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다음주 9월16일에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북한이 호응해야 하나, 남한이 배려해야 하나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들에게 그 해 후반기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올 해 광복절 경축사에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내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제안 등이 담기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 점에서는 <중앙>과 <한겨레> 두 신문이 같은 입장이다. 다만 경축사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나 의미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분명하게 다른 시각차를 드러낸다. <중앙>은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차분한 기조였고 작지만 몇가지 의미있는 제안은 있었다는 평가인 반면, <한겨레>는 알맹이가 빠진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경축사였다는 주장이다. <중앙>은 남북이 만나 합의만 하면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나 한·일 관계가 바로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변할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반면, <한겨레>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인 제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으며 최대 정치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두 신문의 광복절 69주년 경축사를 통해 박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협력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분명하다. <중앙>은 ‘드레스덴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들로 한반도 생태계의 연결과 복원,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의 공동관리, 문화유산의 공동발굴과 보존, 민생인프라 협력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 등 장기적으로 통일을 위해 준비해 나가야할 사업들이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나 5·24 조치 등과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착수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사업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의 호응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내용들로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이러한 제안들이 모두 남북관계의 큰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비켜가겠다는 의도로 읽히며 최근 북한이 거듭 비판하는 체제통일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박대통령이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지만 남북관계를 풀지 못하는 한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일본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서는 두 신문 모두 논조가 비슷하다. <중앙>은 군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한·일 관계를 푸는 열쇠라는 기존 입장에서 박대통령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전해 비해 어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했다. <한겨레> 역시 박대통령이 대일 비판의 톤은 낮췄으나 일본의 반응이 없다는 주장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안 제시에 있어서 두 신문은 미묘한 시각차를 나타낸다. <중앙>은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가 풀려야 하지만 핵 문제는 남북한 만의 문제도 아니고 단시일 내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것이 남북 고위급 접촉이고 이를 위해 정부가 이미 제안해 놓은 2차 고위급 접촉에 북한의 수락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교황 방한에 맞춰 방사포 로켓을 쏘는 등 도발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남북관계에서 기존 접근방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실질적 조처들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기본이 교류·협력임을 인정한다면 5·24 조치 완화·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데, 박대통령이 언급한 환경·민생·문화 협력도 상당 부분 5·24 조치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수한다면 우리 정부가 이미 제안한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까지 덧붙이고 있다. 결국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입장 변화와 우리의 접촉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중앙>의 주장과 먼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처들을 선제적으로 내놓고 남북대화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통일 정책이 필요하다는 <한겨레>의 주장으로 나뉜다.
다만, <중앙>이 우리 정부에 대해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에 적극적인 만큼 정부도 선수단은 물론이고 응원단까지 북측이 원하는대로 다 받아주는 등 통큰 자세를 보임으로써 작지만 의미있는 협력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기조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그 해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한 국정 최고 책임자의 기본 입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연설이다. 매년 광복절 경축사는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북한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만큼 역대 정부의 국정 철학과 남북관계의 정책 방향 등이 광복절 경축사 안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연설 중 하나이다. 올 해 박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어떤 단초가 제공될 수 있을까를 주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는 악화된 현재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이나 정책 제시는 담기지 않았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기조인 비정치적 분야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 실현 가능한 작은 부분부터 실천에 옮기는 식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도발적 자세를 버리고 우리의 접촉 제의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북한에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가 먼저 북한이 접촉 제의에 호응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력적 제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번 경축사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고위급 접촉에 응해야 한다는 당위만 주장할 게 아니라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전향적인 제안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광복절 경축사를 읽는 국민들의 시각도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 두 신문의 사설도 예외가 아니다.
[추천 도서]
대한민국 대통령 연설문
역대 대통령 지음
퍼플 펴냄, 2014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정치사적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서 역대 대통령의 리더쉽과 통치 철학 등을 200여개의 연설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꾸민 자료집 성격의 책이다. 1948년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취임사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6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이르기까지 포함된 그들의 주요 연설문이 흥미롭다.
대통령 이야기
강준식 지음
예스위캔 펴냄, 2011년 대통령의 권한이 탄생한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상황, 일화, 업적, 평가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담아 바람직한 대통령상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책이다. ‘국민을 받들고 시대정신을 구현한 대통령은 누구였나?’와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가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다.
| |
| |
[논리 대 논리]
북한이 호응해야 하나, 남한이 배려해야 하나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들에게 그 해 후반기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올 해 광복절 경축사에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내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제안 등이 담기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 점에서는 <중앙>과 <한겨레> 두 신문이 같은 입장이다. 다만 경축사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나 의미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분명하게 다른 시각차를 드러낸다. <중앙>은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차분한 기조였고 작지만 몇가지 의미있는 제안은 있었다는 평가인 반면, <한겨레>는 알맹이가 빠진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경축사였다는 주장이다. <중앙>은 남북이 만나 합의만 하면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나 한·일 관계가 바로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변할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반면, <한겨레>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인 제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으며 최대 정치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기조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그 해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한 국정 최고 책임자의 기본 입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연설이다. 매년 광복절 경축사는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북한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만큼 역대 정부의 국정 철학과 남북관계의 정책 방향 등이 광복절 경축사 안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연설 중 하나이다. 올 해 박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어떤 단초가 제공될 수 있을까를 주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는 악화된 현재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이나 정책 제시는 담기지 않았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기조인 비정치적 분야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 실현 가능한 작은 부분부터 실천에 옮기는 식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도발적 자세를 버리고 우리의 접촉 제의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북한에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가 먼저 북한이 접촉 제의에 호응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력적 제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번 경축사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고위급 접촉에 응해야 한다는 당위만 주장할 게 아니라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전향적인 제안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광복절 경축사를 읽는 국민들의 시각도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 두 신문의 사설도 예외가 아니다.
[추천 도서]
역대 대통령 지음
퍼플 펴냄, 2014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정치사적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서 역대 대통령의 리더쉽과 통치 철학 등을 200여개의 연설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꾸민 자료집 성격의 책이다. 1948년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취임사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6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이르기까지 포함된 그들의 주요 연설문이 흥미롭다.
강준식 지음
예스위캔 펴냄, 2011년 대통령의 권한이 탄생한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상황, 일화, 업적, 평가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담아 바람직한 대통령상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책이다. ‘국민을 받들고 시대정신을 구현한 대통령은 누구였나?’와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가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다.
연재사설 속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