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흥덕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8월 19일에는 ‘일본 약탈 문화재 환수’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야당의 자책골”…중앙 “민심이 변한 것”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7·30 재보궐선거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선거의 특성상 새누리당 11명, 새정치민주연합 4명 당선이라는 결과만 남았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으로 분주하다. 서로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선거의 결과를 바라보는 속내와 시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 사이의 거리만큼 대한민국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동쪽과 서쪽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후보 공천 문제,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인사 실패라는 의제, 선거 전략 등 살펴볼 문제가 많지만 선거 직후 한겨레와 중앙에서 내놓은 사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은 조금 다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우선 한겨레는 이번 선거를 6·4 지방선거 이후 여야에 대한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선거였다고 진단한다. 야당이 민심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완패한 점을 지적하며 야당이 존폐의 기로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월호 사태가 선거의 중심이었던 6·4 지방선거가 여야 8 대 9의 무승부였음을 상기시키며 이번 선거는 국민이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야당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세월호를 정치쟁점화시킨 것이 유권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 요인에 대해서는 서로 시각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박근혜 정권의 인사 참사, 독선과 오만, 지지율 40%대 하락, 집권 여당의 눈치 보기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끌어오지 못하고 공천 잡음 등 일련의 모습이 오히려 ‘박근혜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중앙은 세월호를 정쟁에 이용하려 했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려는 성숙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원칙과 명분 없는 공천 파동을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좀더 상세한 지역별 분석에서 두 사설은 수도권과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후보에 주목한다. 손학규, 김두관 등 야당의 간판급 정치인들을 투입했음에도 수도권에서 큰 표차로 패배한 점과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 정치인이 당선된 점은 이번 선거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 점에 대해 한겨레는 수도권에서 야당의 패배를 ‘뼈아픈 대목’이라고 표현했고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 가능성’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의 유권자가 여당을 선택한 것은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으로 표현했으며 이정현 후보의 당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표심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가 텃밭까지 내준 여당의 선거 패배를 염려하며 결과 자체 분석에 집중한 반면 중앙은 그 원인을 세월호의 정치 정쟁화, 민심의 변화로 분석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역은 전남 순천·곡성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남지역에서 현 여권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정현 후보는 영호남의 철저한 편 가르기 지역구도를 깬 당선자가 됐다. 어떤 후보가 나오든 어떤 정책을 표방하든 상관없이 각 지역에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오랜 전통이 깨졌다. 이것이 영남지역에서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두 사설은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주문을 한다. 한겨레는 ‘여당의 오만함, 야당의 지리멸렬함’에 유권자들이 지쳐가고 있으니 선거 결과를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세월호 특별법 등 산적한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박근혜 정권 2기를 맞아 1기의 상징이 된 ‘세월호’를 거울삼아 ‘국가 개조’와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라면 국민적 관심이 모아져야 하지만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2.9%에 그쳤다. 단테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라는 말로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듯하다. 소중한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모아져 대한민국의 현실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그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고민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박래군 “세월호는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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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한겨레 “야당의 자책골”…중앙 “민심이 변한 것”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면서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거취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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