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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용린 때 자사고 재지정 1차 평가 ‘엉터리’

등록 2014-08-24 21:24수정 2014-08-25 14:07

일반고 살리기 대책위원회
올 재지정 평가대상 중 9개교 분석

고2 시험에 고3과정 문제 내고
국영수 수업 절반 넘어도 통과
“특별감사해 관련자 책임 물어야”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전체 수업시간의 절반 이상을 국어·영어·수학으로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진행된 1차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부정·부실감사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시교육청에 1차 평가과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권학교 폐지·일반고 살리기 서울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1차 평가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대위가 9개 학교의 교육계획서와 시험문제지를 분석해보니, 2학년 수업에서 3학년 과목 시험을 보는 등 선행학습 사실이 확인됐다. 고2 때 3학년 수학 과목인 ‘미적분과 통계’ 시험을 본 학교가 많았고, 입학식을 치르지 않은 신입생한테 고1 과정을 미리 가르친 학교도 있었다. 또다른 학교에선 2013년에 진행한 선행학습 사실을 감추려고 이듬해 교육과정을 조작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난 6월 1차 평가에서 14개 자사고의 ‘선행학습 미실시 및 개선 노력’ 항목 평균 점수는 ‘우수’한 수준인 3.07점(4점 만점)이다. ‘미흡’ 등급을 받은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교육부의 자사고 평가 지침에 따르면, 이 지표가 ‘미흡’에 해당할 경우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은 선행학습 점검을 위해 각 학교 수학 시험지를 취합해 조사해왔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몰랐을 리 없다. 명백한 부정·부실평가로 이런 엉터리 평가를 방조한 서울교육청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분석 결과를 보면, 자사고들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지정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 교육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학교의 4개년 평균 전체 교육과정 이수단위는 187.5였는데, 이 중 국영수가 100.4단위(53.5%)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국영수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학교도 있다. 공대위는 “자사고들은 2009년 지정을 신청할 때 국영수 비중을 50% 이하로 제출했다. 이를 현저하게 어긴 것으로 드러난 학교들은 지정이 취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사고 지정의 법정 요건인 ‘재단 전입금 5%’를 채우지 못하고도 1차 평가를 통과한 학교도 있었다. 한 학교는 다른 학교들이 모두 만점을 받은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항목에서 홀로 1.2점을 받았다. 하지만 전입금을 묻는 지표의 배점이 100점 만점 가운데 3점밖에 되지 않은 탓에 총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9일부터 1차 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한 평가지표를 새로 만들어 다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대위는 “자사고 1차 평가 과정에서 지정 필수요건도 갖추지 못한 자사고들이 어떻게 지정 취소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았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서울시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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