옛 정신문화연구원)이 2015년 광복 70돌을 맞아 펴낼 예정인 <대한민국 발전사>의 연구 및 저술 책임자를 보수 성향 학자 일변도로 채우고 있다. 한중연은 또 ‘한국의 산림녹화 70년’을 새 연구 과제로 포함시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이경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출연으로 설립·운영되는 한국학 전문 연구·교육기관이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중연은 <대한민국 발전사>를 “초중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에 현대사 서술의 근거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중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중연은 9월29일 열린 원무회의에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에 ‘한국의 산림녹화 70년’을 연구 과제로 추가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중연은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한테 업무보고를 할 때 정치·경제·외교통일·교육·문화 등 5개 분야에서 ‘대한민국 발전사’를 연구해 내년 광복절에 맞춰 책으로 내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당시엔 ‘산림녹화’가 들어 있지 않았다.

산림녹화 연구 책임을 맡은 이경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한 책을 쓴 학자다. 이 교수는 2010년 발간한 <민둥산을 금수강산으로: 박정희가 이룬 기적>(기파랑 펴냄)이란 책에서 “박 대통령이 치산치수 완성이라는 선물을 준 덕분에 지금의 우리는 굶주림을 벗어남은 물론 아름다운 자연환경까지 누리게 됐다. 이런 통치권자가 세계 다른 나라에도 있었을까?”라고 썼다. “종전(유신 이전)에는 산림녹화에 대하여 대통령이 지시하면 관계 부처가 소극적으로 협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불충’이 깨끗이 사라졌다”고도 썼다. 박혜자 의원은 “산림녹화 사업이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긴 하지만 연구 책임자의 성향에 비춰 이배용 한국학연구원장의 대통령 ‘코드 맞추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한중연은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을 교육 분야 연구 책임자로 정했다. 이 전 장관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교육감 단일화를 추진한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란 단체의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경제·외교통일·문화 분야 연구진도 보수 성향 학자가 주를 이룬다. 외교통일 분야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 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고, 정영순 한중연 교수도 한국현대사학회 교육이사로 일하는 등 보수 성향이 짙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부담을 느낀 일부 진보 성향 학자들이 연구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부문 연구 책임자로 내정된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해방 전후사의 인식> 공저자)와 공동연구자들이 불참을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한중연 관계자는 “연구 분야와 연구 책임자 선정은 이배용 원장이 직접 한다”고 확인했다. 이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의장으로 활동했고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 교실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한중연 내부에서도 “정치권에서 온 원장 때문에 한중연 전체가 보수 학자로 채워진 것처럼 비쳐 곤혹스럽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혜자 의원은 “10억원의 예산이 드는 국가연구사업을 원장이 혼자 좌지우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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