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중학내신 상위3% 5명
작년·올해엔 1명도 안들어와
“상위 30%내 학생도 찾기 힘들어”
자사고 부적응생 전학 줄잇고
한반에 5~10명은 수업중 딴짓
“조희연 지정취소 기대 컸는데…”
작년·올해엔 1명도 안들어와
“상위 30%내 학생도 찾기 힘들어”
자사고 부적응생 전학 줄잇고
한반에 5~10명은 수업중 딴짓
“조희연 지정취소 기대 컸는데…”
한때 서울의 명문 사립고라 자부하던 ㄱ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4일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를 모두 없애리라고 기대했는데 균열만 내고 어정쩡하게 타협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4곳 가운데 8곳을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한 교사는 “평가 대상 자사고 모두를 지정 취소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ㄱ고는 6곳의 자사고(애초 7곳이었는데 1곳은 2012년 일반고로 전환)에 포위돼 있다. 그 가운데 3곳이 재지정 취소 대상 학교로 발표됐다. ㄱ부장교사는 “지금보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성적 우수 학생들이 살아남은 자사고로 몰리는 걸 막을 방법은 여전히 없다”며 “우리 학교의 꿈은 자사고가 아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의 자사고 ‘원망’엔 이유가 충분하다. 유명 학교법인을 재단으로 둬 명문 사립고로 자부심이 높던 이 학교는 자사고 탓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09~2010년 이 학교 반경 5㎞ 안팎의 일반고 7곳이 자사고로 전환했다. 경희(5㎞)·대광(4.1㎞)·선덕(5.5㎞)·동성(2.8㎞)·신일(3㎞)·중앙(3.2㎞)·용문(3.2㎞, 2012년 일반고로 전환) 고등학교다. 대일외고(1㎞)와 서울과학고(2㎞)도 인근에 있다.
ㄴ부장교사는 “자사고에선 중학교 성적 상위 10% 학생들만 자사고나 특목고가 데려간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학교는 주변에 자사고·특목고가 워낙 많아 상위 30% 안 학생도 쓸어간다”고 하소연했다.
8월19일에도 이 학교에 가봤는데, ‘교실 붕괴’ 현상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더워요, 에어컨 틀어주세요. 더워! 더워!”라고 거듭 외쳤다. 한반에 5~10명은 아예 잠을 자거나 딴짓을 했다. 이 학교 교장은 “숨기고 싶은 모습이지만 서울의 교육 발전을 위해 실상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공립학교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주변에 자사고가 생기자 학업 분위기가 빠르게 나빠졌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성적 우수 학생의 입학이 크게 줄었다. 2009년엔 중학교 내신이 상위 3% 이내인 ‘성적 우수’ 신입생이 5명이었는데, 2010년 1명으로 추락했다. 2011년엔 4명이 입학했지만 2학년이 되자 모조리 자사고로 빠져나갔다. 지난해와 올해는 중학교 내신 상위 3% 이내 신입생이 한명도 없었다.
그 빈자리는 자사고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채웠다. 올해도 자사고에서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 2명이 전학을 왔다. ㄱ교사는 “주변 자사고 등에서 성적이 나쁘거나 사고를 친 학생들이 전학을 오는데, 아무 소리 못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학급당 학생 수가 늘고 교사들의 피해의식도 크다”고 말했다.
악순환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학교 재단은 법적 기준의 100%를 채워 전입금을 보내주고, 특별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1년에 2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지만 학습 분위기는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9학년도까진 중학교 내신 하위 50% 이하 학생 비율이 5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64%로 치솟았다. 월요일만 수업을 듣고 다른 날엔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2011년 25명에서 2014년 49명으로 2배 늘었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고도 늘어 수업과 생활지도 부담이 이전보다 2~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하기에 적절한 사례는 아니지만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 2009년 1명을 끝으로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ㄱ 고교 입학생 중 중학교 내신 상위 10% 학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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