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초등교육과장’ 되는 이용환 교장
해직교사서 교장까지 ‘교직 33년’
전교조 활동하며 교육개혁 운동
조회·학년별 시험 없애고
수업시간은 학급별로 정해
학교폭력 줄고 학생 만족도 높아져
해직교사서 교장까지 ‘교직 33년’
전교조 활동하며 교육개혁 운동
조회·학년별 시험 없애고
수업시간은 학급별로 정해
학교폭력 줄고 학생 만족도 높아져
초등학교 평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교사, 복직, 전교조 정책실장, 초등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이용환(55·사진)의 이력이다. 그는 공교육을 바꾸고 있는 혁신학교인 상원초등학교의 교장이다. 9월1일부터는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 초등교육과장으로 변신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강조한 ‘일반고 전성시대’를 앞당길 혁신학교 정책의 설계자 겸 전도사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 곁에 있겠다는 그한테 직접 전화를 해 “도와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29일 “혁신학교를 확산·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조 교육감의 정책을 펴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25일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장을 초·중·고등 혁신학교를 맡는 초등교육과장으로 임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6·27일 이틀 연속 이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보수 성향의 한국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이 시교육청의 ‘과장 인사’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교총은 “무자격 공모 교장 출신의 초등교육과장 임용은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육에 매진한 초등교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장은 2011년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교장 자격증 없이 ‘내부 공모’로 교장이 됐다. 그는 1981년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망우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교조 활동 탓에 1989년 해직됐다가 1994년 복직했다. 2001년부터 2년간 전교조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그때부터 그는 다양한 교육개혁 운동을 펼친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2010년 3월부터 상원초등학교에서 5학년 5반 담임을 맡았다. 그해 6월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자, 학교 구성원들을 설득해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듬해 교장으로 뽑혔다.
그가 이룬 혁신의 요체는 학교 현장의 오랜 관행인 ‘규율과 권위’를 ‘자율과 평등’으로 대체한 것이다.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으는 조회와 시상식이 사라졌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군대식 집합과의 이별이다. 전교생을 규율하던 교칙을 없애고 학년·학급별로 학생들이 지켜야 할 것을 스스로 정하게 했다. 학년별로 일괄 실시하던 시험도 사라졌다. 학급마다 다른 수행평가를 한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도 없어졌다. 수업 시간은 학급별로 결정한다.
그 덕분인지 학교폭력은 크게 줄고, 학생·학부모 만족도는 꾸준히 높아졌다. 교장실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26일 서울 노원구 상원초등학교에서 만난 이 교장은 “교장실 문을 늘 열어놓고 학생들이 편하게 오가게 했더니 숨바꼭질을 하던 아이가 제 책상 아래 숨기도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그런 이 교장을 상원초등학교 사람들은 내놓고 싶어하지 않았다. 조재희 학교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행복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 보내드리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혁신교육을 할 교사를 지속적으로 키우려면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마다 거점 혁신학교를 둬 교사들이 직접 보고 배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까지 서울지역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열정에 충만한 교사의 배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시 경쟁의 여파로 혁신고가 전체 혁신학교 67곳 가운데 10곳에 불과한 현실에 대해선 “경기도 흥덕고, 서울 삼각산고에선 이미 입시에서도 일반고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 고등학교가 변하면 대입도 변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이 하는 서울시립대부터 혁신교육에 맞춰 대학입시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이번 인사가 “초등교원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교총의 비판에 대해, 오안근 자양고 교사는 “다른 지역에선 평교사가 바로 교육청 국장이 될 정도로 변했는데 서울만 유독 늦었다. 학교가 좋아지려면 승진 점수를 따야 교장·교감이 되는 기존 승진 방식에서 동료 교사들의 신망을 얻고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이들이 승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서울교육청 초등교육과장’ 되는 이용환 교장. 사진 상원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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